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도지이정 제지이형 민면이무치 도지이덕 제지이예 유치차격”
정령으로써 이끌고 형벌로써 가지런히 하면, 백성들이 면하기만 할 뿐이요 부끄러움이 없다. 그러나 덕으로써 이끌고 예로써 가지런히 하면 사람들이 부끄러움이 있을 뿐 아니라 떳떳해 진다. - 도올의 논어 역주 424P
즉, 법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최소한의 선을 의미하며, 이렇게 확보된 사회선은 덕과 예에 의해 부끄러움을 있게 하여 비로소 인간다움을 완성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갖춰야 하는 것이 바로 준법정신과 부끄러움입니다.
법을 만드는 자들을 뽑는 총선에서 법을 어긴 자들을 뽑고, 법을 집행하는 자를 뽑는 대선에서 법을 지키지 않는 자들을 뽑는 주권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황당한 상황.
법을 어긴 자들을 처벌하고 그것을 판단하는 자들이 법을 사유화 하고 사법부와 검찰에 포진하는 어이없는 상황.
법이외의 영역에서 심판자의 역할을 독점하고 공정이라는 잣대를 가장 불공정하게 사용하고 궤변을 늘어놓는 자들이 언론을 장악하고 논객을 가장하는 어리석은 현실.
이 모든 것이 우리사회에서 ‘부끄러움’이 더 이상 제역할 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법이 없이 덕과 예가 존재할 수 없지만 또한 부끄러움이 없이는 법도 소용없다는 것을 아주 절절히 실감해왔고 또 뼛속 깊이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노무현대통령을 존경합니다.
그는 국민들에게 법을 지킬 것을 요구하면서 자신이 법을 지키는 것을 고민했던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주변에서 그의 이름을 내세워 법을 어겼을 때(그것이 밝혀진 이유가 정치보복에서 출발했음에도) 단 한 번도 억울함을 내세우기보다 부끄러움을 먼저 느끼고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던 유일한 정치인이었습니다.
정치보복을 감행한 자들에게 억울함에 분노하기보다 작은 흠결 앞에 부끄러워한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원망은 없고 부끄러움만 써내려간 짧은 유서 한 장 남기고 떠난 그의 죽음 앞에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자는 법을 지키지 않고,
법을 지키지 않는 자가 얼마나 무능한 지를 이명박을 보면서 아주 고통스럽게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오늘 통합진보당의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이정희대표의 단호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부끄러움보다 억울함(?)을 먼저 내세우는 그녀의 모습에서
그 억울함(?) 때문에 집행부의 책임을 회피하는 그녀를 보면서 내 한 표가 부끄러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부디 잘 수습하시고 더 나은 정당이 되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