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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고위공무원을 외부인재로 채우겠다고 나선 것은 체험경제로 한 단계 도약해야 할 한국사회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시도입니다.
문제는 이런 인재에 필수적일 직접체험을 겪은 이들은 아마도 상류층 자제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특히 직접체험의 최고봉이자 아마도 가장 비싼 체험일 해외유학을 경험한 이들은 더구나 그럴 가능성이 크겠지요.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파리나 런던, 뉴욕에 대해 가르치면 이미 그곳에 다녀온 아이들이 교실마다 한 10명씩은 된다고 합니다. 간접체험만 한 선생님이 직접체험을 하고 온 아이들을 가르치는 우스운 꼴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홍정욱 의원은 외교부 특채직원의 41% 이상이 현직 고위공무원 직원의 자제들이라는 자료를 공개했는데, 이것이 꼭 불공정한 채용절차때문이라고만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매우 공정한 채용을 진행했다 해도 직접체험을 했고 또 해당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을 뽑기를 원하는 공무원 특채제도의 명백한 의도때문에 결국 뽑힌 인재들은 한국사회의 상류층 자제일 확률이 매우 높을 뿐인 것입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학생들의 다양한 체험을 계량화해 전인적 인재를 뽑겠다는 입학사정관제 역시 상류층 자제에 유리할 확률이 높습니다.
직접체험에는 많은 시간이 듭니다. 특히 어린시절의 고순도 직접체험에는 시간뿐 아니라 부모의 막대한 경제력의 뒷받침까지 있어야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이번 유명환 외교부장관 파문을 단순히 채용과정의 공평무사함이란 앵글에서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본질을 외면한 것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공정한 사회"를 외치지만 단순히 절차적 공정함 뿐 아니라 결과적 공정함까지 보장할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서민층은 앞으로 좀 더 구조적이고 공고한 차별에 직면하리라는 것입니다. 고시와 독서, 제도교육이라는 간접체험의 기회만 쌓을 수 있는 서민층은, 직접체험을 얻은 "체험경제의 총아"들을 뽑는 미래의 경쟁에서 판판이 패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절차적 공정함을 넘어선 "결과적 공정함"을 얻기 위해서는 미국의 경험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바로 "affirmative action"입니다. 명문대학 신입생, 고위직 공무원, 대기업 채용 등에 있어, 인종, 계층, 지역 별로 강제할당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이런 방법이 우수인재에 대한 또다른 역차별이라는 거센 항의가 있었지만, 어쨋거나 이렇게 해서라도 다양한 인종과 계층에서 우수인재를 양성하고 또 이들이 직접체험을 하도록 배려해 왔기에 그나마 미국사회가 여러 문제에도 무너지지 않고 버텨왔다고 봅니다. 이러한 사회정책이 키워 낸 상징적인 존재가 바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지요.
이명박 대통령 자신도 빈민층 출신이고 간접체험을 통해 계층의 사다리를 오를 수 있었던 당사자인데, 직접체험을 중시하는 특채 시스템의 맹점이 무엇인지 스스로 돌아볼 기회를 갖기를 바랍니다.
유명환 외교 파문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절차적 공정성이 아니라 결과적 공정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우리사회가 곧 계층간에 큰 파열음을 일으킬 것이라는 점이지요. 그것이 바로 체험경제가 예견하는 우리사회의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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