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을 노무현에게 바칩니다
(무브온21 / 김학이 / 2010-01-16)
안녕하세요. 끌리오 김학이입니다. 제가 한국일보가 주는 2009년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어 지난 목요일(1월 14일)에 상을 받았어요.
수상작은 "라울 힐베르크 지음, '홀로코스트. 유럽 유대인의 파괴, 개마고원, 2008년 12월"이고요. 저는 수상 소감을 약 3분간 말했어요. 전반부에서 저는 이땅의 민중, 나의 학과 학생들, 출판사, 가족에게 감사를 표했고, 후반부에서 노짱을 언급했어요. 대략 다음과 같이 말했어요.
"이 책에서 제가 창조적인 역할을 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역자 서론에 서술한 '일자(The One),' 즉 학살수용소라는 환경에서도 인간적 품격을 보존하고 있다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고 그 사람 덕분에 나머지 사람들도 자신이 인간임을 잊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것일 겁니다. 그 서문을 쓴 뒤 약 5개월이 흐른 뒤 일자가 나타났습니다.
그가 김해 봉하마을의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린 겁니다. 나는 후보 시절에나 집권 시절에나 집권 직후의 기간 동안 강의실, 토론회, 술집, 택시 안, 그 어느 곳에서도, 그리고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그를 방어했습니다.
내가 왜 그를 이렇게 좋아할까 생각해보았는데, 아마도 저와 그는 평범하다는 면에서 무척 닮아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그를 옹호했지만 저는 그를 직접 만나본 일이 없습니다.
후보 시절 부산 남포동 유세 때 대로에서 그를 연호한 게 전부입니다. 그러나 저는 언젠가 그를 만날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제가 제법 괜찮은 저서를 쓰면, 그 동안 출간했던 공저와 번역서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그를 찾아가 책을 좋아하는 그에게 드리려 했던 겁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 괜찮은 책을 쓰지 못했고, 그는 뛰어내렸습니다. 저는 오늘 받은 이 상을 그 사람, 노무현에게 바칩니다. 그리고 그에게 뭔가를 바칠 것을 준 한국일보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장내가 술렁였고요. 시상식 마치고 여러 사람이 와서 악수를 청하더군요. 저술 부분 수상자인 박호성 교수도 악수를 청하면서 '자기도 노무현과 가까웠다'고 말하더군요.. 어쨌거나 그런 일이 있었고, 가끔 눈팅이나 하는 저이지만, 이런 일은 알려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자뻑이 끼어들지 않은 건 아닙니다.
몇 년 내로 제대로 된 책을 쓰면, 바리바리 싸들고 권여사님을 찾아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