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시간동안 자리에만 앉아 일을 하다 보니 전형적인 현대인의 몸매가 되었다.

하체는 가늘어지고 배는 올챙이처럼 볼록나오고 어쩌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핑 돌 때도 있었다.

아~~내가 왜이러지

잦은 야간근무 그보다 더 잦은 접대 지겹도록 긴 술자리

술 한 잔 못하는 내가 감당하기에는 더더욱 지루한 술 접대자리

분명히 건강을 해치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이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하는 의무

맘같아서는 그냥 어디 산골짝이라도 들어가서 독야청정 내공이나 쌓고 싶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또랑 또랑 쳐다보는 처와 자식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그렇게 아둥바둥 근육과 뜀박질과 운동은 저 깊숙한 장롱속에

쳐 박어 놓고 몸을 해치면서 살았다.

어느 덧 40대중반 돌이킬수 없는 몸 상태가 머릿속에 어딘가의 비상신호체계를 가동하면서

띠옹띠옹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와이프에게 근접하기가 두렵고 다음날 아침상은 컵라면

몸에서는 여성호르몬이라도 나오는건지 아내가 동성으로 보이는건지

남성으로서의 기능이 점점 쇠락해져 가고

그 생각만하면 진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 내렸다.

이렇게 이렇게 내 남성성이 사라져 가는건 아닌지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자각을 했을때 진짜 뭐라도 하지 않으면 평생을 후회할껏 같았다.

그래서 시작한 운동이 야구다.

야구 이 졸라 서구적이고 반진보적이고 반사회주의적인 운동

내 대가리속에 있던 진보적 취향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치스런 운동

그러나 그것보다는 아내에게 찾아와야하는 내 남성성이 더 급했던 절박한 상황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달리기나 등산이나 축구나 뭐 그런걸 하지

하필이면 야구를 해서 지금 이런 난감한 상황에 있는지 후회가 막심하다.

왜 그러냐고 유리그에 한 해도 빠짐없이 참석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유빠스 창단멤버이기 때문이다.

유리그를 만드는데 야호 하면서 뛸듯이 기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금파리 먹인 연줄처럼 내 몸속을 후벼 파니 좀 아프다.

내가 하는 야구가 남에게는 그저 공놀이로 보이겠지만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다.

뭔 소리냐고 먼저 가정의 행복을 되찾았다.

그리고 내게 더 중요한건 든든한 하체를 보유하여 나름 상남자가 된 것이다.

물론 우리집에서만 이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야구만하진 않았다.

나름 여기 저기 낄자리 안낄 자리를 기웃거리면서 내가 할수있는 한 열심히

했다고 자부했는데 야구를했다는 이유로 유리그에 참여했다는 연유로

스스로에게 불명예스러운 것처럼 자책을 하게 되는 작금에 상황에 몰려있다는 자괴감이 든다.

이제 54살이 되였다.

맘속에 각오했던 60살까지 야구선수로 뛰어야지 맘 먹은게 이제 6년 남았다.

앞으로 유리그에 참여하는것도 6년 남았다는 소리다.

그런데 지원금이 문제라고 비판하는 분들이 계신다.

의식없이 그냥 따라 다닐수는 없게 된 것이다.어떻게든 해결책을 내 놓아야 할 것 같다.

내게만 소중하다고 꼭 남에게도 소중한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이 시민광장의 동지라도 말이다.

기실 잘못된건 없다.정당한 절차로 정당하게 결정된 사항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래도 솔직히 모욕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