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글은 경기과천광장 독서노트에서 함께 입력된 말단소총수님의 글입니다. |

동네 사람이 페이스 북에 올린 글 보고 '분노하라'라는 책을 샀습니다. 몇 달전 프랑스에서 2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 셀러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게 어느새 번역이 되었더군요... 점심먹으러 가는 길에 동네 책방에 들러서 샀습니다. 문재인이사장의 '운명'도 같이 샀고요.
책 읽은 독후감 쓰자는 거 아니고... 그냥 재미삼아 몇 가지 시비 좀 걸어보려고 키보드 두드립니다.
아시다시비 말단소총수가 프랑스에서 몇 년 살기도 하고... 가기 전에도 은근히 그 나라에 대한 호감가지고 있던 터라.... 프랑스 문화나 언어에 대한 느낌이 조금은 예민한 편이라고 스스로 여기는데요...
일단 이 책 번역판 접하면서 제목부터 거슬립니다.... 원제는 'Indignez vous!'인데... 이거 말단소총수 느낌으로는 '분노하라!' 보다는, '분노하시오!'가 맞는 거 같거든요. 프랑스 사람들이 상대방을 Vous 로 칭하는 것과 Toi 로 칭하는 것은 "존중/거리두기"와 "하대하기/친하게지내기"가 겹치는 이중적 의미가 있는 건데... 그런 의미에서 '분노하라'... 같은 명령문이라도 한참 계급 높은 장수가... 졸병들에게 쓰는 말투 느낌이죠... ( 공격하라... 적들을 막아라... 뭐 이순신 장군 느낌 팍팍 나지않습니까?... ) 저자가 90이 넘는 노장이긴 하지만... 그 나라 교양있는 계급에 속한 사람들 ( 빠리고등사범 출신 지식인입니다.... ) 남에게 함부로 하대 하지 않습니다.... '분노하라'고 하대 하는 표현... 되게 어색하구요... 일단 느낌으로는 '분노하시오'정도 격의 표현이 필요한 겁니다.... 아 물론 '분노하시오'가 책 제목이 되겠냐는 반발이 있다면... 별로 할 말없고... 그래서 번역이 어려운거고... 책 타이틀 뽑는 사람이 말단소총수가 지적한 정도의 느낌은 가지고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거지요, 뭐... ^^;
그 다음에 제목의 의미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분노하라"라고 번역한 Indignez vous라는 프랑스어 문장... 다수의 사람에게 명령법을 사용한 표현이고... 동사 원형은 s'indigner ( 원래 se + indigner 인데 indigner가 모음이라서 축약된 거고... 쌩딘예... 정도로 발음하면 됩니다... ).. 추측해보면 부정을 뜻하는 in 이라는 접두어와 digner 가 결합해서 사용되는 단어겠고.. digner는 dignité라는 명사에서 기인한 거 같습니다. dignité는 존엄성이라는 뜻.... digner는 존엄하게 하다... indigner는 존엄의 반대가 되게 하다... ( 존엄하지 않은 상태가... 분노한 상태인지는 잘 모르겠다... ) s'indigner는 스스로를 존엄의 반대가 되게하다.... 뭐 이런 정도의 단어분석이 가능하겠네요. 결국 '분노하시오'로 번역된 Indigez vous라는 명령문은 '당신들 존엄하기를 포기하시오" 정도로 풀어 쓸 수 있는 겁니다. 아주 미약한 프랑스어 지식이 있는 말단소총수에게는 그렇게 보이고 그렇게 이해한다는는 이야기지요.
몇 개월전... 독일과의 저항운동에 참여했던 할아버지 지식인이 쓴 Indigenz vous라는 팜플렛이 프랑스에서 200만부가 넘게 팔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 말단소총수는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무기력한 프랑스의 양심세력들이여... 이제 점잖 그만 빼고... 진흙탕으로 들어와서 우리가 60년전 피땀흘려 건설한 프랑스공화국의 가치를 훼손하는 Nicolas Sarkozy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금권'세력과 투쟁하시오... " 라는 이야길 딱 두 단어로 기막히게 표현한 거라구요...
그리고 바로 유시민이 이야기한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면서 야수의 탐욕과 싸워서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는 것이 정치다" 라는 귀절이 연상되더군요. 야수의 탐욕으로 기득권을 독점하려는 놈들을 방법할 때... 마냥 존엄하고, 점잖게는 되는 게 아니고...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해 가며... 그들보다 한층 더 극악스러운 방법을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면서도... 목표는 공공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역시 '야수의 탐욕'이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 대해, 스스로의 평정과 존엄은 잠시 보류해두고 '뚜껑 열릴' 줄 아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과 일맥상통하는 거 같지 않더군요.. 말단소총수는 그냥 같은 이야기로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올해 95살이라는... 그리고 20대 초반의 나이에 대독일 투쟁에 나서서, 체포되고 고문당하고 다시 탈출하여 조국해방의 성과를 거두고, 레지스탕스의 정신을 프랑스의 국가이념으로 채택하게 했던 찬란한 추억을 간직한 노 지식인이... 자신이 참여해서 이룬 공화국 정신이 처참하게 유린당하는 현실에 대해서 토로한 Indignez vous.... 10년동안 이룩한 민주주의의 성과가 처참하게 무너지는 대한민국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이 양호해 보이지만...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고... 우리에겐 이런 지혜를 가진 노지식인이 없다는 게 짜증날 뿐입니다. ...
그래도 우리에겐 유시민이 있다는 게 유일한 위안이고... 그 노인네 절반 나이 겨우 넘은 사람한테 책도 쓰게 하고, 싸움도 하게 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고요...
점심 때 책사서 오후동안 대충 훑어보고난 느낌 그냥 날로 적어본 거구요.... 먼저 박봉팔 닷컴에 봉팔체로 쓰고 나서 존대로 바꿨습니다. .. 재미삼아 읽어보길. 상세한 독후감 쓰는 건 엄두가 안나네요... 누가 한 번 꼼꼼하게 읽고 올려주면 감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