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깜냥 되는 인물이 그리도 없나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들 한다. 사람 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것이 모든 일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당연지사(當然之事), 국정(國政)에도 인사는 최우선(最優先)이다.
지난 이명박 정권은 국정의 최우선이 되어야 할 인사를 망쳐버렸다. 장사치 습성이 남아서인지, 간악한 모리배(謀利輩)들의 장막에 둘러싸여서인지 모르겠으나 이명박은 자신이 그토록 입에 달고 다녔던 ‘국격(國格)’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사들을 국정의 전면에 배치했었다. 형님대군 이상득, 방통대군 최시중, 왕차관 박영준 3인방의 영포라인이 인사를 좌우했고, 정국을 쥐락펴락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권력형 부정비리에 정치 음모로 악취가 진동했다. 이명박 정권은 김영삼 정권보다도 보수의 이미지를 깎아내렸다. 이명박은 권좌에서 물러났으나 이제 머지않아 법정에서 보게 될 것이다. 박근혜 정권은 이를 막아서도 안 되며 막을 수도 없을 것이다. 이것은 역사의 필연이다.
이명박 때문에 보수정권 재창출은 어렵게 여겨졌다. 하지만 다행히도 좌파의 자충수로 우리 보수는 또 다시 정권을 차지하게 됐다. 정치적 풍파 속에서도 보수의 이념과 원칙을 잊지 않고 지켜냈던 박근혜이기에 진정 제대로 된 정사를 펼칠 걸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 정권은 시작도 하기 전에 흔들리더니, 인사가 망사(亡事)가 되고 말았다. 안목 있는 많은 이들의 충정어린 고언을 무시하고 쓰레기 재활용 수준의 인사를 단행했다. 그러니 국정은 더 볼 것도 없고 청와대는 뒷수습이나 해야 할 판이다.
그 중 단연 최악은 국정원장이다. 후보 시절부터 수차례 식견 높은 인사들이 남재준은 절대 안 된다고 충고했지만 박근혜는 끝내 그를 국정원장에 임명했다. 권력기관 중 으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국정원을 ‘동네 국정원’으로 전락시킨 원세훈보다 한심한 남재준이라는 작자를 국정원장에 앉히다니, 그때 이미 박근혜 정권의 싹수는 노랗게 변했다. 노무현 밑에서 뼈대 없이 오락가락했고, 이명박의 눈에 들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렸던 화상이 그 무슨 능력이 있길래 국가 정보를 다루는 곳의 수장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남재준은 국정원장에 앉아서 국가 최고 비밀이자, 훗날 역사책에서나 소개되어야 할 남북 정상회담 내용을 국정원을 지킨다는 너절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공개해버렸다. 사태가 일파만파 확대되자 국정원을 동원해 조잡한 수법으로 민심을 기만하고 국정을 농단했다. 어찌 이런 작자가 국가정보원의 수장으로 버젓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정치를 떡판으로 만들고 주물럭거려도 된단 말인가.
노무현이 아무리 잘못을 많이 했다지만 절대 해서는 안 될 일도 있는 것이다. 언제든 좌파가 정권을 잡게 되었을 때, 박근혜 정권에서의 통치 행위, 국가 최고 비밀을 마음대로 공개한다 해도 할 말이 없게 된다. 이제 대한민국의 국가 비밀은 그것을 지켜야 할 자로부터 폭로, 유포될 것이다. 그 단초를 남재준이 열어놓았다.
전형적인 탐관오리인 남재준은 지난날 군부의 요직에 있으면서 허위 보고와 군납 비리, 승진 거래를 비롯한 인사 비리와 부동산 투기, 증여세 탈루와 불법 증여, 공문서 위조와 허위사실 유포 등의 부정비리를 저질렀다. 전역하고도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내외에서 각종 부조리를 자행했다. 이런 자에게 청와대는 ‘청렴’하고 ‘강직’하다고 칭하니, 어디 가당키나 한 말인가.
한시(漢詩)에 능통했던 선친의 이름을 팔아 자신도 한학(漢學)에 정통한 것처럼 속이고 다니는 남재준이 앞으로 할 일이라고는 정보를 팔아 자신의 지위를 높이는 것, 국정원을 내세워 권력을 더욱 다지는 것뿐일 테다. 지난 정권 때 영포 3대군의 힘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한 힘을 갖고자 할 것이다.
인의 장막에 갇힌 대통령은 손발만 아니라 머리까지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을지 모르나 대한민국을 지키는 절대다수의 국민들은, 진정한 보수주의자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남재준은 더 이상 보수의 얼굴에 똥칠하지 말고 조용히 살아야 할 것이다.
실력과 자질을 갖춘 인물을 구하기는 쉽지 않으나 그런 인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빨리 똥싸개 남재준을 해임하고 깜냥 되는 인물을 국정원장에 임명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정권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박정희 정권을 비롯한 지난 정권들에서 정보 책임자를 잘못 두었을 때 벌어진 일들을 곱씹어보라. 그리고 당장 결단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