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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이 8일 발표한 공동정책 합의문은, 2010년 초반부터 계속된 야권연대를 '정치공학'의 단계를 넘는 '정책연합'의 본궤도에 올려놨다. 2010년 초부터 계속된 양당의 정책연합 협상에서 첨예한 쟁점이 됐던 한미FTA 문제와 노동분야에서도 명확한 진전이 이뤄지면서 통합진보당의 주도권이 더욱 강화됐다.
그간 한미FTA 무효화냐, 재협상이냐를 두고 갈지자 행보를 했던 민주당은 이번 정책합의를 통해 한미FTA 무효화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정책합의문엔 "한미 FTA는 국익과 민생, 입법주권과 사법주권을 심대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국가의 존엄과 국민의 자존심에 반하는 굴욕적인 협정으로 무효"이며 "우리는 재협상과 폐기라는 양당의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이 체결·비준한 한미FTA의 시행에는 전면 반대"한다고 명시했다.
양당은 한미FTA가 "무효"라는 표현에서 일치했으나 "폐기"와 "전면 재검토"를 놓고 이견을 보인 끝에 "전면 반대"로 합의를 이뤘다. 통합진보당과 진보진영의 입장에선 다음 정권에서 한미FTA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하고 한미FTA를 '종료'할 수 있는 정치적 명분을 확보한 셈이다.
기간제사유제한, 간접고용 규제…단체교섭권 정상화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도 명시
ⓒ김철수 기자
야권연대를 위한 막판 협상을 위해 민주통합당 한명숙(오른쪽에서 세번째) 대표와 통합진보당 이정희(왼쪽에서 세번째) 공동대표를 비롯한 야권연대 협상단이 6일 오전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나 협상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동분야는 2010년 6.2지방선거와 지난해 4.27재보선 당시의 정책합의문과 비교해 가장 뚜렷한 진전이 있었다. 과거 통합진보당과 노동계가 요구했던 정책노선이 대부분 관철되면서, 선거연합의 진보적 가치가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양당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금지 △기간제사용사유 제한과 간접고용 규제 △불법파견 금지 등에 합의했으며, 아울러 산업별 단체교섭 법제화 등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정상화를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에 합의했다.
이같은 합의 내용은 양당의 정책적 일치성이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6.2 지방선거 당시엔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이라는 포괄적인 방향 수준에서 1차 합의문이 발표된 바 있다. 뒤이은 양당 정책위원회의 협상에선 '비정규직 사용 사유제한 도입' 등에 의견접근이 있었지만 중앙 차원의 야권연대 협상이 결렬되면서 정책합의문도 무산됐었다.
지난해 4.27 재보선과 비교해보면 이번 정책합의에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금지 △간접고용 규제가 추가됐고, 노동권 강화를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도 명시됐다.
2010년초부터 지속된 정책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이 점차 당론으로 가져간 내용들은 합의문에선 빠졌으나,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20개의 약속'이라는 제목의 부속문서 안에 담겼다. 즉 평균임금 50%로 최저임금을 법제화하는 것과 노동관계법상 노동자와 사용자 개념을 확장하여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등이 그것이다.
합의 이행과 검증 위한 상설기구 마련…"대중에게 평가받겠다는 것"복지영역은 이미 야권 전반의 공감대가 확인된 만큼, 별다른 이견없이 합의가 이뤄졌다. 복지영역은 포괄적 정책 방향과 함께 구체적인 정책들도 명시됐다. 이에 합의문에는 전월세 상한제 및 보조금제도, 반값등록금, 공공임대주택 확대, 사회서비스 확대와 공공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무상보육 전면 실시 등이 내용으로 포함됐다. 또한 복지 재원을 확충하기 위해, 과거 민주노동당의 부유세와 유사한 '1% 슈퍼부자 증세'를 도입키로 했다.
정치개혁과 관련해서도 "국민의 다양한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등을 포함한 선거제도의 혁신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공동정책 합의는, 양당의 정치협상과 마찬가지로 전국선거에서 성사된 사실상의 첫 정책연합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양당은 공동 정책의제 실현을 위한 상설기구 구성에 합의함으로써, 합의된 내용들을 이행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통합진보당의 입장에서 보면, 이같은 합의 내용은 차기 정부에서 진보적 가치와 정책들을 추진하고 강제할 수 있는 확고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경순 진보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무엇보다 정책합의 내용의 이행을 위한 상설기구 구성이 핵심적"이라며 "총선 이후의 실천 과정을 책임지고 대중들에게 평가받겠다는 것으로, 정책협약이 결국 선거용으로 끝나지 않겠냐는 우려를 불식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