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희의 난쏘공(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을 읽을 때처럼 책장 한장한장 넘기는데 무척 힘겨웠다. 보다가 덮고 보다가 덮고 하기를 몇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실 출신인 저자들은 이미 언론전쟁을 몸으로 실감하고 있었지만 집필을 위해 자료를 모아놓고 보니 "정말 이 정도였나 싶어 끔찍했다"고 회고했다. 나도 알만큼 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잘모르는 이야기투성이었다. 그랬다. 당시 언론이 조작한 범죄에 대해 내 눈을 감고 있었다. 쓰레기 기사를 보다가 미칠 것 같아서 겨우 몇몇 게시판을 통해 세상 소식을 전해 들었다. 나에겐 게시판이 언론이었다.
필자들은 걸레 언론이 만들어 내는 '범죄의 기술'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막말하고 조롱하기 △말 비틀고 말꼬리 잡기 △무조건 반대하고 흔들기 △사사건건 발목잡기 △황당무계 작문하기 △뒤집어씌우고 발뺌하기 △말 바꾸고 입 씻기 △대국민 사기극 △눈 가리고 아웅하기
다 더럽지만 가장 악질적인 범죄 형태로 '눈가리고 아웅하기'를 꼽는다. 우리(개혁진영)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야만의 언론을 피해 게시판을 보는데 그마저 가끔 야만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위에 열거한 '범죄의 기술'과 유사한 일들이 '토론'이라는 미명하에 가끔 벌어진다. 목적 없는 당위로 현실을 짓누르며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이 고질적인 습관은 늘 우리를 괴롭혀 왔고 종국엔 피폐화 시켰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 이미 신뢰를 잃어버린 언론에 대한 해답은 무엇일까. 저자는 언론 내부의 개혁보다는 언론 소비자의 책임론에 방점을 찍으며 글을 마무리했다. "언론개혁을 요구할 권리와 정당성은 언론소비자·시민에게 있다. 무슨 힘으로 되찾을 것인가. …언론개혁의 진정한 상수(常數)는 깨어 있는 언론소비자,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믿어보자." 한마디로 해답이 없다 되시겠다. 절망적이지만 오직 자신의 양심을 깨우고 조직하는 것 외에 달리 제도적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어제 저기 구두통에 들어가서 자고 오라고 해놓고 오늘 자고 왔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따지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2002년 국민경선 당시, 김근태가 정치인 후원금 양심 선언을 하며 사퇴하자 여론은 노무현에게 그 잣대를 들이밀며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이 한마디로 자신의 궁박한 처지를 변했다. 내가 그를 눈여겨 본 사건이기도 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도덕적 당위만으로 판을 엎고 깽판 치는걸 보는데 지쳐 있었던 나에게 과연 무엇이 양심이고 올바른 것인가 새롭게 생각한 계기이기도 했다.
한편, 한쪽에선 구두통에 들어가서 자라고 하고, 한쪽에선 자고 왔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따지는 이 이상한 놀이의 배후에는 양심불량, 공동체의식 상실, 책임감 부재가 또아리 틀고 있다. 우리 게시판에서 이렇게 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