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발상의 전환
선거 이전에 저는 매우 바쁜 생활을 하고 있어서 시민광장 접속도 잘 안하고 살았더랬습니다. 그러나 제 일이 덜 바빠지는 시기도 잘 맞아떨어졌고 무엇보다 중요한 첨맘님의 선거였기에 선거기간 동안에는 시민광장 게시판에 거의 올인을 했습니다. 오프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제 직업상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온라인 활동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제 생각은 '오프라인의 동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온라인이 살아나야 한다'였기 때문에 게시판에 선거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매일같이 글을 한두개씩 올리곤 했었습니다. 그 가운데 집행부에 요구하는 글들도 꽤 있었을 겁니다.
제가 처음에 요구했던 것은 과거 경험을 떠올리고 그 방식대로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같은 추억을 떠올리며 그렇게 하길 바랬을 겁니다. 그러나 확실히 시대는 변해 있었습니다. 우리는 과거 방식을 답습하려 했으나 2010년 현재의 상황은 뭔가 그 방식에 딱딱 맞아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분명 우리는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못했고 조직의 힘이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를 세 가지 정도로만 정리해 보면 이런 것 같습니다.
1) 지지자들의 피로
우리가 과거 치렀던 첨맘님의 선거가 두 개입니다. 비록 중간에 사퇴하시긴 했지만 2007년 대선 예비후보 경선이 첫번째고, 2008년 4월 9일 총선이 두번째였습니다. 이 두 선거가 있던 때의 상황은 어땠었나요? 첫번째 선거는 시민광장이 창립을 하면서, 그리고 처음으로 대권에 대한 도전을 시작하면서 지지자들의 열정이 하늘을 찌를 때였습니다. 첨맘님이 받는 은근한 박해가 지지자들의 전투력을 고취시켜 주었었고요. 두번째 선거는 패장이 되어버린 첨맘님의 입지가 너무나도 곤궁해져서 지지자들의 마음이 사무치게 절박했었던 때입니다. 그 절박함이 대구 총선에 올인하게 만들었었지요.
그런데 이번 선거는 지지자들의 마음에 큰 파동을 일으키지 못했다고 봅니다. 두 번의 선거에서 패한 패배의식도 있거니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떠밀려 나오신 첨맘님의 출마에 대해 지지자들조차 '감동'을 느끼지 못했으니까요. 남들이 뭐라 비난할 때는 팔이 안으로 굽어서 첨맘님을 대변하지만 솔직히 우리끼리도 맘에 안드는 게 많지 않았습니까? 서울이냐, 대구냐, 경기도냐, 무출마냐 하면서 시끄러웠던 것을 생각하면... 그 과정에 일부 지지자들은 첨맘님께 실망의 마음을 가지기도 했다는 겁니다. 시민광장 회원=참여당 당원이 아니기 때문에 참여당의 입장과 다를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일단, 게시판부터 불이 붙지 않았습니다. 제가 조회수로 유추볼 때 회원의 겨우 1% 정도만 게시판에 와서 글을 읽었습니다. 말이 안되죠? 2만 회원 중 겨우 1, 2백명만 관심 갖고 시민광장 중게를 찾았다는 것이요! 물론 뒤에 나올 다른 이유도 있겠습니다만. 이런 상태로는 집행부가 아무리 매일 이메일로 쪽지로 문자로 독려해도 '스팸성'이라고 짜증이나 낼 판이죠. 회원들은 두번의 아픈 패배를 통해 이제는 이기는 선거를 하고 싶은 겁니다. 첨맘님은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시끄럽게 나온 것이라 회원들에겐 이긴다는 확신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김진표님과의 단일화 이후에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완전히 불이 붙기엔 여전히 충족되지 못한 무언가가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제 개인적인 바램이라면, 첨맘님이 다시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 명분을 들이대고 출마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겁니다. 아무리 나라를 위한 '도구'로 쓰이고자 하더라도 말입니다.
2) 동력 분산
이번 선거는 '전국 동시 지방선거'였기 때문에 첨맘님만의 선거가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첨맘님의 팬카페라 하더라도 첨맘님을 성공시키려면 첨맘님을 도울 조력자들도 동시에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첨맘님께만 올인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각 지역은 지역에 신경쓰느라 조직 단위별로 경기도에 지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이건 집행부 탓이 아닙니다. 지역에서 발 동동 구르던 분들은 느끼셨을 겁니다. 예를 들면, 제가 얼핏 지나다가 봤습니다만 어느 지역에선 회원 한 분이 애간장을 태우면서 답답해하더군요. "경기도로 가자!" 외치고 신청자를 받아 보니 평소의 동력이라면 버스 두 대는 가야 하는데 버스 한 대도 안찬다는 거였죠.
3) 시민광장 조직의 확장 및 분권화
정확한 공약이 생각나지 않는데, 현 대표의 출마 공약에 아마 '분권화'에 대한 것이 있었을 겁니다. 제가 좋게 봐서 이해하자면, 분권화에 대한 신념이 강해서 시민광장 전 회원과 소통하는 게시판 공개 활동 보다 각 지역의 대표들과 상의해 각 지역에서 일을 추진하고 해결하도록 했던 걸까요? (그랬건 아니건 제겐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이런 측면에서도 봐주십사 그냥 써봤습니다.)
초창기 시민광장은 참 아기자기 했었습니다. 게시판에서 본글 쓰고 댓글 쓰는 사람들은 거의 다 익숙했고 친근했고, 대충 어떤 성향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고, 누가 어느 지역이라는 것까지 대충은 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낯선 닉네임이 너무나 많고 누가 어느 지역인지도 직접 대놓고 물어야 알 수 있고, 조금은 삭막해졌습니다. 조직이 확장되니까 이런 아쉬운 점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무슨 얘기 하려는지 짐작이 가시겠죠? 초창기엔 중앙에서 한번 선동하면 일사불란하게 단일 대오가 형성되었던 것입니다. 열정도 엄청났지요, 일당백 하겠다고 에너지가 펄펄 넘쳤으니까요. 그 때는 지역의 기초광장이 다 갖춰지지 않아서 지역별로 움직이는 것보다 중앙에서 일일히 챙기고 중앙의 행사에 지역의 회원이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거죠.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식으로 하지 않잖아요? 중앙에서도 뭔 일을 기획하려면 일단 지역의 대표들을 통해야만 합니다. 모든 활동을 지역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으니까요.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고 우리가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것들을 앞으로는 준비해야 합니다. 선거나 큰 일이 생겼을 때 중앙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움직일 것이며 각 지역과의 연계는 어떻게 해서 각 지역별로 움직이되 전체가 하나로 움직이는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건가에 대한 고민을 우리 모두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