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변 카페에 비가 들이쳤다. 덩달아 바람 한 줄기, 흰 머리카락을 흔든다. 그도 머지않아 환갑이다. “야, 비, 참 좋게 내리네.” 허공을 향하던 시선에 다시 초점을 잡으며 말을 덧붙인다. “우리는 하늘만 쳐다보지 않을 겁니다. 정치인들에게만 맡기지 말자는 거죠.”
문성근(58)은 2003년 4월 노사모를 탈퇴했다. 이듬해엔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도 그는 나서 발언하지 않았다. 영화 관련 인터뷰 때마다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했다. 그런데 물경 6년여 만에 정치·시민 운동의 전면에 나섰다. 어떤 이는 “마침내 돌아왔다” 할 것이고 다른 이는 “결국 떠났다” 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 참여는 민주공화국 시민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그에겐 오고 감이 따로 없는 본디 자리다. 그는 언제나 배우였고 시민이었다. 당분간 배우의 대사를 미루고 시민의 발언에 더 힘주겠다는 결심이 새로 생겼을 뿐이다.
8월26일 밤 12시, 그는 새 인터넷 홈페이지를 열었다. ‘백만 송이, 국민의 명령’
(www.powertothepeople.co.kr). 최초 가입 회원은 문성근. “유쾌한 100만 민란 프로젝트.” 대문글과 함께 오른손을 치켜든 문성근의 사진이 큼지막하다. 그는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8월25일 오후 경기 고양시 카페에서 문성근을 만났다. 여균동 영화감독, 김두수 사회디자인연구소 상임이사가 동석했다.
- 민란이라니, 무슨 말인가.
= 나는 지금 광장에 방을 붙이고 있는 셈이다. 2012년에 민주·진보 정부를 세우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일종의 민란이자, 시민혁명을 하자는 대자보를 거리에 써붙이고 있다.
- ‘국민의 명령’ 홈페이지에 “제3지대에서 모두 만나 백지 상태에서 새 그림을 그리는 야권 단일정당을 건설하자”고 밝혔다. 왜 제3지대 야권 단일정당인가.
= 후보 단일화를 통해 6월 지방선거에서 이겼다. 경남·강원·충청에서 당선됐다. 그런데 그건 지역 통합 정당을 추구했던 김대중·노무현 두 전 대통령의 목숨값이다. 같은 방식으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치를 수 있을 것 같은가? 너 하나 양보하고, 나 하나 양보하는 방식의 조정이 (2012년 총선·대선 때) 정당 사이에 이뤄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2011년 가을까지 한나라당과 조·중·동 연합으로 대표되는 극우 정파를 제외한 나머지 정치세력이 기존 정당의 틀을 벗고, 정당의 기득권을 벗고, 새로운 단일정당에서 만나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