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북 심리전 재개를 둘러싸고 남북 군 당국 간에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군 당국은 천안함 침몰 대북 대응책의 하나로 김정일 비판전단 살포와 함께 최전방 지역 확성기 방송 등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 북한 군부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남북 장성급 회담 북측 대표단장은 지난 5월 26일 대남 통지문에서 "남측이 방송 재개를 위해 전연(최전방) 일대에 확성기까지 설치한다면 우리 측은 설치되는 족족 조준 격파사격으로 없애버리기 위한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이미 발표한 대북 조치들을 차질 없이 진행할 것"(5월 28일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도 6월 중순께부터 대북 방송을 비롯한 심리전을 본격 재개한다는 방침에 따라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남북 충돌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새로 시작될 대북 심리전은 과거와 확 달라진 차원에서 진행될 것이란 게 군 관계자의 귀띔이다. 특히 군 당국이 기대를 걸고 있는 건 지난 몇 년간 한국의 대중가요계를 뒤흔든 '걸 그룹'들이다. 대북 심리전은 확성기를 통한 가요 방송과 1~2㎞ 떨어진 곳에서도 보이는 초대형 전광판을 활용한 문자·영상 송출이 주를 이룬다.
남한의 대중문화를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대중가수와 관련 콘텐츠 제공이 핵심인데 최근 정상의 인기를 누리며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가요계의 걸 그룹들이 가장 강력한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다. 소녀시대를 비롯해 원더걸스 티아라 애프터스쿨 등으로 대표되는 걸 그룹들이 나설 경우 최전방의 북한 병사들을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는 핵폭탄이 될 것이란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군 관계자는 "통상 10년 장기 의무복무에 지친 북한 병사들이 파격적인 의상과 밝은 모습, 깜찍한 율동과 노래가 어우러진 '남조선 소녀'들의 모습에 노출될 경우 충격파는 상상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1980~1990년대의 전방부대 대북 심리전이 확성기를 통해 가수 이선희 등의 노래를 틀어주는 수준이었다면 이번에는 걸 그룹들의 노래를 영상과 함께 보여주는 전혀 다른 차원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155마일 휴전선 일대에서 북한을 향한 심리전이 일제히 실시될 경우 차단책이 마땅치 않은 것도 북한의 고민이다. 남측 확성기와 전광판에 총을 쏘겠다는 위협이지만 실제 그런 도발을 감행할 경우 우리 군으로부터 보복·응징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
최전방 지역에서 마지막 대북 심리전이 이뤄졌던 6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20세 안팎의 북한군 병사들의 마음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을 걸 그룹들의 대거 진출과 선명한 화질의 동영상을 내보낼 HD(고화질) 시대의 개막은 북한 병사들에게 치명적인 유혹이 될 듯하다.(일요신문=김성진 기자)
본문 http://media.daum.net/society/affair/view.html?cateid=1010&newsid=20100604090036246&p=il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