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다는 말을 우리말로 풀면 '마땅히 그러하다'는 뜻입니다.
지하철이 끊길 시간까지 혹시 몰라 입구에 좌판을 펼쳐놓은 할머니들의 삶은 '당연'한 걸까요.
인턴이란 간판이 스펙이 될지도 모른다며 댓가조차 받지 못하고 일하면서 그마저도 수천의 등록금과 학원비를 쏟아야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젊은이들의 삶은 '당연'한 걸까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삶 그 자체'를 걸어야 하는 '비정규직'의 삶은 '당연'한 걸까요.
내 삶을 어떻게 뒤흔들지도 모르는 '민영화'의 공포를 하루를 멀다하고 마주쳐야 하는 우리의 삶은 '당연'한 걸까요.
내가 찍은 한표의 의미를 무참하게 날려버린 국가기관들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을 어찌하지 못하는 우리의 민주주의는 '당연'한 걸까요.
그는 어쩌면 이 모든게 '당연'한 삶을 살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는 정말 힘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었을테고, 자손대대로 풍족한 삶을 물려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 가능성에 누구보다 한발 앞서 다가갔던 이가 자신이 알던 세계밖에서 벌어진 '당연'하지 못한 일을 경험하며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솔직하게 귀를 기울입니다. '당연'하지 못하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습니다. '당연'하지 못한 것을 안다는 것, 그것은 '상식'입니다.
영화 '변호인'은 감독과 배우들이 누차 밝힌 바대로 '상식'을 말합니다.
영화 변호인은 정말 노무현의 이야기일까요? 송우석은 정말 노무현일까요? 그의 삶 한 부분을 따왔기 때문에 그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변호인'은 또한 '가능성'의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삶에서 당면할 수 있는 커다란 선택에서 무엇을 택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이것은 우리들이 외면해버린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변호인'은 또한 '용기'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현실을 가로막는 장벽앞에서 되돌아가지 않고 맞부딪히는 도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마 이 영화에 관객이 많이 든다면 지금이 그만큼 상식을 찾고 싶은 이들이 많다는 방증일 겁니다. 또한 외면해버린 가능성을 다시 들여다보며 지금의 삶을 뛰어넘을 용기를 얻고 싶기 때문일겁니다.
우리의 삶은 어렵고도 두려운 선택의 연속입니다. 그러나 선택을 마주한 우리의 내면은 끊임없이 당연한 것을 택하라고 명령을 던집니다. 그리고 우리는 무엇이 당연한 것인지 아주 '당연'하게 알고 있습니다.
'변호인'은 '노무현'을 미화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그저 한 사람의 인생을 빌어 관객들에게 당신은 정말 안녕하시냐고, 정말 '당연'하냐고 질문을 던질 뿐입니다.
모든 이에게 상식과 가능성을 말하기 위해 용기를 낸 변호인의 제작진과 출연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보냅니다.
마지막으로, 이 말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정말, 사랑할만한 사람을 사랑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