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과 틀림 … 티끌과 들보

                      강론

박종인 신부(예수회)

위선(hypocrisy)이란 단어는 어원적으로 볼 때, 연기하다, 비겁한 사람, 숨기고 사기치다, 거짓말 하다, 남을 판단하거나 비판하다 등의 의미를 두루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태도의 주체를 위선자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오늘 복음을 통해 예를 들어 본다면, 제 눈의 들보는 깨닫지 못하면서 형제의 눈 속에 든 티끌을 이야기하는 사람입니다.

위선이 개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건 별 문제 없습니다. 위선이 문제가 될 때가 있습니다. 즉, 위선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때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위선자 혹은 위선의 집단이 사회를 이끌어 나갈 때 입니다. 이 경우를 장님이 장님을 이끄는 상황과 비교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앞을 못 보면서도 아는 척 다른 장님을 이끄는 위선자를 무지한 다른 장님은 따라갑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뻔합니다. 둘 다 망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다행이도 우리는 오늘 우리사회의 위선자들을 명확히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무작정 따라가지 않습니다. 우리는 위선자들 역시 함께 살기를 바라기에 그들의 회개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위선자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온전히 성찰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틀렸다고 합니다. 보통 다른 사람의 의견은 다양한 의견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위선자들은 “다르다”가 아니라 “틀렸다”고 말합니다. 요즘은 캠페인을 통해서 그나마 개선되어 가는 것 같지만, 아시다시피 전통적으로 우리는 ‘다름’과 ‘틀림’을 구별하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나와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틀린 것으로 간주하는 습관이 몸에 깊이 배어 있습니다. 이것은 다른 사람을 틀린 사람, 잘못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며칠 전 “천주교 평신도 1만인 시국선언”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했다가 다른 의견을 가지신 분들이 온갖 불쾌한 토를 달아놓은 것을 우연히 읽게 되었습니다. 어떤 글들은 아주 예의 없이 이 사태를, 행동하는 신자분들을 ‘틀린’ ‘글러먹은’ 일이나 사람들 취급을 하고 있더군요. 저는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그들은 전혀 알려 들지도, 알고 싶지도 않아하면서 폭언만 퍼붓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감사의 마음을 가지려 했습니다. 그들의 불친절, 더 심하게는 폭력이 우리의 행동을 안일함에 빠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깨어있게 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봐야겠습니다. 내가 하는 행동이 정의를 요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렇게 모인 우리는 우리끼리만의 작은 울타리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울타리 밖의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더 품어 안고 사랑과 정의를 이야기하려는 노력보다는, 그들을 냉소적인 눈빛으로 보고만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우리와 다른 의견을 가진 형제 자매들을 그들의 태도처럼 무시하거나, 더 나아가서는 같은 방식의 폭력을 행하지는 않는가? 우리는 우리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우리가 요구하는 정의만큼 자비로운 마음도 유지하려 애쓰는가? 등등의 질문 앞에 서 보는 것입니다.

사실 허물없는 사람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끌과 들보는 많이 다릅니다. 티끌은 위선이 개인적 차원에서 일어날 때를 뜻한다고 하겠습니다. 저는 제 눈에 티끌이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경솔하다. 게으르다. 종종 입이 걸어 사람들에게 바보나 멍청이란 심한 말을 하는 미성숙한 인격체다 등등의 모습을 가지고 있으면서 사람들에게 멋진 사람으로 보이려고 한다는 것이 제 티끌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절 보고 웃거나 비웃어 줍니다. 이것은 이웃의 삶에 별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들보란, 티끌과는 달리 위선이 공공의 차원에서 행해질 때를 가리킵니다. 나라의 안전을 말하면서 무고한 사람들 뒤를 캐고, 정보를 조작하는 집단이 그 한 가지 예가 될 것입니다. 이 집단은 자기가 저지른 악행을 숨기고 있습니다. 남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그 일을 숨기고자 공안정국을 연출해 놓고는 ‘발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꼼꼼하게 시민들의 티끌을 찾아내는 이 집단이 장부조작으로 고의부도를 내놓고 튀려는 상하이 자동차의 몰상식한 계획을 몰랐을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반성의 기미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습니다. 한 술 더 떠서 부정한 방법으로 대통령 타이틀을 얻은 또 다른 위선자는 이 집단에 셀프개혁을 주문한다고 합니다. 이 태도는 명백히 책임회피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위선의 집단은 이미 자정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절차와 법질서를 중시하며, 양심과 이성을 건강하게 사용할 줄 아는 시민과 신앙인들이 촛불을 밝혀든 것입니다. 우리는 위선자를 따라가는 장님이 아닙니다. 무지하지 않기에 이 사회가 멸망의 구렁텅이로 내닿지 않도록 예언자적 행동에 나섰습니다. 저들의 이간질에 같은 신앙을 지닌 이들끼리도 서로 배척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주저하지 않습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우리의 유일한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의 길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합니다. 이 길이 모두 함께 사는 길이며, 구원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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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과 틀림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길을 물으면 이렇게 대답합니다. " 저쪽 코너에 호프집이 있거든요 거기서 오른쪽으로 돌면 막걸리집이 보입니다. 거기서 300미터 직진하면 됩니다 " 목사님에게 길을 물으면 당연히 " 저기 교회 보이시죠? 네 그 교회를 지나서 100미터 가면 2층에 교회가 보입니다. 그 교회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됩니다 " 사람들에게 ' + ' 가 그려진 카드를 보여주면 수학자는 덧셈이라 하고 산부인과 의사는 배꼽이라고 합니다 목사는 십자가라고 하고 교통경찰은 사거리라고. 간호사는 적십자라고 하고 약사는 녹십자라고 대답 합니다. 모두가 다 자기 입장에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다른사람이 "틀린"것이 아니고 "다를" 뿐 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늘 ~ 이해의 대상입니다. - 옮겨온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