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한명숙 보다는 더 득표할 것으로 대개 예상했던 유시민 패배의 원인에 대한 논쟁이 시작됐다. 그 주요한 원인으로 '호남 비토론'을 지목한 서영석 기자도 이 논쟁이 지금처럼 '호남'이 화두로 떠오르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 같다.
글의 행간을 보자면 그간 유시민에 대한 서운함에 대해 적지 않게 쌓여 있었던 호남 민심이 이번 선거의 패배를 통해 그 서운함도 풀었고 한편 미안함도 가지게 되었다. 따라서 유시민의 미래는 밝다가 요지였지만 받아들이는 분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제일 많이 찍어준 사람들이 호남일진대 이런 주장이 섭섭하다는 것이다.
사실 유시민 패배의 원인으로 이 문제의 '호남 비토론'을 먼저 지목한 것은 한겨레였다. 서 기자는 이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말 '호남비토'가 패배의 원인이었을까? 난 앞선 글을 통해 진보신당 무효표 18만여표가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 적지 않은 민주당 표심이 이탈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또 유시민을 찍은 표의 다수가 민주당 또는 호남표였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다른데는 모르겠고 우리 동네 부천만 들여다 보자. 친노인사로 꼽히는 민주당 김만수 시장 후보는 약 10만여표의 차이로 원사이드하게 한나라당 홍건표를 꺾었다. 그런데 유시민 후보는 겨우 2만여표의 차이로 김문수를 리드했다. 사라진 8만표는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물론 김문수의 정치적 고향인 부천에서 유시민이 리드한 것은 나름 쾌거다. 그래도 저 사라진 8만표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확인을 위해 발로 뛰었다. 부천지역 유시민 공동선대위에서 헌신했던 민주당 00국장과 00 위원장을 만났다. 그들은 진심으로 유시민을 위해 자기가 맡은 역할에서 최선을 다했다. 선거 기간 중 서로 마주칠 일은 별로 없었지만 가끔 마주치면 신뢰의 눈빛을 교환하며 일정을 논의하곤 했다. 그들은 일을 제대로 할 줄 아는 분들이었다.
내가 아는 답은 일단 현 부천시장 홍건표 때문이었다. 지난 3월 폭설로 부천은 교통대란이 빠졌던 바 있다. 베드 타운의 특성상 당시 서울에서 퇴근하던 부천시민들은 극히 분노에 휩쌓였다. 퇴근하던 시민들은 서울 지역인 역곡까지 길이 깨끗하다가 부천 경계선에 넘어서자 마자 끔찍한 교통대란을 맞이 했다. 당시 홍건표는 중국에서 마시지 받고 들어오다 엠비씨 취재진에게 톡톡히 망신당했다.
홍시장의 인기는 바닥에 떨어졌다. 부천시민들 사이에 그래도 예전 민주당 원혜영 시장이 참 잘했지란 공감대가 형성되던 와중에 터진 사건이라 홍건표는 부천의 적이란 바닥 민심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투표 중간에 8만표가 사리진 것은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다시 말하지만 김만수는 대표적인 친노 정치인이자 유시민 후보와 경기도-부천 협약식까지 치루었다.
그저께 민주당 관계자 분들은 사라진 8만표에 대한 이유를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만약 그 분들의 말이 별로 가치가 없었다면, 이번 선거에서 내가 했던 역할이 별로 없었다면 이런 말을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분들의 말은 진실이며 동의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 분들의 말을 인용한다.
"국민참여당 후보들이 이번에 우리 지역에서 많이 출마했죠. 이를 서로 경쟁으로 생각한 밑바닥 조직들이 별로 안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저희들도 어떻게든 해볼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네요. 죄송합니다"
아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구나! 그렇게 유시민이 무너졌구나. 결국 참여당이 유시민의 짐이 되었나.
결국 안움직였던 그들을 욕하기 보다 이 즈음에서 현실을 재진단하자.
정당은 결국 출마자들의 이익과 논리대로 굴러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나는 애초에 창당을 반대했다. 언젠가 유 장관이 복당은 불가능, 신당 말고는 정치적 재기가 불가하다는 것을 깨닫자 창당에 적극 찬성, 그리고 참여. 창당 후 개인적으로 갈등에 쌓였다. 내가 원한 것은 출마자 최소화였다. 민주당 후보가 별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3명 이상 뽑는 지역구를 전략 지구로 선정하고 우리 중 최선의 후보를 선택해 내보는 것이 내가 바랬던 전략이자 상당수 당원들의 바램이었다. 왜냐하면 작금과 같은 결과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장 후보가 출마하자 득표에 도움만 된다면....전 지역구 출마로 전략이 바뀌었고 어느 순간 누구나 손만 들면 다 출마할 수 있는 범인의 상식으로 봐서는 이해가 안되는 당으로 전락했다. 출마자 검증에 대해 지역위는 중앙위에 미루고 중앙위는 지역위에 미루는 동안 그런 일들이 발생했다. 어떤 출마자들이 보기에 내 말에 섭섭함을 느끼고, 또 공격의 칼날도 날아오겠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게 사실이니깐.
정확히 이번 유시민 후보의 패인은 '호남 비토'도 '유시민 비토'도 '친노 비토'도 아닌 '참여당 비토'인 것일까. 잘모르겠다. 우리 지역만 봐서는 그렇다는 것이다. 앞으로 참여당이 할 일은 손만 들면 다 출마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한편, 기왕에 솔직히 말한거, 참여당의 미래에 대해서도 덧붙인다. 이번 선거는 애초의 예상과 달리 압승한게 맞다. 이 정권 들어 연합뉴스가 조중동년이 된 것은 그놈의 돈도 안되는 종편 채널 선정 때문이다. 명박이네는 그 당근을 가지고 이리 구슬리고 저리 구슬리고 언론들을 자기통제 하게끔 만들었다. 문제는 그 종편이란게 절대 사업권 선정만으로 돈이 안된다. 지자체에서 물을 줘야 쭉쭉 빨아 먹을 수 있는 구조인데 이번 수도권 기초단체장 광역의회의 선거에서 대패했으니 마음대로 굴릴 수 없게 되어 버렸다. 한마디로 족된 것이다. 야당이 예산만 잘 관리 해도 연합도 중앙도 명박이를 버릴 수 밖에 없는 입장에 선 것이다.
이 쾌거, 이 압승은 유시민의 힘에서 기인한 것이다. 아무리 민석이가, 영길이가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상당수 민주당 지지자들도 이것을 인정하고 있다. 경선에서 이미 보지 않았나. 매우 중요한 변화이자 희망이 깃들고 있다.
그간 내가 온에서, 오프에서 주장한 요지는 참여당을 절대 일개정당으로 생각하지 말아 달라. 시민광장을 또는 서프를 하나의 팬클럽이나 웹진으로 생각하지만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또 민주당도 함부로 까대지 말라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하나의 세력이지 한 정당, 한 조직으로만 생각하면 소수고립될 수 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소수고립된 조직은 유시민에과 개혁 세력에게 짐만 될 뿐이다.
정치 일반론으로 봐서는 참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압승했지만 대권 후보가 없고 참여당은 대패했지만 유력한 대권주자를 낳았다. 비대칭도 이런 비대칭이 없다. 앞으로 어떻게 결론이 날 것인가. 정치적 상식으로 보면 언제인가 시점만 문제일뿐 통합으로 진행될 것이다.
비교하자면 비슷한 예가 있기도 하다. 이회창의 한나라당 시절 박근혜는 당을 탈당하고 미래정치연합을 만들었다. 비대칭 구조가 되었고 박근혜는 다시 화려하게 대권주자로 복귀했다. 야권은 훨씬 심한 비대칭 구조가 되었다. 수꼴 박근혜하고 우리하고 비교하냐고 기분 나빠할 분들이 많을 것이다. 굳이 예를 찾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참고로, 유시민 후보는 참여당과 관련해 '백년정당'이란 표현을 한 바 없다. 지지자들끼리 말을 돌리다 보니 그런 말을 한 듯 믿고 있는 듯 한다. 이번 선거 직 후 언론사 회견에서 유 후보는 참여당의 미래에 "앞으로도 야당들이 한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답했다. 그 '한 힘'이 계속 연대가 될 수도 있고 통합이 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야권의 비대칭 구조상 통합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통합이 불편하면 따로 헤어져 연대로 가는 것이고, 연대가 불편하면 통합으로 가는 것이 올바른 정치적 원칙이 아닌가. 외 따로가 무조건 원칙이고 통합이 더 원칙인 그렇게 더런 원칙은 개한테나 줘버리자고. 왜 더럽냐 하면 배고픈 민중은 없고 결국 정당 기득권 수호 이상은 없더라고.
선거가 끝났 직 후, 더 아름다운 말로 자평하는 것이 내 건강과 안녕에 좋다는 것쯤은 나도 안다. 그러나 모든 미사여구에는 독이 숨어 있는 법이다. 참여당 안에도 자아 도착에 빠진 닝구1,2,3,4,5,6....이 있다는 것쯤은 인정해야 할 것 아닌가. 모든 가능성에 대해 마음을 열고 각오하자. 아니면 닝구들이 득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