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로 글을 올려야 하는데 오랜 만에 올리는 글이 또 이런 심각한 이야기라 심란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광장 회원이니 한 마디 하죠.

제가 보기에 푸른호호님이 상근직을 조건으로 걸었든 아니든 이는 하등에 문제가 될 수 없는 일입니다.

그 이유는

첫 째, 선출직은 곧 봉사직이어야 한다는 원칙 자체가 원래 말이 안 됩니다. 선출이라도 시민광장의 활동에 도움이 될 것 같으면 상근 형식을 취해도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단 상근을 해야할 상황이 되면 그에 따라 당연히 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둘 째, 집행위원장을 상근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대표에게서 나온 것이므로 그 제안을 수락한 사람에게 어떤 책임을 묻는 것 또한 잘못된 것입니다. 일하려는 사람이 없었고 예산을 걱정해야 했고 선임자가 퇴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던 상태에서 제안을 한 것이라면 푸른호호님도 당연히 그런 설명을 듣고 결정을 내렸을테니 개인의 욕심을 먼저 채운 것이 결코 아닙니다.

셋 째, 상근직 급여 자체가 큰 금액이 아닙니다. 그러니 상근자로 근무해도 일종의 봉사에 해당합니다. 솔직히 저는 현재 상근자 급여 받고는 일 못합니다.  돈 쓸 일이 많아서. 그런데 누군가가 그런 조건으로 해 준다고 하니 얼마나 미안하고 고마운 일입니까? 저는 그간의 시민광장 상근자 모두를 봉사하는 것으로 여겼지 제대로 급여 받는 피고용인으로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넷 째, 규약에 집행위원장은 상근직을 겸할 수 없다는 조항 자체가 없습니다. 규약 위반이 아니므로 선거 기간에 회원들에게 사전에 공지할 의무가 없습니다. 의무가 없는데 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특히 선의로 내린 결정에 대해 도대체 왜 사전에 회원들에게 공지를 했어야만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보지만 그래도 사람에 따라 문제로 보이면 지적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 방법과 시기 표현이 아주 놀랍더군요. 

정상이라면 이는 당사자 모르게 대표에게 항의를 했어야죠.  어떻게 본인 앞에서 그런 말을 던집니까? 푸른호호님의 인내심이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저라면 그 자리에서 무슨 사단이 났을겁니다.

그리고, 이를 문제 삼는 이들이 한 말 중에 특히 귀에 거슬리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상근자는 대표나 집행위원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상근자를 없애면 견제 역할할 사람이 없어진다."는 주장이요.

역시 놀라운 주장입니다. 

집행부를 견제를 하려면 급여 등에 얽매이지 않은 별도의 감사기구를 두던가 해야지 어떻게 상근자가 견제를 합니까?

상근자가 집행부의 직무에 대해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하라는 규약이 있으면  좀 알려주기 바랍니다.

혹시 그 동안 상근자가 대표를 감시하고 견제하면서 일을 해 왔다는 말입니까?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지 저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세상 어디에 그런 조직이 있는 지 좀 알고 싶습니다.

상근자는 그냥 집행부의 일을 행정적으로 돕는 것이 첫 째 직무입니다. 거기에 무슨 견제 역할을 더 부여한다는 말입니까?  광장의 행사는 회원과 대표가 정하는 것이고 결정된 행사에 대해 상근자는 그냥 도우면 되는 것입니다.

물론 대표 등이 직위를 이용해 부당한 행위를 하면 이를 가장 먼저 인지할 수 있는 자리가 상근자 자리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발생해도 이를 상근자가 주관적인 판단으로 임의로 처리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럴 권한 자체가 없기 때문이죠. 그냥 상근자가 아닌 개인 회원의 입장에서 모두에게 알리던가 해서 공식적으로 처리해야죠. 

상근자의 주관적 판단이 대표의 업무에 견제자로서 작동하기 시작하면 대표는 일 못합니다. 행여나 앞으로도 상근자에게 그런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믿는 분이 있다면 정식으로 규약 개정을 요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끝으로 말씀 드립니다. 

시민광장은 팬클럽니다.  우리는 유시민을 돕자고 모인 사람들임을 잊지 맙시다. 첨맘님이 게시판 보고 정계 은퇴 선언에 이어 시민광장 탈퇴 선언까지 가는 모습 보고 싶지 않으면 회원들에게 상처주고 싸우고 하는 일은 제발 좀 하지 맙시다. 

푸른호호님은 마음에 상처가 깊었겠으나 믿고 집행위원장으로 선출해 준 회원들을 봐서 돌아 오시길 바라고,

그 동안 상근자로 계셨던 분도 계속 상근자로 계셨으면 좋겠고,

서로에 대한 오해나 원망은 그냥 다 털었으면 좋겠고,

원칙은 매우 중요하지만 적어도 우리 동네는 원칙보다는 사랑이 우선하는 동네였으면 좋겠습니다.

상처는 치료가 우선입니다. 잘라 내는 것은 최악의 상황에서 선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