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을, 이명박에게 헌납하자고?
(서프라이즈 / 분당시민 / 2011-03-08)
정말 X 같은 상황이다.
분당을 선거 때문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민주당 때문이다.
이번이 정말 분당을을 한번 뒤집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분당에서 오래 살고, 노사모, 열린 우리당 경험에 비춰보면 이런 기회가 다시없다. 결국 민주당이 관건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에 대한 적절한 전략도 없다. 전략은커녕 닭짓으로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지난 은평을 꼴이 날 가능성이 많다. 지금 민주당 지도부의 무덤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서로 똥통에 빠트리는 게임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기는 데는 관심이 없다. 당의 주도권을 갖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분당을 선거는 어떤 정치적 의미를 갖는가. 누가 얘기한 것처럼, “분당에서 승리하면 한나라당 분당된다.” 그만큼 정치적 파괴력이 크다는 얘기다. 분당은 수도권에서 한나라당 텃밭이다. 여기서 야권이 승리하면 수도권의 압승을 예고하게 된다.
특히 단일화를 통해 승리를 이뤄내면, 앞으로 야권 단일화의 새로운 신화가 될 것이다. 시민들도 이렇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물론 분당이 어렵다. 하지만, 이명박에게 실망한 온건 보수 세력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분당도 “이제 한번 바꿀 때가 되었다”는 분위기다.
야당의 승리는 물론 정교한 전략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여전히 한나라당 텃밭이기 때문이다. 조중동이 압도적 지배력을 갖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거물 타령? 지들이 무슨 거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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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당을 재보선 한나라당 후보군. 왼쪽부터 정운찬, 강재섭, 박계동 |
정교한 전략의 핵심은 진보, 개혁, 민주 세력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이들의 원하는 아이콘을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부여해야 한다. 즉 이들에게 ‘기대감’을 부여해 투표장으로 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거물 프레임을 만들어 냈다. 한나라당이야 거물 프레임으로 자신들의 비리를 감추려 한 것이다. 강재섭 후보는 대구서 이길 가능성이 없어 지난번 출마를 포기한 사람이다. 박계동 후보는 동영상으로 유명한 인물이 아닌가. 정운찬? 행정수도 이전을 백지화, 무능한 이명박 정권의 실패에 책임을 져야 할 인물이다.
이를 피해가는 길이 곧 거물 프레임이었다. 정치적 거물들이 출마해 분당 주민들에게 뭔가 많은 이익을 주겠다? 뭐 이런 것 아니겠는가. 분당 주민들의 이기심을 자극해 이명박 심판을 피해가자는 것이다.
아뿔싸! 문제는 민주당이 이 프레임에 빠져버렸다. 민주당도 거물 찾아야 한단다. 그래서 출마 생각도 없는 유명 앵커, 서울대 법대 교수, 전직 장관들이 줄줄이 거명했다. 강금실 장관이 손학규 대표에게 직접 전화에 항의까지 했다. “더이상 나를 거명해 언론플레이 하지말라!”고. 민주당은 있는 쪽을 다 팔렸다.
한걸음 나아가 이들 모두 한나라당 거물에 역부족(?)이라 인정해버렸다. 이때부터 이미 선거는 지기 시작했다. 대신 손학규 대표가 부상했다. 손학규 대표가 어려운 지역에 출마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면 대선후보가 된단다. 매우 잔대가리 굴려 만들어 낸 생각이다. 그러면서 이미 다른 장관, 교수, 앵커 등은 ‘소물’이 되어버렸다.
이미 선거는 끝난 거나 마찬가지이다. 분당 주민들의 생각들이 변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선거가 공식화되었을 때는 ‘이명박 심판’이 대세를 이뤘다. 뭔가 바꿔봐야 하고 혼 좀 내줘야 한다는 게 대세였다. 그런데 강재섭, 정운찬, 손학규 등 ‘거물(?)’이 거명되자, 분당주민들은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음… 저 사람들 국회의원 되면 분당 현안 해결에 큰 도움이 되겠지.”
“어느 당이 더 거물 내보내나?”
분당을 선거의 관심 내용이 바뀌어 버렸다. 이기적 욕망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한나라당의 구태는 감춰졌다. ‘미래냐 과거냐’라는 핵심적 의제는 사라졌다. 무엇보다 이명박 심판의 의제가 소멸됐다.
이미 선거에서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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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당을 재보선 출마론이 거론되고 있는 손학규 대표 |
정말 잘들 한 일이다. 이래 놓고 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까? 이미 거물 프레임에 갇혀 버렸는데, 선거는 진 거나 마찬가지이다. 난 잘 모르지만, 선거란 프레임 전쟁이라 하지 않았는가. 이미 프레임에서 졌다.
첫 단추가 잘 못 끼워졌다. 한나라당과 언론(심지어 진보언론까지)이 ‘거물’ 들고 나올 때 거꾸로 치고 나갔어야 한다. ‘거물’은 ‘썩은 물’, ‘퇴물’에 다름 아니고 미래와 ‘새물’이 필요하다고 맞받아쳐야 했다. ‘거물’들이야말로 이명박 실정의 책임자들이라고 규정하고 시작했어야 했다. 다윗을 집어넣어 골리앗을 잡겠다고 큰소리쳤어야 했다.
오히려 ‘거물’ 프레임은 민주당 내부의 권력투쟁의 논리가 되었다. 분당선거 승리는 이미 이들의 안중에 없었다. 문학진, 이종걸 의원 등이 손 대표 분당출마 권유 기자회견까지 했다. 소위 쇄신파들이라고는 하지만, 구악 행태의 전형이다. 손 대표 똥통에 빠트리자는 얄팍한 양아치 짓거리이다. 본인들은 아니라고 할 테지만, 시민들은 이미 다 그렇게 알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386 운동권 인물들이 거론된다. ‘통일의 꽃’ 임수경, 서울대 학생회장 이정우 등이 그 대상이었다. 또 찔러보기였고, 이들이 분당을에 좋은 후보인지에 대한 검토 따위는 없다. 그저 언론플레이를 통해 한번 띄워보는 거다.
아서라, 386을 누가 거물이라 했는가. 386에 대해 국민들이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아직도 ‘386담론’으로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민주당 386들의 장난으로 오해받기 딱 좋다.
거물 프레임에서 헤매느라 시간은 흘러갔다. 보도를 보면 손 대표가 출마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오늘 아침 ‘진보언론(?)’ 경향도 정운찬-손학규의 대결을 다뤘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거물이어야 기사가 된다는 착각 때문일 거다.
그러나 분당에서는 손학규로 이길 수 없다. 손학규를 통해 누가 이명박 심판의 열정을 보여줄 것인가. 분당은 일상적 선거면 완패하는 곳이다. 그러나 이번은 이명박 실정과 무능 심판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손학규라고?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손학규가 거론될수록 필패에 다가간다. 손 대표 외에 모두 ‘소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직 ‘이명박 심판’이라는 프레임만 잃어버렸다.
분당을, 민주당 풍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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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당을 재보선 예비후보군 ⓒ가을들녘 |
이제 분당 선거는 어려워졌다. 프레임이 이명박 심판에서 이익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심판에 적극 참여하려는 젊고 개혁적인 유권자들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남은 일을 개혁적 후보를 통해 그나마 다시 이명박 심판을 살려내 보는 것이다. 강원의 최문순과 보조를 맞출 수 있는 개혁적 인물이어야 한다.
이거라도 못하면 민주당 혼날 것이다. 은평을에서 경험하지 않았나. 옆에서 남 혼나는 거 재미 보려고 부추긴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에 은평을처럼 또 닭짓 하면 민주당은 끝이다. 내년 총선?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정권교체? 물 건너간다. 분당을은 민주당의 희망봉이 아니라 무덤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민주당 안에 이를 진심으로 고민하는 사람도 없다.
정말 참, X 같은 상황이다.
내 소개 : 분당 산다. 노사모 했다. 열린우리당 참여했다. 지금 민주당 언저리에 있지만, 중앙당에 소식통이 좀 있다. 이번 분당을에서 승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까워 오랜만에 글 쓴다.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4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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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