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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세대 결집으로 만들어진 ‘네티즌 대통령’
체리(토끼) | 2011-02-26 16:03:21 | 조회 2667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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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세대 결집으로 만들어진 ‘네티즌 대통령’

[중앙일보] 입력 2011.02.26 14:56

야권 대선 후보 지지율 1위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
<거꾸로 읽는 세계사> 읽고 자란 20, 30대 학원자율화 세대,
‘저항’과 ‘도전’의 상징 ‘유시민 브랜드’에 대리만족

 트위터 팔로 수 17만 명. 정치인 중 1위다. ‘네티즌 대통령’이라 불리는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 ‘노무현의 유산’을 토대로 2012년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줄곧 2위 자리를 고수한다. 그 지지율의 비밀과 3월 국민참여당 당 대표로 나서는 정치인 유시민의 행보를 탐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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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일 오전 11시 여의도 참여정책연구원 사무실. 방에서 집필하던 유시민 원장이 외투를 걸치고 나왔다.
그는 요즘 ‘국가론’을 주제로 책을 집필 중이다.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경남 김해에서 열리는 국민참여당 전당대회 준비로도 바쁘다. 언론 인터뷰를 극도로 자제하는 유 원장은 기자를 보자마자 서둘러 자리를 피하려 했다.

―대선 후보 지지율 2위, 야권 후보로는 1위를 고수 중입니다. 어떤 심정인가요?
“대선 경쟁이 너무 과열됐습니다.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이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느낌인데요.
“앞으로 2년이나 남았습니다. 언론에서 너무 서두는 것 아닌가요?”
―그래도 유력한 대선 후보인데요.
“누가 유력해요? 저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짧은 몇 마디 끝에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졌다. 유 원장은 지난해부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이어 꾸준히 대선 후보 주자 2위 자리를 지켜왔다. 2월 첫 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32.6%), 유시민 원장(13.3%), 손학규 민주당 대표(7.7%) 순으로 나타났다.

거대 야당의 대표도 아니고 최근 2년간 뚜렷한 정치 행보도 보이지 않은 그가 야당 1위로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전문 여론조사기관인 디오피니언의 안부근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유 원장의 가장 큰 경쟁력은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지지층입니다. 이 지지층은 실제 대선 레이스에서 파도를 일으킬 잠재력이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결성된 촛불집회의 세력 상당수도 유 원장 쪽으로 흘러가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각종 여론조사기관은 유시민 지지세력이 대부분 20, 30대라고 밝혔다. 스마트폰을 쓰는 젊은 세대들의 주 소통수단인 트위터의 팔로 수만 봐도 그렇다. 2월 12일 기준으로 박 전 대표의 팔로 수가 7만5747명인 데 비해 유 원장은 그 두 배(17만3272명)가 넘는다. 다른 대선 후보들보다 유 원장의 지지층이 젊은이로 쏠리는 현상의 원인으로 안 소장은 ‘인지도’를 꼽았다.

“정치엔 무관심한 20대 이공계 대학생인 우리 아들 녀석도 ‘아는 사람이 유시민밖에 없다’고 하거든요. 우리 아들 세대는 박정희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표를 잘 몰라요. 유시민 원장이야 청소년을 독자로 한 책도 많이 냈고 지금 젊은 세대를 접할 기회가 많았죠.”

안 소장의 분석대로 유 원장이 젊은이들에게 먹히는 요인에는 ‘책과 말’이 큰 역할을 했다. 2004년 발간한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현재까지 70만 부가 팔렸다. 학원가에서는 필독서로 읽혔을 정도라고 한다. 2009년 출간한 <청춘의 독서>도 현재까지 12만 부가 팔렸다. 유시민이라는 이름은 20, 30대에게 ‘책’을 통해 말을 걸던 ‘학회 선배’ 같은 존재였다. 2000년부터 2년간 진행한 MBC <100분 토론>의 핵심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진행도 젊은이들에게 ‘유시민’이라는 인물을 주목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매주 전화 ARS를 통해 대선주자 지지율을 발표하는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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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를 찾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맞고 있는 유 원장

“유 원장은 박 전 대표와 큰 격차가 있지만 2위 주자군에서 유일하게 꾸준히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합니다. 지역적으로도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인다는 점에서 야권 잠룡 가운데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라 할 수 있죠.”

리얼미터에 따르면 유 원장의 두 자릿수 지지율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계속됐다. 유시민의 경쟁력은 노무현 전 대통령 후계자라는 정치적 유산을 계승한 가장 상징적 인물이라는 사실에서 온다는 말이다. 이 자산은 박정희·육영수라는 정치적 유산을 배경으로 한 박 전 대표에게 견줄 만하다는 설명이다.

팬클럽 ‘시미니즘’은 20, 30대 여성 주축
이 대표는 덧붙여 “보건복지부 장관직 수행 이후 옅어지긴 했지만 여전해 보이는 독선적 이미지는 지지층 외연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국내 굴지의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이와는 좀 다른 생각이다.
“지금의 지지율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선거는 판이 어떻게 짜이느냐에 따라 좌우됩니다. 현재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40%를 못 넘었어요. 범보수계열이 분열한다면 야권 쪽에 유리하고 야권이 분열하면 여권에 유리하죠. 본 게임 전에 펼쳐질 경선 룰도 중요하고요. 지금의 지지율은 인지도의 차이일 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습니다.”

인지도 논쟁을 논외로 하더라도 유 원장의 두 자릿수 지지율 유지는 한국 정치 판도의 변화에 따른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정치전문가들은 김대중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만 해도 20, 30대 지지율이 높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들은 대선 후보자 경쟁이 영·호남 지역 대결에서 세대 대결로 바뀌기 시작한 시점을 2007년 대선으로 본다.

이회창 대 노무현은 지역 대결이 아닌 세대의 대결이었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많은 젊은이들이 휴대폰과 인터넷 등 온라인을 통해 선거에 참여하고 소통했다. 결국 ‘노무현 당선’이라는 기적을 경험하자 그들은 기존 권위에 도전했고 파격적이고 새로운 정치 트렌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국회 등원할 때 면바지를 입고 나온 유시민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 때 국회에서 어린아이처럼 울부짖던 유 원장의 모습에서 기존 정치인과 다른 동질감을 느꼈을지 모른다.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전 국민적 충격 속에서 검은 상복을 입은 그는 노무현 지지자, 소위 ‘노빠’들을 유시민 지지자인 ‘유빠’로 대거 이동시켰다.

유시민 지지자들의 네트워크인 시민광장(www.usimin.co.kr) 회원 정해윤(30) 씨. 이전에 노무현 팬클럽이었던 그는 이제 유시민의 팬클럽으로 옮겨왔다. 정씨는 “왜 유시민을 지지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장 많이 닮은 정치인이다. 기존 정치인 같지 않은 신선함과 권위에 맞서는 도전의 이미지가 좋다”고 말했다. 진보 색채가 강한 후보인 만큼 정치 성향이 강한 젊은이들이 많지 않을까? 정씨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제가 알기로 유 원장을 지지하는 젊은 층 중에 학생운동을 하거나 진보적 이념에 경도된 젊은이는 별로 없습니다. 만약 진보적 색채나 급진적 혁명을 원했다면 유시민보다는 노회찬·심상정 등 노동운동가 쪽을 지지했겠죠. 유시민의 팬은 평범하지만 합리적 민주주의를 실현시켜줄 사람을 찾는 겁니다. 우리 세대는 부모 세대로부터 학생운동이니 민주주의니 하는 말을 들으면 일단 ‘촌스럽다’는 생각부터 하니까요.”

정씨는 아직 취업을 못 했다. 여전히 공부를 하는 그는 가끔 유 원장이 대학 강연을 온다는 소식을 접하면 달려가기도 한다.
“유 원장의 강연을 가보면 복도까지 줄을 섭니다. 600~700명이 강연 하나 들으려고 옵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들이 전부 운동권 학생들일까요?”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의 길은 막막하다.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기존 사회시스템의 개혁에 목말라 한다. 일단 현 체제 유지 쪽으로 기우는 ‘보수’는 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안도 해결책도 없는 답답한 시대에 그들은 유시민의 개혁 성향에 일말의 기대를 거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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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범노무현 진영은 한명숙 전 총리가 적을 두고 있는 민주당과 유시민 원장이 속해 있는 국민참여당, 그리고 ‘백만민란’을 주도하는 제3세력으로 분화됐다.

범노무현 진영에서의 비판적 시각도
젊은 층의 지지도가 높다 보니 지지자 그룹의 세분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시민광장’엔 노무현 대통령의 팬클럽부터 시작된 30, 40대 남성 회원이 많은 반면 주로 20, 30대 여성들로 구성된 팬클럽 ‘시미니즘’도 있다. 회원 구성은 여대생부터 직장여성, 주부 등 다양하다. 한 대형 포털사이트의 미용이나 패션 관련 정보를 주고받던 여성 카페에서 분화돼 나왔으며 촛불집회 이후 생긴 유시민 팬카페다. 시민광장이 2만 여 명의 전국 네트워크를 가진 조직력을 자랑한다면 시미니즘은 3000여 명 수준으로 전국적 조직력은 아직 약하다.

시미니즘 회원인 곽고은(28) 씨는 “20, 30대 여성이 보기에 가장 합리적이고 기존 정치인과 다른 후보를 찾을 때 유시민이라는 사람을 택했다”며 “어릴 때부터 <100분 토론> 진행자로 나온 유시민 원장을 봤고 그가 쓴 책을 고등학교 시절 읽으며 그를 우리 세대를 대변해줄 인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민광장이나 시미니즘 모두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형성된 촛불집회 이후 회원 수가 늘었다. 이들은 거대한 정치 담론보다 ‘카드값 연말정산 공제 제외’ 등의 정부 정책을 토론하면서 생활정치에 참여하는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외모 치장에 시간과 정성을 쏟던 오렌지 세대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사회를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 소통의 수단으로 노무현과 가장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유시민이 선택됐다.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 그룹이 6·10항쟁을 이끌었던 386세대였다면 유시민 추종자들은 포스트 386, 즉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이후 파도처럼 형성된 촛불세대로 보인다.

서울대 조국 교수는 그의 책 <진보집권 플랜>에서 “유시민은 노 대통령의 ‘경호실장’을 자처하고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해 노 대통령을 추모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었으며 이와 별도로 ‘유빠’라고 불리는 열렬한 고정 지지세력도 거느린다는 점에서 한국 정치판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견고한 지지층만큼이나 유 원장에겐 안티세력도 많다. 특히 세대 간의 격차는 극명해진다. 40대 층부터 유시민의 지지도는 급격하게 떨어진다. 젊은 층이 유 원장을 ‘신선하고 파격적 인물’로 떠올리는 반면 중·장년층은 대체로 ‘안하무인에 싸가지 없는 인물’이라며 비난한다.
2005년 3월 열린우리당 시절 김영춘 의원은 “저렇게 옳은 소리를 저토록 싸가지 없이 말하는 재주는 어디서 배웠을까”라고 유시민을 공개 비판해 오랫동안 회자되기도 했다.

유시민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대통령 후보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외연의 폭이 있어야 한다. 타협하지 않고 포용하지 못하는 유시민식 사고방식은 비판자들의 공연한 꼬투리 잡기일까? 유시민이 주창해온 대로 진보적 합리주의를 지향하는 시민계층을 포함해 범보수 진영을 끌어안을 포용력을 유 원장은 어떻게 찾고 길러낼까?

유 원장과 서울대 서클 농촌 법학회의 선후배 사이인 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수석. 현재 국민참여당 최고위원인 그는 75학번, 유 원장은 78학번이었다. 유 원장과는 30년 지기인 이 전 수석은 처음 농법학회에 온 유시민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영국 역사학자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토론하는데 이 친구의 토론 수준이 1학년이 아니었어요. 이미 폴란드 정치경제학자로 마르크스주의자인 오스카 랑게 같은 사람의 저서를 독파한 실력으로 토론을 이끌었죠. 선배들이 주눅이 들 정도였습니다.”

대학시절에도 ‘튀는’ 유시민을 두고 사람들의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렸다.
“78학번 기점으로 나뉘었어요. 78학번 이전 세대는 유시민의 소신과 태도를 아니꼽게 보고 건방지다고 생각했고, 그 아래 학번들은 기존 권위에 맞선 도전을 신선하게 받아들였죠. 유시민은 운동권의 권위주의나 교조주의에도 강력히 반발했거든요. 아마 그가 노동운동 쪽으로 안 간 이유도 그 때문일 거예요. 그는 급진적 좌파라기보다 진보적 자유주의자에 가까워요. 유시민의 대학 동기인 심상정 전 의원과도 비교가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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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경남 김해 봉하마을 앞 농지에서 친환경 오리농업을 위해 오리입식을 하는 유시민 원장.

문필가 집안의 온순했던 문학청년
‘진보적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는 유 원장. 그의 뿌리는 아니러니하게도 보수적 색채가 강한 경북 경주다. 조선 중기의 문신, 서애 유성룡의 13대손으로 경주여고 역사교사로 재직했던 부친 유태우 씨와 모친 서동필 사이에서 2남 4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누나 유시춘 씨에 따르면 “가슴에 달 금빛 훈장도, 타고 갈 황금 마차도 없는 평교사로 일생을 마친 부친은 술, 담배, 친구는 전혀 없고 책과 학교, 자식 교육이 전부인 사람”이었다.

부친은 책이 귀했던 1960년대에도 자식들에게 도서관에 있는 책을 일주일마다 몇 권씩 가져와 읽게 했고 부인에게도 소설책을 건네주고 줄거리를 말하게 하는 등 온 가족이 책 읽는 일을 밥 먹듯 하고 살았다. 유 원장의 이상주의적 기질과 베스트셀러 작가의 재능은 어릴 때부터 받은 부친의 교육 덕분이다. 그는 1988년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중편소설 <달>을 발표하며 등단해 문학적 소양을 발휘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의 환경 때문일까? 유 원장뿐 아니라 형제자매들 모두 문재(文才)들이다.

누나 유시춘 씨는 소설가다. 신문 칼럼니스트로도 활발히 활동했으며 생전 김대중 대통령의 아낌을 받으며 자서전 구술을 직접 맡기도 했다. 2000년 5월 광주에서 386 정치인들의 춤판이 벌어졌을 때 누나는 <중앙일보>에, 유 원장은 <동아일보>에 기명 칼럼을 같은 날 실어 두 남매의 글이 회자되기도 했다. 두 사람 말고도 유 원장의 여동생 3명 모두 대구여고 문예반장 출신이었다. 특히 서울대 80학번인 여동생 유시주(현 희망제작소 소장) 씨는 당대 큰 문학상은 다 휩쓸 정도로 이름을 날렸다.

유시춘 씨는 유 원장의 인생역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유 원장이 서울대에 합격하고 서울 유학생활을 할 때부터 결혼 때까지 줄곧 누나 집에 함께 살았기 때문이다. 유시춘 씨는 “어릴 때부터 시민이는 온순하고 눈물이 많아 학생운동을 하고 정치를 하게 될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울보에 문학청년이었던 그는 대학에 들어와 사회부조리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야학과 서울대 운동권 서클 ‘농촌법학회’에 몸담으며 시위대의 앞에 섰다. 1984년 일명 ‘서울대 학원 프락치 사건’에 연루돼 투옥됐고, 1985년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항소이유서’가 명문(名文)으로 지금까지 회자된다.

그의 문필가적 기질은 이후 계속 발휘됐다. 1987년 12월 제13대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후보를 지지하며 구로지역 노동자단체 명의로 쓴 최초의 ‘비판적 지지 선언문’을 김대중 후보가 첫 방송 토론에 들고 가 인용한 것. 김영삼 후보는 사석에서 그 선언문만 없었다면 자신이 단일 후보가 됐을 거라며 눈물을 삼켰다는 후문도 있다. 이후 5년간 독일 마인츠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귀국, ‘지식 소매상’을 자처하며 시사평론가 등으로 활동한다. 이백만 전 수석은 “독일 유학으로 유시민은 유럽식 사회주의 가치에 눈을 뜨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적 개방형 통상국가인 독일은 서독 시절부터 수출로 고성장을 해온 나라다. 통상정책이 유연한 대표적인 국가였다.
이 전 수석은 “유 원장이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한 한미 FTA에 찬성하고 현재 민주당이 진행 중인 ‘무상의료’에 반대하는 것을 봐도 독일식 사회주의 모델을 따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며 “대상이 정해진 무상급식은 인정한다 해도 대상이 무한대인 무상의료는 무한수요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재원 마련에 곤란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게 유 원장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 원장은 16, 17대 국회의원 시절보다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노무현 정부의 복지정책인 ‘비전 2030’의 초안도 유 원장이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장관 시절 기초노령연금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같은 큰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최대의 과제로 상정한 국민연금개혁은 한나라당의 반대로 결국 성사시키지 못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 있던 한 공직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 ‘내가 유시민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일찍 못 시킨 게 후회된다’는 말도 남겼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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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원장의 지지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가장 잘 계승한 인물이 유 원장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개인의 자유와 책임, 국가의 책무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게 좋다. 복지정책은 소비가 아닌 투자의 개념으로 진행돼야 한다. 현재 민주당이나 다른 진보계열에서 말하는 무조건 퍼주기식 복지가 전부는 아니다.”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피력한 유 원장의 복지관이다.

유시민과 노무현의 인연
“온 세상이 다 노무현을 욕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한국정치를 지배하던 때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글 쓰는 작업을 집어치우고 정치에 뛰어들었다.” (유시민, 2003년 8월 7일)

‘노무현의 후계자’라는 덕을 톡톡히 보는 유시민. 그의 정치 입문 역시 노무현에서 시작한다. 책 쓰는 일과 시사평론가라는 ‘지식 소매상’ 업을 접고 현실정치로 그를 불러낸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의 ‘노무현 후보 흔들기’에 분노해 <100분 토론> 사회자와 칼럼니스트의 지위를 모두 버리고 ‘노무현 지킴이’ 역으로 나섰다. 유 원장은 2002년 개혁 국민정당 창당을 주도하고 대표집행위원을 맡아 노무현 후보를 적극 돕는다.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후 재보선 선거에서 고양시 덕양갑을 통해 개혁국민정당으로 제16대 국회에 진입했다. 그의 노 타이 차림 국회 등원은 심야토론 주제로까지 선정되면서 유시민이라는 정치 초년생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된다.

그는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제17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거친 후 2008년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실패했다. 이때 득표 수는 32.6%. 보수적 성향이 강한 대구지역 지지율 치고 유 원장은 선전한 셈이다. 이후 그는 다시 지식 소매상으로 돌아왔다. <후불제 민주주의> 같은 책을 출간하며 칩거했던 그를 다시 현실정치에 불러낸 사람도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2009년 5월 노무현 대통령 서거는 그에게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었다. 그는 골방의 문을 열고 세상으로 걸어나온다. 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국민참여당에 주권 당원으로 입당했다. 이후 지난해 6·2 지방선거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 극적인 후보 단일화 바람을 일으켰으나 한나라당 후보이자 현 도지사인 김문수 후보에 석패했다.

유 원장은 경기도지사로 출마하면서 선거운동 자금을 모으려고 선보인 신개념 펀드로 또 한번 영리함을 과시했다. ‘불법자금이 아닌 떳떳한 방법으로 선거비용을 빌려 쓰고 전액 상환하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이 펀드(일명 유시민 펀드) 공모를 시작한 지 4일 만에 경기도지사 법정 선거비용 상한액인 40억7300만원을 달성했다.

대통령리더십연구소의 최진 소장은 “유시민은 대세 편승형이기보다 대세 주도형에 가까워 일을 저지르고 도모한다”며 “나쁜 것은 외면하지만 지루한 것은 못 참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톡톡 튀고 새로운 것에 도전적인 유시민의 이미지는 잘 먹힌다”고 분석했다.
단 재기발랄하고 명석한 두뇌 못지않게 국가지도자에 필요한 덕목은 포용력이다. 대통령은 바다 밑에 거대한 몸통이 있는 빙산 같은 사람이 돼야지 칼이나 송곳 같은 사람은 국가지도자로서의 자질보다 참모로의 자질이 더 적합하다는 설명이 붙여졌다.

그러나 이백만 전 수석은 다른 생각을 펼쳤다.
“간택된 리더십은 최고가 되기 힘들다. 김대중의 한화갑, 전두환의 박철언 모두 간택된 사람들로 참모형이다. 하지만 유시민은 개혁당의 대표였고 스스로 노무현을 택한 사람이다. 가신이나 참모라기보다 동업자 개념이다. 누가 길들인 정치인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나간 야생마 같은 존재다. 야생마가 단련돼 적토마가 된다.”

한 정치분석가는 지금 유시민에게는 ‘임팩트와 감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2006년까지 이름만 간간이 올렸던 인지도 없는 인물이었지만 ‘청문회 스타’로 떠오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영삼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행정가적 면모를 보여주지 않았나. 유시민이 말과 글을 뛰어넘을 감동을 보여주지 못하면 현재 지지층의 외연 확대를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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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대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유시민 당선자가 하얀색 면바지와 라운드 티셔츠 차림으로 출석해 의원선서를 하고 있다.

유시민과 국민참여당
범노무현 진영에서 유시민 원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또 다르다. 현재 범노무현 진영은 노무현 서거 이후인 지난해 1월 창당된 국민참여당과 민주당, 그리고 그 외곽인 제3지대로 분화돼 있다. 민주당에 적을 둔 친노 대표 세력으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원으로 깃발을 꽂은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비롯해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6·2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한명숙 전 총리가 있다. 제3세력으로 배우 문성근과 명계남 등이 주도하는 시민정치운동 ‘백만 민란’ 역시 범노무현 진영에 해당한다.

범노무현 진영의 한 사람은 “현재 유 원장이 대선 후보 지지율 2위로 이름을 올리는 이유는 범노무현 진영을 참칭(僭稱)하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 새로운 대안이 나타나면 이 현상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 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가장 적합한 후계자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국민참여당이 ‘유시민 사당’(私黨)이 되는 데 우려를 표했다. 범노무현 진영 안에서도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첨예한 갈등이 시작됐다는 방증이다.
천호선 국민참여당 최고위원은 “국민참여당은 유시민을 위해 만든 당도 아니고 당 창당 제안을 유시민 원장이 하지도 않았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정신을 계승하고 합리적 진보와 참여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하기엔 민주당의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정당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국민참여당은 70% 이상 당원이 정당 가입을 처음 한 사람이다. 당원 4만3898명(지난해 12월 기준)이며 세대별로는 30, 40대 젊은 층이 주를 이룬다. 국민참여당 역시 ‘촛불’ 이후의 결집으로 탄생한 정당이다.

천 최고위원은 “유 원장이 3월 우리 당의 당 대표로 출마한다면 현재 가장 유력한 우리 당 대선 후보의 지도력과 자질을 시험해볼 기회”라고 말했다. 국민참여당은 생존하려면 좋든 싫든 ‘노무현’을 업고 가야 한다. 국민참여당이 정당 최초로 3월 전당대회를 서울이 아닌 김해에서 여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노무현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유시민 카드’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국민참여당이 내거는 가장 큰 무기인 셈이다.

민주당에서 바라보는 유시민은 어떨까? 민주당 내 일부 친노세력을 제외하고 유시민은 여전히 ‘미운 털’이다. 야권표를 가른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장 코앞에 닥친 4·28 재보궐 선거만 해도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을은 첨예한 갈등의 불씨다.
국민참여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농업특보 출신인 이봉수 경남도당위원장을, 민주당은 역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연설기획관을 지내고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김해에 내려간 김경수 국장을 후보로 내세울 계획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분이 있는 지역구에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대결을 하는 양상이 벌어지게 된다.

민주당 내 대표적 친노세력인 백원우 의원은 “콘텐츠가 탄탄하고 진보적 자유주의자라는 자기 노선을 분명하게 표방하는 유시민 원장이 민주당 내 진보적 흐름으로 존재하길 바랐는데 아쉽다”는 뜻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도 ‘미운 털’ 유시민을 계속 등한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의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도 유시민이 손학규를 앞지르는 현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때문일까? 친노세력으로 분류되지 않는 민주당의 김부겸 의원도 최근 “유시민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유 원장은 야권의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다. 민주당도 더 이상의 논쟁은 접고 당장 유 원장과 마주앉아 야권연합의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2002년 민주당 국민경선 중반 때를 되돌아보자. <문화일보>의 전체 지지율 조사에서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꺾고 1위로 올라섰을 때 그 다음 치러진 광주지역 경선에서 노 후보는 이인제·한화갑이라는 양강 구도를 깨고 1위를 차지했다. 야권 내부에서 ‘될 만한 후보’를 밀어주자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때가 노무현 바람의 시작이었다. 앞으로 펼쳐질 대선 레이스에서도 야권의 지각변동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그 중심에 유시민이 서 있다.

박미숙 기자 splanet88@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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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조아  

요즘 나오는 한계레나 오마이보다 훨씬 균형잡힌 시각이네요
진보언론이라는 곳은 그나마 선전하는 야권인사도 못죽여서 안달하며 이간질시키는데
야권붐을 조성해야하는 마당에 스스로 찬물끼얻고 있다고나 할까요
하긴 진보건 보수건 제대로된 언론이 없으니 노통께서 그리 외롭게 가신것이죠
11-02-26

psychleon  

월간중앙이 새로 나왔다더니 구독자 늘릴려고 계속 유시민에 대한 게재를 계속 하네요..
꼴통보수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야만 팔릴테니 가장 영향력 있고 인지도있는 야권인사에 대해서 쓰는것 같은데
보수국민들에게도 알려지면 좋지만...그렇다고 좋다고만은 할수없을듯...
보수언론들은 눈치로 먹고 사는듯..진보쪽은 그것도 모르고 같은 야권인사에 돌팔매질같은 기사만 써데고~..
11-02-26

하이에나  

앗...한발 늦었네요..짐 복사해서 서프에 올리고..이곳에 올리려고 왔는데...

그런데 요즘 중앙...왜그래요?

어쩌면 중앙..애네들이...장사속으로 유시민원장님을 활용하려는 측면도 있을 듯 합니다.

유시민원장을 들먹여야....사람들이 관심을 갖고..사볼테니..
11-02-26

하이에나  

그런데..아무리 중앙일보가 썼다고 해도..내용을 읽어 보니...그다지 악의적인 기사내용은 없는 듯 합니다..

가끔 비아냥 등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야 원래 다른 언론사들도 마찬가지 정도이고...

암튼 읽어는 볼 만합니다.
11-02-26

초모랑마  

한겨레나 경향에서 이런글이 있었나요
중간에 비아냥거리고 결론에는 비꼬는글로 끝나는것들만 있었던거 같네요
그러다 정말 국민의 외면을 받을겁니다.
위기사는 중앙일보라서 놀랬습니다.
아주 객관적으로 쓴거같네요
11-02-26

njbora  

기사 좋네요. 여기저기 알려야 겠어요.^^

박미숙 기자 좀 찾아봤는데,
"서울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후 중앙일보 기획실에 입사해 13년간 일하다 2005년에 중앙일보에서 발간하는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기자로 뛰게 되었다. ‘따뜻한 경제 기사를 쓰는 것’을 모토로 삼고 있다. 故 박두진 시인의 아들인 효성무역 박영조 사장과의 대화, 영문학자 장영희 교수와 오빠 장병우 오티스엘리베이터 대표의 남매 간 정신적인 교감을 나눈 이야기, 쌀장사로 나선 전 김종필 국무총리 딸 김예리 회장이 말하는 ‘나의 아버지 JP’, 경제 관료에서 화가로 등단한 황진현 화백의 인생 스토리 등 정·관·재계 사람들의 인생 스토리와 훈훈한 인터뷰 기사를 많이 썼다. 2005년 10월부터 일 년여 동안 「이코노미스트」에 ‘박미숙 기자가 만난 여성 리더’를 연재하며, 우리 시대 여성 리더들을 만나 그들의 치열하고 열정적인 삶과 성공 스토리를 가슴 따뜻한 언어로 담아냈다."

이렇게 있구요.

같은 중앙인터뷰 중에 김무성 인터뷰가 있는데, 그 내용이 가당찮았는지(제 느낌이^^) 그냥 인터뷰로만 기사 일관했네요. 뭔가 느낌이 오는 사람^^ http://cafe.daum.net/nemere/3kT6/1946?docid=xtNH|3kT6|1946|20100623113825&q=%B9%DA%B9%CC%BC%F7%B1%E2%C0%DA
11-02-27

과천아줌마  

서프에서 이 글 읽고 '어! 중앙이 왜 이러지?' 그랬었습니다. 상당히 중립적이에요.
진보지들이 띄워주지 못하는 마당에 이런 식으로라도 알려지는게 좋겠지요.
11-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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