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운명”에도 노무현을 잃은 진한 아픔이 있었다. 참여정부에서 못다 이룬 정책들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노무현의 만남부터 헤어짐까지... 책의 제목처럼 ‘운명’이었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들면서 자신과 자신들의 공과를 숨김없이 기술하기가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글 마디마디 마다, 문장의 행간마다 국민의 뜻을 다 헤아리지 못하고, 해결하지 못한 회한도 남아 있었다. 문재인의 마음이 그대로 전이 되는 듯 했다.
“운명”은 출간된지 며칠만에 15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이번에 출간된 <문재인의 운명>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증언’이라는 부제만큼이나 그간 알려지지 않은 사실까지 공개됐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참여정부 핵심 인사였던 문재인 이사장의 기록을 통해 ‘그때 그 진실’을 읽어 보았다.
“운명”에서 노대통령이 감당해야 했던 고통의 무게가 느껴진다.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의 파병에 대해 “나는 이 전쟁이 정의로운 전쟁인지 모르겠다”고 술회한다. 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경제적 이익을 위해 우리 젊은이들의 고귀한 생명을 사지에 내모는 일은 할 수 없다”고 했다. 경제적 이익은 파병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 이었다. 대신 국민들에게 한반도 평화와 한미동맹이란 현실적 이해로 파병한다는 점을 솔직하게 밝히고자 했다. 이라크 전쟁은 정의롭지 못한 전쟁이었고, 우리가 파병하지 않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문재인은 노 대통령과의 30년을 ‘원칙’과 함께한 세월이라 했다. ‘남다른 소탈함’‘사람 냄새 나는 법조인’이 노무현 이었다. 대통령 후보 부산 선대본부 출범식이 있었던 2002년 11월에는 ‘아름다운 원칙’을 만났다고 술회한다.‘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는 말.
노무현 대통령은 ‘공권력의 책임은 특별히 무거운 것’이라며, 국가가 잘 못한 일에 대해 국민에게 진심으로 고개 숙인 지도자이다. 국가 공권력에 대한 노 대통령의 엄격한 철학을 수많은 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라고, 나야말로 운명이라고 글을 맺는다.
그 누구보다 솔직한 고백을 문재인에게 들었다. 문재인에게 있어 노무현은 언제나 “님”이었다. 그런 노무현이, 그런 문재인이 부럽다. 평생을 함께 한 동반자들이 노무현의 주변에 많았다. 그는 동반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돌아가셨을 때에는 500만명이 추도를 할 만큼 대단한 사람이 노무현 이었다. 그를 잃은 아쉬움이 그 어느때 보다 크게 느껴졌다. “운명”에는 못다 이룬 노무현의 향기가 짙게 배여 있었다.
참여정부에서는 ‘권력산업’, ‘접대산업’, ‘sex산업’이 무너졌다고 했다. 권력의 그림자도 찾아 볼 수 없는 정부였다. 그런데 이명박정부 들어서서 참여정부에 비해 공직사회의 비리가 5.5배 늘었다. 가장 부도덕한 대통령에게서 가장 도덕적인 대통령이 운명을 달리했으니 이 또한 한국정치의 비극이다. 지금의 이명박은 과거의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이명박에게서 대통령으로써의 국정 통치철학과 가치관을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다. 그에게서 상생의 정치, 관용의 정치를 찾아 볼 수도 없었다. 참으로 무심한 대통령, 한심한 국가최고책임자이다.
이명박은 퇴임후 국민들로부터 어떤 대우를 받을까? 그의 측근들로부터 가슴을 울리는 비화를 들을 수 있을까? 아무리 곱십어 보아도 그에게서는 그러한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다. 그가 만들어 놓은 일들에 대한 정당성, 도덕성, 무능, 불통, 정치검찰과 권력, 천안함 사건, 4대강 사업, 부자들과 대기업의 감세정책, 국정통치의 전반에 관해 부패, 비리, 관료주의, 기회주의등 무지하게 많은 문제들이 도마위에 올려 질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나라 전체가 온통 비리 투성이“라 했으니, 이명박 정부의 통치행위 전부가 재검토 되어야 한다. 그가 대통령이 된 것도 아이러니한 일이거니와 모순덩어리의 “모순정부”였다.
물론 그와 그의 측근들은 아무도 읽지 않고, 감동하지도 않는 “이명박에 대한 책”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겐 문재인 같은 좋은 친구, 인생의 동반자가 없다. 있다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같이한 기회주의자들이 있을 뿐이다. 이명박을 노무현과 비교할 수 없다.
노무현의 주위에 그렇게 많은 동지들이 있었는데 그를 지켜주지 못했으니 그의 주변인들에게 좀 서운하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살아계셨다면, 더 좋은 일들을 많이 할 수 있었을 텐데...
진정 노무현을 좋아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원칙과 상식이 지배하는 사회를 만드는데 실천적 삶을 사는 사람들일 것이다. 내년은 노무현 서거 3주기, 탈상이다. 그를 놓아 주어야 한다. 노무현이 아직 내 마음속에 있는데 그를 어떻게 보내줄 수 있을 것인가?! 일반시민들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것이란 깨우침을 준 분인데 그분을 어찌 보내란 말인가!!
그를 보내야 하는 것이 슬프고도 아프다.

<사족>
정부의 의미가 변화하고 있다. 공적인 업무 수행방법이 변화하고 있다. 나는 요즈음 ‘거버넌스(Governance)'에 대해 관심이 많다. 복잡해져 가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좋은 정부 운영 방법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사회문제 해결, 조정, 정책입안을 정부는 개방하고, 국민참여를 확대하는 것이다. 국민을 고객이 아니라 동반자(주인)라 생각하여, 사회와 정부조직이 네트워크 형성하는 것이다. 시민이 주체가 되고 정부는 조정자 역할을 할 수만 있다면 생산성과 민주성, 공동체 협력등을 담보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전사회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기 보다는 문제와 해결이 첨예하게 부닥치는 곳에서부터 차츰 이 방법을 적용해 보면, 좋은 국정운영 사회통합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