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하지만 저와 그들의 죄를 유시민이 짊어지고 심판을 받고 있습니다.
정작 죄를 진건 우리 모두인데, 유독 그에게만 분열주의자, 알박기정치, 자고나면 스며드는 연탄가스라는 비판이 나오는 건 제가 못나서랍니다.
18대 낙선 이후 좋아하는 낚시를 즐기며 지식소매상으로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는 그에게 2009년 그날의 ‘강물같은 분노’와 ‘바다같은 억울함’들이 너무도 무거운 짐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민감한 그가 더 이상 상처받는 정치를 하는 것은 노무현대통령도 결코 바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치에는 ‘순진무식 천진난폭’한 우리들이 그에게 부담을 떠안겨 양말 신을 시간도 주지않고 가시밭길로 내몰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봅니다.
최종선택은 그의 몫이었지만 명분의 대구를 버리고, 실리의 경기도를 택했던 것도 빈궁한 우리를 달래기 위함이었고, 김해을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날아든 창과 화살을 방패 없이 버텨낸 것도 조급한 우리들의 기대에 응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수천의 자원봉사자들의 열정이 모이고 수만의 온라인 댓글이 모이면 이기리라 확신했지만, 몇 되지도 않는 민주당의 조직을 껴안지 못했고,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한나라당의 원숙함을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유시민의 비토세력은 원래부터 존재한 실체가 아니라 우리가 경기도에서 김해에서 등 떠밀었던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경선결과에 망연자실했던 민주당사람들을 억지춘향격으로 데려다 놓고, 우리의 미숙함과 오만함을 무기로 마치 한나라당처럼 미워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봅니다.
우리에게만 크게 들리는 유시민의 파워풀한 심장소리에 도취한 나머지, 승리를 자만하며 전쟁보다 치열한 선거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이 부끄럽습니다.
어제 있었던 유시민의 고배를 우리 모두가 나눠 마셨습니다. 어제 마신 술맛이 작년 6월 그때보다 더 씁쓸하고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그날로부터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유시민은 야권 제일의 대선주자로 인정받았고, 85개의 민주당 빠찌들을 완펀치로 이겨낸 기적을 보면서 우리는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후보와 참모진 그리고 당원들이 함께 뛰어야하는 선거라는 계주경기에서 유시민이라는 우수한 스프린터를 먼저 보내놓고 내 차례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2년의 준비기간동안 선수로 뛸 수 있도록 기초체력을 기르기보다 유시민에게만 기댄 채 승리를 예상했다는 것이 잘못입니다.
우연찮게 들어간 참여당 당비납부 페이지에서 탈당의사를 밝힌 몇몇 당원들을 봤습니다. 단거리선수를 계주에 보내 놓고 2바퀴를 넘게 뛰도록 바톤도 이어받지 않은 사람이 앞서 뛴 선수가 넘어졌다 탓할 순 없는 것입니다. 다른 팀의 선수가 넘어져도 걱정되는게 인지상정입니다. 생각이 틀린 사람들도 한국정치의 자산인 유시민을 걱정하는 마당에 우리가 먼저 유시민을 탓하고 버린다는 것은 도의가 아닙니다.
지금 시점에 탈당을 하고 유시민을 비난 한다는 것은 다른 팀의 선수들도 달리다 넘어져 실의에 찬 우리 선수에게 손을 내미는 경기 중에 경기장을 떠나는 꼴입니다. 다음 총선까지는 한바퀴, 대선까지는 한바퀴 반이나 남았는데도 경기를 포기할 순 없습니다. 특히나, 유시민의 폭발적인 질주능력을 믿고 아름다운 경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언제 앞서 달리던 주자가 거꾸러질지 모르는 어려운 경기가 선거입니다. 지난 15대 대선부터 처음부터 앞서 달리던 사람들은 꼭 넘어져 순위가 뒤 바뀌지 않았습니까?
우리에게는 성지와 같은 김해을이지만 총선․대선에서는 상륙지점에 불과할 뿐입니다. 지금껏 페이스 조절도 없이 전력질주했다면 조금은 쉬면서 다른 선수가 어떻게 앞서 가는지 지켜봅시다. 쉬면서 지금껏 우리가 부족했던 것들이 무엇이며 어떻게 보강해 나가야 될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실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먼저 잊고 지내던 당비 정기납부와 시민광장 CMS부터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6.2지방 선거이후로 처음 글을 올려봅니다. 유시민이 우리의 희망이 될 수는 있으나 힘이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먼저 그가 끝까지 잘 달릴 수 있도록 앞에서 뒤에서 끌어주고 밀어주며, 방사능비를 막고 4대강으로 움푹 패인 길을 덮어줄 수 있도록 힘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2012년 국민들의 선택을 담을 잘생기고 큰 그릇을 만들려면 피와 같은 작품을 수없이 깨뜨리는 명장의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조금 더 유연하게 정치를 하고 맘을 오지게 먹는다면 다음 판에는 한표 한표 국민의 선택을 모으는 선거의 장인이 되어 우리가 원하는 후보를 꼭 당선시키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