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 새 내렸던 빗물에 젖어 어느 새 들판엔 초록빛의 노래
추운 겨울에 눈보라치면 들불로 타오른 해방의 노래
타다 꺼지면 이 몸 마저도 재가 되도록 붉게 타오르리라
이 땅에 민중민주의 그 날은
눈물과 피의 꽃이 만발하리라
캄캄한 어둠의 질곡속에 불꽃으로 타오르라
타다 꺼지면 이 몸 마저도 재가 되도록 붉게 타오르리라
먼 훗날 노동해방의 그 날은
반동의 피로 붉게 도색 하리라
해방의 찬란한 길목에서 불꽃으로 타오르라
해방의 찬란한 길목에서 불꽃으로 타오르라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단결을 부르짖고
인간의 권리를 되찾기 위하여 나서자고 호소하는
전태일을 보고 나이 든 선배 재단사들이 ‘바보’라고 불렀을 때
그는 단연코 ‘좋다.나는 바보다’라고 마음 속으로 부르짖었다.
그것은 스스로를 비웃는 자조의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을 보고 바보라고 부르는 세상의 거꾸로 된 가치관에 대한 도전이었고,
자신이 가려고 하는 길이 절대로 그릇된 길이 아니라고 하는 강렬한 자기 확신의 표현이었다.
그것은 세상의 ‘똑똑한’ 자들에 대한 불을 토한 매도였고
세상의 ‘약삭빠른’자들에게 되돌려 주는 동정어린 비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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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친우여, 받아 읽어주게
친우여,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부탁이 있네.
나를,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영원히 잊지 말아주게.
그리고 바라네.
그대를 소중한 추억의 서재에 간직하여주게.
뇌성 번개가 이 작은 육신을 태우고 꺾어버린다고 해도,
하늘이 나에게만 꺼져 내려온다 해도,
그대 소중한 추억에 간직된 나는 조금도 두렵지 않을 걸세.
그리고 만약 또 두려움이 남는다면 나는 나를 영원히 버릴 걸세.
그대들이 아는 , 그대 영역의 일부인 나.
그대들의 앉은 좌석에 보이지 않게 참석했네.
미안하네. 용서하게. 테이블 중간에 나의 좌석을 마련하여주게.
원섭이와 재철이 중간이면 더욱 좋겠네.
좌석을 마련했으면 내 말을 들어주게.
그대들이 아는, 그대들의 전체의 일부인 나.
힘에 겨워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 굴린,
그리고 또 굴려야 할 덩이를 나의 나인 그대들에게 맡긴 채.
잠시 다니러 간다네. 잠시 쉬러 간다네.
어쩌면 반지의 무게와 총칼의 질타에
구애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않기를 바라는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내 생에 다 못 굴린 덩이를, 덩이를,
목적지까지 굴리려 하네.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또 다시 추방당한다 하더라도
굴리는 데, 굴리는 데, 도울 수만 있다면,
이룰 수만 있다면..
-전태일 평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