유시민, 주연급 인물인가.
모 인터넷 매체는 이른바 <세종시 수정 정국> 이후로 박근혜 의원이 야권까지 먹어치우는 '독식' 판을 벌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 인터넷 매체가 조사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박근혜 30.7%, 유시민 10.3%, 정동영 6.8%, 손학규 6.2%, 정몽준 6.0%. 이회창 5.2%, 김문수 4.4% 순이다.
그러면서 그 인터넷 매체는 <비록 아직 3년이나 남은 2012년 대선이지만, 혹시 ‘박근혜를 위한,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만의 대선’이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웃지 못할 전망도 한다.
그런데, 그런 전망이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닌 듯 하다. 박근혜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의 지지도는 박근혜 의원에 현저하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물론, 대선을 3년이나 남겨둔 상태에서의 여론조사는 여론의 변동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는 <단순한 참고 자료>는 될지라도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게다가 느닷없이 정치신인이 혜성처럼 등장하여 다크호스처럼 판을 정리하는 경우가 많은 한국 정치 풍토에서는 본선이 까마득하게 남은 시점에서의 여론조사는 별 의미가 없다.
참고로, 2002년 12월 대선에서 당선되었던 노무현 후보도 정작 대선 1년 전에는 지지도가 1% 정도에 불과했다. 2002년 서울시장에 당선되었던 이명박도 서울시장 선거 1년 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1% 정도였다.
그러니까 대선을 3년이나 앞둔 시점에서의 낮은 여론조사 결과는 2012년에는 충분히 뒤집어질 수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2002년(6월의 서울시장 선거, 12월의 대통령 선거) 이후에 대한민국에서 실시되었던 선거는 2002년과는 다소 다른 국면이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이명박은 대선이 있기 2년 전부터 30%대 이상의 지지를 얻었고, 대통령 선거일까지 그 지지도를 유지하였으며,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비록 2007년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은 역대 대선중 최저였지만, 지난 2년간 50%대를 유지했던 여론조사 결과는 고스란히 표에 반영되었다.
같은 맥락에서, 민주신당 대통령 후보였던 정동영 후보는 대선이 잇기 2년 전에 얻었던 지지도를 그대로 표로서 받았다. 아니, 정동영 후보는 본선 투표에서 고향의 <묻지마 몰표>를 얻음으로써 지난 2년간의 지지도보다 훨씬 많은 표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이명박과 정동영의 예를 돌아보면, <2002년 이후에 치뤄진 선거에서는 혜성이나 다크호스는 없었다. 이변은 없었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러면 2002년에는 어째서 선거가 있기 1년 전까지만 해도 1%대에 불과했던 노무현, 이명박이 당선될 수 있었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거론되겠지만, <기본기가 있었기에 혜성처럼 등장하고 다크호스가 될 수 있었으며, 결국 승자가 되었다.>라는 지극히 일반적인 답이 정답이 아닐까 한다.
노무현의 경우, 비록 1%대의 지지도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2001년 당시 새천년민주당 내에서는 경쟁력이 짱짱한 후보라고 알려져 있었다. 그가 걸어온 역사가 있고, 그의 품성이나 성격, 그리고 <지역주의 극복, 정치개혁>이라는 명분이 바로 그의 경쟁력이었다. 새천년민주당 지지자들은 노무현 후보를 보며 <한나라당을 이겨줄 파이터>로 여겼다.
이명박도,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가 걸어온 짱짱한 역사가 있었기에 서울시장과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자 중에서 경력과 역사의 면에서 이명박을 능가할 자는 없었다.
그러면, 지금 거론되는 대선주자 중에는 노무현이나 이명박처럼 기적을 일으킬 만한 인물은 없는 것일까? 즉, 지금 1등을 달리는 박근혜를 이길 만한 후보는 없을까?
유감스럽게도, 지금 거론되는 사람들 중에는 노무현이나 이명박과 같은 기본기를 갖춘 인물이 없다. 기본기만 짱짱하다면 이변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그 기본기를 갖춘 인물이 없다. 또한, 새로운 인물이 차기 대선 즈음에 헤성처럼 등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아마도, 2012년 대선에서도 2007년 대선과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구도가 3년간 계속 유지되고, 3년 뒤의 2012년 대선이 <박근혜를 위한,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만의 대선>이 되는 것말이다.
그런 구도라면, 2012년 대선에서도 지는 게임에서 뛰어줄 <조연 배우들>이 필요할 뿐이다. 주연급 인물이 없으니 조연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2012년 대선에서는 조연 배우들이 다소 바뀔 수 있다. 2007년 대선에서는 정동영과 문국현이 조연 배우였지만, 2012년 대선에서는 손학규와 유시민이 조연 배우가 될 수 있다.
마침 유시민이 대통령 선거 출마를 시사했다고 한다. 이는 곧 새로운 조연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이다.
물론, 유시민에게 짱짱한 경쟁력이 있다면 2002년 노무현 후보처럼 노풍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유시민은 자신의 짱짱한 경쟁력을 입증하지 않으면 안 되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