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18.금요일
아이아스

의사가 휘두르는 메스나 조폭이 휘두르는 회칼이나 폭력이라는 점에서는 똑같아. 단지 상대방의 동의를 얻었느냐 그렇지 않느냐만 다를 뿐이지.
그럼 자신들의 행정 편의를 위해 피의자에게 폭력을 휘두른 경찰과 보호세 갈취를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시장통 건달의 차이는 뭘까?
필자는 어려서 부터 액션물을 무지 좋아했고 한때 합기도, 유도에 푹 빠진 적도 있는 격투기 애호가다. 단순 무식한 인간이라서 이기고 지는 승부내는 것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이종격투기도 즐겨 본다. 그리고 온라인 게임할때 보면 자기 보다 약한 상대 괴롭히면서 쾌감 느끼는(00섭 가시덤불 골짜기 죽돌이 쪼랩 학살자 ^^) 비겁함도 숨어있는 사실 내면 깊숙히에 폭력에 대한 갈망이 내재되어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적어도 성인이 된 이후에는 술 집 옆 테이블에서 대 놓고 시비를 걸어와도 웃어 넘길 정도로 단 한번도 폭력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이전 보다 몸이 둔해진 관계로 맞을 것이 겁나서? 아니면 사회적 지위 때문에? 둘 다 아니다. 솔직히 얘기하면 평상 시 진료하는 것 만으로도 폭력에 대한 갈망은 충분히 해소되기 때문이다.
겁이 나서 부들 부들 떨면서도 스스로 맞을 부위를 노출 시키는 상대. 주사기가 들어가면서 큰 고통이 느껴지지만 감히 필자의 손을 쳐낸다거나 하는 것은 꿈도 못 꾸고 그저 '아~'하는 낮은 신음소리만 흘리는 상대. 그리고 그런 상대의 몸 구석 구석을 마음껏 칼질하는데서 오는 폭력적인 쾌감은 술 자리에서 시비 걸어오는 상대를 때려 눕혔을 때 오는 수준 낮은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자 윗글을 읽은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 이런 사이코 의사가 존재한다는데 정신이 오싹하지 않아?
일단 안심하셔, 필자 환자 진료를 통해서 쾌감 얻는 변태 의사도 아니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걸 공표할 정도로 배짱 좋은 키보드 워리어 아니니까.
지금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의사가 휘두르는 매스나 조폭이 휘두르는 사시미나 폭력이라는 점에서는 똑같다는 거야. 하지만 한 쪽은 칼을 휘두른 댓가로 돈도 벌고 존경도 받지만 한쪽은 사회적인 지탄거리이자 처벌 대상이지. 둘의 차이는 뭘까?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거? 의사도 사람 죽일 때 많아. 그럼 사람 죽인 의사는 건달이랑 동급이야?
제일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동의 하에 이루어지는 폭력이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야.
국가와 공권력이라는게 뭘까? '리바이어던'의 존재를 갈망했던 홉스 조차도 공권력의 본질은 사회 구성원이 그 존재에 동의를 한 것으로 부터 출발한다고 이야기했어.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할 필요가 없지만 인간이라는 존재가 사회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자신의 기본권을 일정 부분 위탁한 존재. 그게 바로 국가라고.
그렇기 때문에 공권력이 인간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더욱 신중을 기해야만 해. 왜냐면 공권력의 존재 자체가 더 큰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최소한의 규칙을 정한 것인데 그 규칙이 이유 없이 인간의 기본권을 속박했다면 그 공권력이야 말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부정한 셈이니까. 그리고 그 기본권 중 그 어떤 것 보다도 더 우선시 되어야 하는 건 인간이라면 그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권이야.

연쇄살인마든 연쇄강간마든 근친 살해범이든 제 아무리 사회적으로 지탄 받아 마땅한 인면수심의 범죄자라 하더라도 법정에 의해 유죄 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해야하고 또 법이 정한 처벌 이외에는 어떤 인권 침해도 이루어져서는 안돼.
아무리 죄가 밉더라도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되니까. 리고 그 사람 역시 사회 구성원으로써의 인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어제 인권위가 발표한 경찰에 의한 고문 보도를 보고 나니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
아예 비명도 못지르게 제갈 물리고 짓밟기, 팔을 뒤로 꺽어서 돌리기, 정신적인 수치심 주기. 등등 큰 상처 안 주는 방식으로 기술적으로 상대방에게 육체적인 고통과 모멸감만 주었다는 점, 해당 피의자들이 절도 등의 비교적 경범죄 혐의였다는 점, 경찰서 한 구석에는 그런 고문을 위한 CCTV의 사각지대 까지 있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애초에 고문은 수사 시스템의 일부로 정착되어 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아.
왜 그들은 고문을 했을까. 아마 해당 경찰들의 속마음은 이럴 거야.
'너희가 현장을 아냐? 요즘 인권이니 뭐니 시끄러워서 범인들 다루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인력은 달리고 할일은 태산인데 언제까지 자백 않는 범인 한명에게 메달려 있을 만큼 경찰이 한가한게 아니야.
신문 보도나 읽고 펜데 휘두르는 너희 따위가 범인 한명 한명 직접 다뤄야 하는 현장 경찰들의 입장을 이해할리 없지. 이렇게 우리가 일선에서 고생하니까 너희가 편안하게 하루 하루 보내는 거 아니야.'
결국 그들이 피의자를 고문한 것은 '효율적인 일처리' 즉 '행정 편의'를 위해서 였다. 효율적으로 그리고 빨리 맡은 바 일을 수행해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득이한 작은 폭력 정도야 별것 아니니까.
근데 말이야. 시장통에 건달들도 말로 잘 해결되는 상황에서는 굳이 폭력 안 쓰는데. 말로 겁줘서 안 통할 때에야 어쩔 수 없이 상대를 제압하는 수단으로 폭력을 쓰는 거거든.
그럼 양쪽 다 효율적인 일 처리를 이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시장통 건달이 행사하는 폭력이랑 경찰서에서 경찰이 시행하는 고문의 차이는 뭘까?
합법성? 둘 다 불법이긴 마찬가지지? 공익성? 아직 법정에서 유죄 판결 받지 않은 피의자는 무죄로 추정하는 것이 형법의 원칙인거 잊었어? 무죄인 사람을 고문하는게 무슨 공익성이 있겠어?
생각해 보니까 어떤 면에선 차라리 조폭이 경찰보다 낫다는 생각마저 든다.
걔네는 공권력이니 뭐니해서 스스로를 정당화 하지는 안잖아. 그래도 하얀척 하는 까마귀 보다는 아예 검은 까마귀가 얄밉지라도 않지.
걔네는 적어도 걸렸을 때 일단 발뺌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해당 경찰서 관련자 7명만 급하게 행정처리 하는 식으로도마뱀 꼬리 잘라내기는 안하잖아.(그런거 한 적 없다고 인권위를 고소하네 어쩌네하고 으름장 놓을때는 언제고 이제와서는 아직 수사 시작도 하기 전에 논란 거리를 제공한 것 만으로도 징계대상이라고? 그럼 청와대 앞에가서 논란거리 만들어내면 가카도 징계 할래?)
쩝. 어쩌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에 의해서 기본권의 일부를 위탁하면서 국가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그냥 책상에서 펜데나 굴리는 학자 영감들이 떠드는 이상론인지도 모르겠다.
현실은 나라에 갖다바치는 세금이나 시장통 건달에게 뜯기는 보호세나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의심스러워서 자꾸만 혼란스러운 하루다.

다산 정약용의 흠흠신서(欽欽新書)
사람을 심문하고 벌주는 일은 억울한 이가 생기지 않게
주의하고 또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설령 유죄가 확정된 죄인이라 하더라도 법이 정한 것 이상의
처벌로 인권을 훼손해서는 안되는 이 시대에
정식 재판도 거치지 않은 이들에게 고문을 통한 수사가 이뤄진 것을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과연 조선시대보다는
합리적인 법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 맞는지 그게 의문스럽다.
종합병원 응급실에 도주하던 범인과 그 범인을 쫓던 경찰이 모두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낙상을 주소로 내원했을 때 여러분이 의사라면 어느 쪽을 먼저 응급처치 하겠어?
아무래도 공무를 집행 중에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경찰 쪽이겠지? 하지만 의사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배웠어. 비록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공무원과 지탄의 대상인 범인이라 하더라도 그 둘이 가지고 있는 인권은 같은 것이기 때문에 둘 중에 더 위중한 환자를 먼저 진료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의사의 자세야.
범인의 범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법정의 판사이지 의사가 할일이 아니니까. 또 범죄의 처벌 역시 법정의 판결에 근거한 형무소에서 이뤄질 일이지 응급실에서 의사에 의해 이뤄져서는 안되는 일이니까.
같은 맥락으로 아무리 사회적으로 지탄 받는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공권력은 그 인권을 존중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거야. 왜냐하면 죄는 밉지만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되는 법이니까. 이 문제 투성이의 나라가 그리고 국회에서 맨날 쌈박질만 하는 민주주의가 그래도 과거의 봉건 왕조들 보다는 우월하다고 동의할 수 있는 이유가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기 때문이라며?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 사회에 나와서 느끼는 것이 이토록 다른 것은 필자가 국민학교 때 공부를 열심이 안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식과 현실은 애초에 공존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일까.
국가의 주인으로써 권리 행사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인권 조차도 보호 받을 수 없는 나라. 아직은 '세상은 다 그런거구나'라고 인정하기 싫은 마음이지만 과연 언제까지 그 마음이 꺽이지 않을 수 있을지 필자 자신도 의문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