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분당 서현역(AK플라자 앞)에서 선배님의 주선으로 몇분을 뵈었는데... 어쩌다 보니 주변의 테이블 손님들까지 끌어들이는 대략 15~17여명의 토론자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야기 주제가 점점 전쟁으로 흐르고, '전쟁나도 우리가 이긴다', '아니다, 어차피 전쟁은 안난다. 설마 전쟁이 나겠느냐?'라는 이야기들이 지방선거이슈를 점령해 버리게 되었습니다.
50대의 좀 산다 싶게 보이는 분들과 두 분의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께서 하도 '김문수, 경제, 안보, 친북, 빨갱이' 만 반복해서 말씀하시기에 이리 여쭈었습니다.
"선배님들, 그리고 선생님들, 아마도 여러분들의 자제분들이 군대 갈 나이거나 군인인 분들 많으시지요? 그리고, 중고등학생도 있을테구요. 아니면 막 직장생활 시작했거나, 결혼을 한 신혼이거나, 이제 막 엄마 아빠가 된 아들, 며느리를 거느리고 계시기도 할겁니다. mb가 경제 살렸습니까? 경제 파탄나면 여러분들의 자녀에게 남겨 줄 것은 빚과 실업 밖에 더 있습니까? 전쟁나면 누가 피 흘립니까? 방금 몇분께서 전쟁을 무서워하면 안된다 하셨는데... 전쟁나면 가장 비참해지는 것은 아이들과 여성, 그리고 서민입니다. 특히... 군대에 있는 여러분들의 자녀와 전쟁으로 내몰릴 여러분의 자녀들의 눈을 바라보면서도 전쟁을 두려워하면 안된다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전쟁은 살육을 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살육을 하거나 우리가 살육을 당하거나... 그것을 고상하게 표현하면 승리또는 패배겠지요. 둘 중 어떤 결론도 우리에게 가져다 줄 것은 도탄과 비참함과 죄책감과 좌절임이 자명합니다. 도대체 전쟁불사, 전쟁불사 외치시는데... 그리 외치시는 분들은 전쟁나면 다 후방배치 될 분들입니다. 결국 피흘려야 할 사람들은 여러분의 자녀, 여러분의 후배들입니다. 물론 여유있으셔서 자녀들 이미 유학 보내신 분들은 별 걱정없이 전쟁을 논하시겠지요. 아마 결혼하고 직장생활 하면서 여러분들의 사랑스러운 손자, 손녀 키우느라 여념이 없는 선생님들의 아들들도 싫던 좋던 총들고 나가야 할겁니다. 예비군이 그러라고 있는거니까요. 남겨진 손자, 손녀는 또 어떨까요? 전쟁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지... 한 판 붙어서 이긴다고 우리에게 누가 상주는거 아닙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자녀들은 다시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백성으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겁니다. 여러분이 그러셨던 것 처럼! 부디 그리 되는 것이 싫으시다면... 유시민을 부탁합니다!"
순간 말하던 저도 술 기운 탓인지 울컥 하더군요.
속으로 '얼른 집에가서 토론회나 보자... 이래가지고 될 일이 아닌갑다...' 하며 선배님께 마지막 잔 비우자 하는데... "젋은 친구... 그쪽 테이블 술 값은 내가 낼게요"라며 연세 지긋한 한 분이 소주잔을 들어 보이십니다.
역시 어르신들은 자식문제라면 민감하게 움직이시더군요.
집에 와서 샤워하고, 토론회를 보는데... '역시 유시민다움이 그의 가장 큰 자산이자 경쟁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