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하늘가득 별이 총총하고 바람도 시원합니다. 은하수 맑은 골에는 별의 별 천사가 산다지만, 나는 그 많다는 천사를 한명도 알지 못합니다.
맑은 바람에 휘영청 밝은 달빛이 좋고도 좋다지만 나는 달도, 바람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바람 좋은 가을밤 긴 달그림자가 밟아가며 흥취를 더할 뿐.
배반과 반역이 흙탕물로 넘실거리던 봉건의 새벽은 이미 없습니다. 어둠이 깊으면 이내 새벽이 온다지만 새롭게 밝아올 그 신 새벽도 나는 알지 못합니다.
이산저산 넘나들며 이풀 저 풀 뜯어먹고 보기 좋게 살 오른 누렁황소는 되새김질 한가롭다지만, 나는 알지 못합니다. 어떤 풀이 보기 좋게 살을 찌웠는지.
나는 알지 못합니다. 저 은하수 맑은 골, 은하수와 맞닿은 저곳에는 어떤 세상이 있는지. 또 뉘라서 마음 좋게 그 곳에 다다를 이를 반겨 주려는지 알지 못합니다. 별의 별 천사 많다지만, 그 많은 천사 중에 별천사가 이어줄 세상에는 무엇이 있을런지, 낯빛이 희고 붉은지도 나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누렇게 고개 숙인 황금들판 있어, 그 너른 들판 씽씽 손자손녀 뒤에 태우고서 바람 좋게 달려가는 자전거 위 넉넉한 할아버지 한 분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야, 기분 좋다!” 호탕하게 웃어줄 할아버지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달빛 좋은 하늘가에 바람마저 향기로 불어가 마침내 다다를 저 마을에는 그 뉘가 사시는지 나는 알지 못합니다. 너른 마당 휘휘 쓸고 버선발로 맞아줄지 그것도 모릅니다. 음풍을 노래하고, 농월에 춤을 춘들 반기는 이 없으면 그만인데, 긴 달그림자 밟아간 저 마을에 뉘가 사시는지 나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지나는 객 다리품 쉬어가게 넉넉하게 군불 넣고, 개다리소반 차려내어 깡 보리밥 넘쳐나게 퍼 담고서 소금국도 찰랑찰랑 부어주면 허허롭게 짖어대는 검둥개도 곱고말고. 음풍농월에 수작질이 별건가요. 그리하면 좋고말고.
나는 알지 못합니다.
누구여야 하는지, 그 뉘가 어떤 꿈을 꾸는지 알지 못합니다.
나는 알지 못합니다.
꼭 누구여야 하는지, 그 뉘라야 만이 함께 꿈을 꾸려는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신중에 신중을 더해 마침내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발랄뿐. 귀 닫고, 눈 감아 마침내 나만의 철옹성속에서 독불장군 되지 않기를 바랄뿐. 그 이상도, 이하도 바라지 않습니다.
너도 나도 노란 피 철철 넘치는 유전적 돌연변이 한 식구인데 누구면 어떠하고 또 뉘라면 어떨까마는, 저도 인정에 끌리고 안면에 끌리는 사람인지라. 가시덤불 우거진 장군차밭에서, 벌겋게 양념버무리는 김장김치 행사장에서, 때 이른 장맛비 폭우로 쏟아지던 님의 묘역에서 그 어디에서든 마주치는 음풍농월의 바지런한 열정에, 그 지침 없는 행동에 박수와 지지를 보냅니다.
인심 좋게 너른 마당, 그 품에 천이어도 좋고 만이어도 좋고, 기대고 기대어주고 신명나게 놀이판 벌였다가 난리라도 나는 날에 호미 들고 낫도 들고, 우르르 쾅쾅 뇌성벽력으로 휘몰아쳐 참세상 열라치면 그것으로 좋고말고.
꼭 그리하게 귀도 열고 눈도 뜨고, 갈팡질팡 여러 사람 하나로 묶어내어 큰 불꽃으로 타오르게, 튼실하고 단단한 다리가 되어주길 간절히 소원하며 후보로 나오신 모든 분 선전하고 분전하길 그리하여 마침내 웃으며 한길 걸어가길 또한 소원하고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