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새로 선출되신 집행부 새벽21님과 조이플님 축하드립니다. 낙선하신 별천사님, 음풍농월님도 힘내십시오.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러모로 유시민의 좌클릭이 절실합니다. 실제 우리정치의 발전을 위한 대의적 측면에서 보나, 첨맘님 개인의 정치전략적 측면에서도 모두 그러합니다.
저는 유시민의 좌클릭이 노무현대통령님의 진정한 유지를 받드는 일이라는 조국 교수의 진단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진보세력의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은 지나친 면이 많이 있습니다만, 한편으론 그들이 주장이 모두 전혀 실체적 근거없는 날조였던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그들의 주장속에 내포된 비판의 합리적 핵심을 보아야 합니다. 그들의 주장이 비록 참여정부의 공을 외면하고 과만을 과장한 것이었더라도, 그래서 그것이 우리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더라도 첨맘님의 정치적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라도 진취적인 자세로 취해야 할 것은 취해야 합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을 한명만 꼽으라면 '정동영'이 되겠습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위선, 가식 그리고 기회주의이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동영은 무엇이 장사가 되는지를 잘 캐취하는 정치인이고, 민감한 촉수를 바탕으로 미세조종( fine-tuning)에 능한 정치인입니다. 이번에 그가 들고나온 '담대한 진보'는 정동영 특유의 정치감각을 잘 보여주는 전형입니다. 과거 정풍운동의 제2탄쯤으로 보면 될 겁니다. 노무현과 참여정부에 대한 배신의 이미지가 극복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으며, 무엇보다 지금 국민의 정치의식자체가 과거에 비해 좌클릭되어있다는 현실진단아래 당내 최대라이벌인 손학규와의 이념적 비교우위를 선점하고, 비민주 진보대통합론을 사전에 차단하는 이중의 효과를 꾀하기 위해, 참여정부에 대한 반성문을 쓰는 자기부정을 하면서 과감한 좌클릭을 선언한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정동영의 이러한 현실진단은 정확합니다. 정동영의 문제는 그가 하는 모든 정치행위의 궁극적 포커스가 정치발전과 그에 따른 국민의 복리증진에 있다기 보다 정동영 개인의 권력증대에 맞춰져 있다는 점에 있는 것이지, 이러한 그의 현실진단까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심상정의 말에 따르면 자신이 몇년 전 강연할 때 비정규직 문제를 말하면 대부분의 청중들이 무관심과 거부반응을 보였는데 반해, 요즘 같은 얘기를 하면 청중들이 이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집중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국민들의 정치의식자체가 좌클릭되었다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박근혜조차 복지국가를 말하는 현실적 이유가 되고 있고, 마찬가지로 유시민또한 좌클릭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이유중 하나입니다.
다음으로, 어제 총회에서의 첨맘님 발언을 요약한 것을 보면, 비민주 진보대연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에 말한 바 있지만, 저또한 이에 적극 찬성입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비민주 진보대연합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유시민과 참여당의 이념정체성입니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과 통합의 수준에서 결합하려면 유시민과 참여당의 좌클릭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첨맘님은 진보의 개념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규정하지 말자고 설파함으로써 진보대연합의 장애물을 돌파하려는 듯 보입니다만, 이념과 정책의 실체내용의 좌클릭없이 그러한 정치적 유연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그것이 가능한지에 관해서 전 회의적입니다. 설사 국민들의 거센 통합요구에 밀려 어떻게든 통합이 가능하다 치더라도 좌클릭없는 유시민이 가세한 통합진보정당의 가상적 모습은 결코 평온하지 않을 듯 싶습니다. 끊임없이 유시민의 이념적 이질성을 두고 논쟁을 벌일 것이 눈에 뻔하니깐요. 진보신당에서 당원들에게 돌팔매를 맞을 것을 각오하면서도 연합정치를 실천하려는 심상정 대표나, 제 눈엔 합리적인 진보인사로 보이는 조국교수까지 유시민의 좌클릭 필요성을 계속 강조하는 의미를 깊이 음미해봐야 합니다. 그들보다 훨씬 경직적 태도를 보이는 인물들이 진보진영에는 광범위하게 산재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진보개념에 대한 첨맘님의 말씀취지또한 충분히 공감하는 바 있으나, 한편으론 민노당,진보신당의 비판에도 분명한 합리적 대목이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관련하여 한가지 더 얘기할 게, 제가 알기론 첨맘님은 젊은 시절부터 자유주의의 가치에 대해서 남다른 집착을 보여왔다는 점입니다. 어찌보면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에 충실한 첨맘님의 특성상 이것이야말로 비민주 진보대연합의 가장 큰 걸림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즉, 유시민의 자유주의에 대한 뿌리깊은 내면적 소신이 진보진영과의 괴리를 가져오는 가장 근본적 원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첨맘님이 진보라는 개념을 궁극적으로 자유라는 가치로 환원시켜 정의하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보는데, 저는 공감하면서도 우려합니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자유주의적 기초가 부족한 나라이긴 하지만, 자유주의가 오늘날 대한민국하에서 진보세력의 대표인물이 들고 나설 깃발의 주제이어야 하느냐에 관해선 매우 부정적입니다. 얼마전에도 같은 말을 한 바 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저는 첨맘님의 이념정체성은 진보적 "자유주의"가 아니라 "진보"적 자유주의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자유주의보다는 진보에 강력한 방점을 찍고, 진보의 한계를 소극적으로 보완하는 선에서 자유주의를 활용하여야 합니다.(첨맘님은 자유주의와 진보는 양립가능한 개념이라고 하시고 저 또한 그 취지를 이해하지만, 사회가 일정수준 이상으로 진보하면 양자는 뚜렷한 길항적 관계를 보이는 것또한 사실입니다.) 저는 그게 시대정신에 부합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자유주의의 장점보다는 그 부작용과 폐혜가 더욱 확인되고 있는 것이 세계사적 흐름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서 대한민국 진보정치에 있어 신념윤리보다는 책임윤리가 긴요하다는 첨맘님 말씀은 바로 첨맘님 자신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자유주의가 첨맘님의 뿌리깊은 소신이더라도 진보정치의 발전라는 큰 그림을 위해서 자유주의에 대한 개인적 신념욕구을 좀 덜어낼 필요가 있다고 보입니다. 다만, 유시민의 좌클릭이 절실히 필요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수준까지 왼쪽으로 가야할 필요는 없고, 개인적으로 바람직하다고도 생각치 않습니다. 그러나, 그 근처 비슷한 지점까지는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통합진보정당을 가정할 때, 가장 오른쪽에 유시민이 있겠지만 그래도 다른 대부분의 당원들이 유시민과 같은 정당을 함께 하는 것에 대해 최소한의 공감과 동지애를 가질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 강연을 통해 추측컨대, 첨맘님은 이미 작년부터 좌클릭의 필요성을 느꼈다고도 보입니다. 그런데, 혹시나 그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님에 대한 배신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또는 참여정부에 대한 자기부정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그래서 지자자들의 가슴에 난 상처를 치유해주지는 못할 망정 덧나게 하는 일은 아닐까 하는 우려때문에 그것을 과감하게 공개적으로 주장하지 못한 것일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과거에 대한 성찰을 말로 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서 변화된 모습을 보이려는 의도로 정책연구원장직을 맡으신 것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그러나, 그런 우려에서라면 조금 더 과감해지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님이 스스로 퇴임후 자기반성의 흔적을 남기신 터라, 참여정부보다 좌클릭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말로 표현하더라도 그것을 배신으로 해석하는 국민은 드물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그게 유시민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유시민이 좌클릭해야 하는 마지막 이유입니다. 솔직히 유시민이 진보세력이나 그 지지자들로부터 짝퉁, 사이비라는 소리 이제 그만 좀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지자로서 그런 일로 화나고 가슴 아픈 일 좀 적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그냥 좀스런 투정으로 취급해도 됩니다. 첨맘님. 힘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