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빠듯한 일정 소화해 내며 선거운동 하시느라 많이 피곤하고 힘드시죠? 그렇더라도 본인 선거운동이니 즐겁게 감당하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정작 이런 육체적 피로보다 더 힘든 것은 정신적 고뇌를 함께 해야 한다는 상황 때문이겠지요.
죄송합니다, 유시민 후보 지지자로서 이런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 글을 시작하면서 몹시 착잡하고 무척이나 마음이 아픕니다. 눈물이 글썽여질 정도로요...... .
한명숙님이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졌다면 심상정 후보님은 철의 여인 같은 강력한, 불굴의 정신을 가진 리더로 보여져서 참 존경스럽습니다. 항상 씩씩하시고, 단호하시고, 똑 소리 나는 것도 참 멋지십니다.
사람을 앞에 두고 말을 해야 한다면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 상태입니다, 지금 제가 글 쓰는 입장이. 휴...
그래도 칼을 뺐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고 칼집에 넣어야겠지요. 가슴은 아프지만 간곡한 마음을 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유시민 후보 지지자들에겐 참으로 아픈 상처가 많은데 가장 큰 것이 2007년 대선 때의 일이랍니다. 제대로 경쟁해보지도 못하고 단일화 압박에 사퇴를 해야만 했던 대선 예비 후보 시절의 일이지요. 단일화 하는 건 좋은데 왜 정당한 경선도 거치지 않고 본선 경쟁력도 따지지 않은 채 '묻지마 단일화'를 하면서 '후보 사퇴'를 종용하느냐 하는 것에 대한 억울함과 분노가 있었더랬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존경해 마지 않는 이해찬님과 한명숙님이지만 당시엔 섭섭함 때문에 원망하기도 했었습니다.
저희들에게 이런 상처가 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도 우리는 심상정 후보님께 무례하게 사퇴하라고 압박을 할 수가 없습니다. 부탁드리는 것조차 미안할 지경입니다. 후보자와 지지자들이 겪을 허탈한 심정과 억울함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이 시대가, 이 나라꼴이 정상이라야 정상적으로 정책 경쟁을 하고 자기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쩔 수 없이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의의는 '이명박과 한나라당 심판'이 되어버렸고 그를 위해 '야권 연대, 진보 연대'가 대세며 대의가 되어버렸습니다.
여론 조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저는 폴리뉴스의 여론 조사 결과를 주목해 봅니다. 5/18일 기사를 보면 유시민 후보가 김문수 후보에 역전을 해서 앞서게 되었었습니다(기분 나쁜 김후보측에서 치사하게 고발을 했죠?). 그 때 제가 가장 관심있게 보며 아이러니다 싶었던 내용이 있습니다. 진보신당을 지지한다고 한 응답자가 모두 유시민 후보를 지지했다는 겁니다. 심상정 후보님의 지지율은 0% 였고요. 이런 결과를 보인 것은 김진표-유시민의 단일화를 지켜본 진보 진영 지지자들의 기대 심리를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요?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이 제대로 이뤄지진 않아서 약간 부족한 점은 있었지만 '단일화 효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그리고 진보신당 지지자들조차 심상정 후보님의 독자 완주보다는 단일 후보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고, 이왕이면 상품성이 큰 유시민으로 단일화를 했으면 좋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5/28일 기사를 보면 또 다시 역전이 되어버렸습니다. 무도한 보수 세력이 철지난 '북풍'으로 온 나라를 흔들어 놓은 탓입니다. 공포 분위기 조성하고, 야당 후보들은 모두 친북좌파로 몰아붙이고, 나라 경제야 곤두박질 치든 말든 선거에만 이기면 된다고 전쟁 불사론까지 들고 나오는 이런 몰상식하고 몰염치한 세력을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할까요? 분노심이 일지 않나요? 이번 선거를 통해 철퇴를 가하고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분석이 나왔습니다. MB 정권 중간 평가로 이번 선거는 매우 좋은 기회이고, 야권 연대가 대체로 잘 되어 성공 가능성도 매우 큽니다. 하늘이 완벽한 기회를 선사해준 것은 아니지만 양보하고 노력하면 이루어질 수 있다고 기회를 줬습니다. 이 기회를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제 백분토론에서 유시민 후보가 질문을 드렸었지요. 심상정 후보님을 비롯해 진보쪽 분들이 열심히 해오신 것들 존경하고 좋은 정책 많고 배울 점도 많다는 것을 인정하시면서,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국민에게 지지를 많이 받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생각해보셨냐구요? 제가 졸다가 잘 못 들었는지도 모르지만, 심 후보님은 그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변을 안하신 걸로 압니다.
우리 나라는 보수층이 가장 많고 그나마 야당이라 하는 민주당조차도 중도 우파에 가깝습니다. 이런 국민들을 상대로 진보의 색채를 선명히 하는 것이 좋을까 라는 자문을 해볼 때 저는 아니라는 쪽의 답을 얻습니다. 10개 중 6개만 맞더라도 우선 그 6개를 실현시키기 위해 같이 손잡는 것이 더 효율적인 진보 운동은 아닐까요? 누구 말처럼 부족한대로 하나가 되면 안되겠습니까? 10개 모두를 한꺼번에 실현시키려 한다는 것은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며 욕심일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끝내 이루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 보다는 부족한대로 하나 하나씩 현실에서 이뤄내며 한걸음씩 전진하는 진보가 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부디 유시민 후보가 내미는 손을 뿌리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심상정 후보님의 결단으로 선거 분위기가 바뀔 수 있습니다. 일부 흔들렸던 분들이 다시 돌아오고 망설이던 민주당 지지층들도 단단하게 결집될 것입니다. 심상정 후보님, 님이 그 일을 하실 수 있습니다. 역사가 님에게 맡긴 역할을 거부하지 마시고 받아들여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외람된 글을 드리게 되어 송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010.5.29.
유시민 지지자 사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