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서재에 연재했던 글을 잇고 수정하고 개선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한 꼭지씩 연재 글을 올릴 때마다 댓글로 의견과 소감을 주셨던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 덕분에 책을 쓸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제 책이 나온 만큼 연재 글은 하나로 모아 홈페이지에 올려 둘 계획입니다. 이 글들은 이번에 낸 책의 공개된 초고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연재 글과 책의 가장 큰 차이는 ‘완성도’입니다. 연재를 할 때는 대화록과 관련하여 그때그때 벌어진 일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완전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도 일부 활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제 자신이 때로 격한 분노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책의 8장에서 정리한 남북 정상들의 유머와 인격적 특성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북핵문제와 NLL 등 남북관계 현안과 관련한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충분히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책을 만들면서 분명하게 확인된 사실들을 추렸고, 제 개인의 감정 표출을 최소화했으며, 남북관계와 북핵문제의 역사를 보충했습니다. 회담의 전개과정과 대화록이 지닌 한계, 남북 정상들을 인간적 특성도 좀 더 상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연재 글을 다 보신 분이라도 책을 읽으면 다른 느낌을 받을 것으로 믿습니다.

 

이 책을 쓰는 동안 대한민국 현대사 관련 책 집필 작업을 두 달 넘게 중단했습니다. 이 작업을 재개해야 하는 탓에 강연을 다니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의 강연 요청 거절을 너그럽게 혜량하여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신간을 내면 한 동안 강연을 다니고 독자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자로서 지켜야 할 도리임을 알지만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딱 두 번의 저자 강연행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11월 5일 벙커1에서 첫 번째 저자 강연을 합니다. 돌베개 출판사가 주최하는 두 번째 강연은 아직 시간과 장소를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최근 국가정보원 심리전단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소위 ‘십알단’이 서로 연계해 지난 대통령선거 때 벌였던 온라인 여론조작 시도의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저는 정문헌 의원이 2012년 10월 8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한 소위 ‘NLL 포기 발언’ 허위폭로가 이 거대한 여론조작 작업에 ‘북풍’을 불어넣기 위해 벌인 의도적 정치행위가 아니었나 의심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권력이 총구가 아니라 투표함에서 나옵니다. 유권자의 생각과 감정을 조종하면 투표행위도 조종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여론조작은 유권자의 심리를 조종하기 위한 작업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국정원의 예산을 불법 사용해 동원한 민간조직이 박근혜 후보 선대본과 한 덩어리가 되어 대통령선거를 치렀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온라인에서 약한 박근혜 후보 선대본을 위해 국가와 군의 정보기관들이 온라인 선대본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댓글 덕분에 당선되었다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백만여 표의 차이 중에 온라인 여론조작 시도에 기인한 것이 얼마였는지는 계측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NLL 포기’ 허위폭로와 그것을 근거로 한 박근혜 후보 선대본의 문제인 후보에 대한 이념공세가 대선 결과에 일정한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에 그런 작업을 하라고 요청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못 본 체 하거나 침묵을 지키는 태도가 정당한 것은 아닙니다. 검찰을 장악해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사건을 축소하려 할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진상을 밝히고 불법행위를 한 사람들을 엄하게 처벌하도록 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책무입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불법 열람, 유출, 누설한 사람들이 여기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 역시 상식입니다.

 

『노무현 김정일의 246분』출간을 맞아 성원을 보내주셨던 모든 시민들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드리며,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확신을 갖게 해주신 임동원, 이재정 두 분의 전임 통일부장관님들께도 큰 절을 드립니다.

 

2013년 10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