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큰하고 칼칼하게 김치찌개 끓여놓고.....
도란도란 이야기꽃 정답고도 따듯하게 풀어내고
들어줌에야 칼칼하고 시원한 김치찌개가 제 맛이라.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다 콸콸 물 한 사발 부어주고
시어 꼬부라진 김치조각 숭덩숭덩 썰어 넣고, 먹다 남은
돼지고기 휘휘저어 넣어주고 파다 마늘이다 갖은 양념에
정성 한 숟가락 덤으로 넣어주면 자글자글 보글보글
소리도 요란하게 듣기도 정겹도록 넘치도록 끓여내어
부러진 개다리소반 투박하게 차려내면 이게 참맛이라.
돌계단에 너럭바위 숨차게 올라서면 흐르는 땀방울 어쩌지 못해
가쁜 숨 몰아쉬며 다리도 풀어주고 헐떡헐떡 심장도 쉬게 하면
발아래 상계동의 성냥갑 같은 아파트 사이로 바람이 분다.
아스라이 건너에는 도봉의 미끈한 봉우리들 앞 다퉈 손짓하고
등 뒤에 너른 들은 숨통이 트이듯이 시원하게 막힘이 없다지만
저곳이 ‘남양주 별내’라는 말에 트인 숨이 다시금 막혀온다.
개발이란 미명하에 우리의 산하는 콘크리트 천지로 변할지니.
산이란 이름의 모든 산은 어쩌면 세월이 흐르고 난 뒤에
산이란 명칭을 잃고 나서 어쩌면 섬이란 이름을 새롭게
얻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도 동물도 바람결에 나부끼는
민들레 홀씨마저 높다란 장벽에 가로막혀 건너뜀도
힘에 부치는 날에 산은 이미 산이 아니요,
바다에 홀로 뜬 섬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답답하고 대책 없는 세상의 시름이야 오늘은 제쳐 두고,
바람 좋은 너럭에다 돗자리 깔아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들
안주삼고 끼니삼아 다리품 쉬어가자.
걸쭉하고 걸판진 하로동선님 이야기 몇 마디 양념으로 얹어놓고
담백하고 시원한 생 무 같은 수선화님 덤으로 잘라 넣어
막걸리 한잔 넘치도록 따라 권하거니 받거니 몇 순배 돌고나면
세상이 별거라니 이게 세상이지.
묵은지 같은 유노사랑님 곰삭은 뒷맛이야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 올법하고,
시원한 바람 세차게 아무리 불어와도 머리카락 날릴 일 없는
다정무심의 천연기념물 같은 남정네의 여린 순정이야
처녀라면 울고불고 가슴마저 설레는데 어이하여 외기러기
신세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지만, 세상에 닳고 닳아 분내 나는
젊음에는 비할 바 없어 시원한 바람 같고, 시원한 맥주 같다.
이산 저산 나비 날듯 날라 다닌 미사리님이야 말해 무엇하고
나름 애교스럽고 다정스런 하로동선님 짝지님의 툭툭 내뱉는
이야기는 나이가 든다는 것은 ‘늙어감이 아니라 완숙해 간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뭘 더 바랄까.
세상의 온갖 더럽고 추한 것들 틈에서 이만한 공간이 더 있더냐.
쾌쾌한 썩은 냄새 진동하는 틈바구니에서 이만큼 신선한 바람
가슴 터지도록 마실 수 있는 곳이 그 어디더냐.
산도 좋고 들도 좋고 바다도 좋다지만, 다 아니다.
난 산도 들도 바다도 아니다. 그곳에 함께 하는 네가 좋다.
잔을 들어라, 넘치도록 잔을 채워 단숨에 마셔라.
취해도 추하지 않을 그대와 나, 이렇게 오늘은 취하도록 마셔보자.
상위에 김치찌개가 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