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첫 발을 내딘 ‘꼬꼬강좌’(꼬리에 꼬리를 무는 재능강좌)가 벌써 다섯 번째 마당을 펼칩니다.

이번엔 색다른 주제입니다. 그러나 우리 삶에 아주 밀접하고도 안전에 중요한 문제입니다. 바로 ‘핵에너지와 핵발전’. 강사는 한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국과학상을 받은 최무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겸임교수)입니다.

색다른 주제, 그러나 삶과 밀접한 ‘핵’

‘해학과 재치가 어우러진 과학이야기’라는 부제로 유명한 과학분야 베스트셀러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저자입니다. 서울대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강의했던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일반인들도 예술이나 문화를 이야기하듯 과학을 쉽고 친근한 문화로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

그렇다고 가벼운 쟁점들이나 흥미로운 현상만 다루지 않았습니다. 과학의 중요 주제인 고전역학이나 현대 물리학의 핵심 토대인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21세기 최신 주제까지 폭넓게 다뤄 많은 분들이 1순위로 일독을 권하는 과학 책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서 ‘최무영 교수의 과학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연재돼 호평을 얻기도 했는데, 꼬꼬강좌 4탄 ‘오래된 서울’을 빛내준 김창희 강사(프레시안 전 편집국장)의 강력한 추천으로 노무현시민학교와의 인연이 맺어졌습니다.

최 교수는 “과학의 목적은 자연의 일부로서 인간이 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우리 삶을 더 의미 있게 하고 질을 높여주는 것이 과학의 사명”이라고 풀이합니다. 따라서 과학에 대한 인식, 과학의 올바른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는 게 최 교수의 생각입니다.

인류는 과학 발전과 기술 산업화, 이들과 사회와의 밀접한 상호작용에 의해 한 차원 높은 세계로 올라갈 수도 있지만, 파멸의 길로 갈 수도 있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핵에너지, 핵발전은 사람을 위한 물질문명이 아니라고 그는 단언합니다. 본질적으로 핵에너지란 물질에 대한 끝없는 탐욕과 에너지 중독에서 만들어진 발명품이라는 것입니다.

핵을 원자력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최 교수는 물리학 전문가 중에 드물게 반핵을 넘어 ‘탈핵’ 운동을 펼치는 학자이기도 합니다. 핵에너지 정책, 핵발전소 등을 주제로 한 대중강연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학자로서 소신은 물론 깨어 있는 지식인으로서 용기와 결단을 갖지 않고는 힘든 일입니다.

2011년엔 국내 ‘원자력발전’(핵발전)의 위험을 알리기 위해 결성한 ‘탈핵에너지교수모임’ 출범을 주도했습니다. 그는 핵을 원자력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관습이자 용어라고 지적합니다. 원자력발전도 핵발전으로 제대로 불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핵이란 핵에너지를 줄여서 쓴 것으로, 말 그대로 핵에 근원을 지닌 에너지를 가리킨다. 그런데 이러한 핵에너지를 우리 사회에서 신문을 비롯한 매체에서는 흔히 원자력이라고 표기한다. 원자력이란 글자 자체는 원자힘, 곧 원자와 원자 사이에 작용하는 힘을 뜻하며, 핵에너지를 원자력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잘못된 용례다... 원자력발전은 약한 힘인 원자힘을 이용해서 발전을 한다는 뜻이 되는데, 이는 있을 수 없는 것이고 고리, 월성, 울진, 영광 등에 있는 시설은 물론 핵발전소다.”

“원자력 발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원자력 병원, 원자력 문화 등에서 보듯이 원자력이라는 용어는 대체로 긍정적인 뜻을 심어 주려는 곳에 쓰이는 것 같고 반대로 핵 사찰, 핵무기, 핵폭발, 핵 실험, 핵폐기물, 핵 오염 등 무엇인가 나쁜 뜻으로는 원자력 대신에 핵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만일 굳이 잘못된 관습을 따라 원자력이라는 용어를 고집한다면 북한의 핵 개발도 원자력 개발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원전 밀집도가 높은 한국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원전 밀집도가 높습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우리나라에 타산지석이 돼야 하지만, 정부는 원자력 확대 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독일의 탈핵정책 등 핵에너지에 의존하지 않고도 인류가 요구하는 삶의 양식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도 에너지 절약과 효율 향상,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원자력과 화석연료에 기댄 에너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10월 꼬꼬강좌에서 사람을 위한 과학을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잇따른 핵사고로 시민들이 핵의 위험성은 깨닫게 됐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탈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자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대안, 원전(핵발전)없이 사는 세상이 가능할까요? 인류 미래를 위한 에너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