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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고 컴퓨터장사의 가슴찡한 이야기
촌삐가리 | 2014-02-04 13:30:14 | 조회 15202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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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경북영천광장
토론게시판
에서 함께 입력된 촌삐가리님의 글입니다.


페이스북 남윤호님 담벼락에서 퍼왔습니다.

저는 인터넷이나 알림방 광고를 내어 
중고 컴퓨터 장사를 합니다. 
얼마 전 저녁때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아는 사람 소개 받고 전화 드렸어요. 
여기는 경상도 칠곡이라고 지방이에요.
6학년 딸애가 있는데 중고컴퓨터라도 있었으면 해서요.
딸은 서울에서 할머니랑 같이 있구요...."

나이 드신 아주머니 같은데
통화 내내 목소리가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열흘이 지나서 쓸 만한 중고가 생겼습니다.
아주머니가 말씀하신 그 집에 도착하자,
다세대 건물 옆 귀퉁이 새시 문 앞
할머니 한 분이 손짓을 하시더군요.

액세서리 조립하는 부업거리가 보입니다.
지방에서 엄마가 보내주는 생활비로는
살림이 넉넉지 않은 모양입니다.

"야 컴퓨터다!"
그 집 6학년 딸이 들어와 구경하자,
할머니가 아이의 어깨를 두드리시더군요.
"너 공부 잘하라고 엄마가 사온 거여, 
학원 다녀와서 실컷 해. 어여 갔다와." 
아이는 "네~" 하고는 후다닥 나갔습니다.

설치를 끝내고 집을 나섰는데
대로변의 정류장에 아까 그 딸아이가 서 있습니다.
"어디로 가니? 아저씨가 태워줄게."
주저 할만도 한데 아까 봤던 아저씨라 믿었는지
아이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하계역이요~" 
제 방향과는 반대쪽이지만 태워 주기로 하였습니다. 
집과 학원거리로 치면 너무 먼 거리였습니다. 

한 10분 갔을까. 
아이가 갑자기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고 합니다.
패스트푸드점 건물이 보이기에 차를 세웠습니다. 
"아저씨 그냥 먼저 가세요."
다급히 아이는 건물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무심코 보조석 시트를 보는데
가슴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검빨갛게 물들은 시트.

아마 첫 생리?
보통 바지가 젖을 정도...
당황한 아이의 얼굴, 
당장 처리할 방법도 모를 테고 마음이 너무 급했습니다.
재빨리 청량리역까지 와서 
속옷을 여러 사이즈로 샀습니다.
아이엄마에게 전화했다가는 마음이 아파하실 것 같아 
연락도 못하겠더군요.

집사람한테 전화 했습니다.
"지금 택시타고 빨리 청량리역...
아니 그냥 오면서 전화해.. 내가 찾아 갈게."
"왜? 뭔 일인데?"
자초자종 이야기하자, 집사람이 온다고 합니다. 
아, 아내가 구세주 였습니다.

가는 중 전화가왔습니다.
"약국 가서 생리대 사. XXX 달라 그러고 
없으면 XXX 사....속옷은?" 
"샀어.."
"근처에서 치마 하나 사오고....
편의점 가서 아기 물티슈도 하나 사와."

진두지휘하는 집사람 덕에 장비(?)를 다 챙겨서
아이가 좀 전에 들어갔던 건물로 돌아갔습니다.
없으면 어쩌나 조마조마합니다.
아이 이름도 모르는데,

집사람이 들어가니 화장실 세 칸 중에 
한 칸이 닫혀 있었습니다.
말을 걸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때까지 그 안에서 혼자 울면서 끙끙대고 있었던 겁니다. 
다른 평범한 가정이었으면 조촐한 파티라도 할 
기쁜 일인데... 콧잔등이 짠하더군요.

집사람과 아이가 나오는데 
그 아이 눈이 팅팅 부어 있더군요. 
그냥 집에 가고 싶다는 아이를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묻더군요.
"그 컴퓨터 얼마 받고 팔았어?" 
"22만원" 
"다시 가서 주고 오자.." 
"뭐?" 
"다시 가서 계산 잘못 됐다고 하고, 
10만원 할머니 드리고 와." 

램 값이 내렸다는 등 대충 얼버무리면서
할머니에게 돈을 돌려 드렸습니다.
나와서 차에 타자 집사람이 
제 머리를 헝클이며 "짜식~" 그랬습니다. 

그날 밤 11시 쯤 아이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여기 칠곡인데요. 컴퓨터 구입한......." 

이 첫마디 하고 
계속 말을 잇지 못하시더군요.
저도 그냥 전화기 귀에 대고만 있었습니다.
...

가끔 다른 사람의 마음에 
귀 기울이시고 노크를 하십시오. 
세상 살다 보면 위로 받고 싶을때도 있겠지만 처지가 나보다도 좋지않으신 수많은분들께 도움과 위로를 드리는 삶을 살기를 소망합니다. 
날씨가 추워지니 더욱더 이런글이 내맘을 찡하게 해요. ㅠㅠ.
     

덧글쓰기 | 전체글 15건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연어처럼  

가끔은 이런 사람살아가는 이야기로 위로를 받으니 그래서 아직은 이 세상 살 맛이 나는가 봅니다. ^^
14-02-04

정연 엄마  

^^
14-02-04

boram  

참 착한 부부이야기군요.
아내의 마음 씀씀이가 감동입니다.
14-02-04

촌삐가리  

이래서 아직은 세상이 살만합니다.
14-02-07

화~랑  

진짜 가슴 찡한 이야기 입니다...^^
14-02-04

njbora  

이 글 몇번 봤어요. 볼때마다 감동이죠.

p.s. 촌~님 문광 회원이시더군요. 꼭 모시고 오라는 대표님의 특명이십니다. 문광 출석부에도 들러주세요~~^^
14-02-04

촌삐가리  

에고~ 문광에 가입은 했습니다만...글 재주는 꽝~입미다요...^^
문광회원분들의 글을 읽고 싶어서 가입했다능...ㅜㅜ
출석부에도 출입하겠습니다.^^
14-02-07

베고-꽃잎222  

지금 눈과 맘이 촉촉해 지고 있어요^^
14-02-04

개성소나무  

저도 딸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맘이 짠 하네요...

복 받으실 겁니다.
진짜 고맙네요.
14-02-04

한 마음  

그분 마음의 여유가 부럽네요^^
14-02-04

조이풀  

세상이 밝아지네요.
14-02-04

서울농부  

또래의 딸아이가 둘이나 있다보니 당황했을 아이의 맘이 가슴을 아프게하네요.
두 부부분은 복 받을 것입니다.
14-02-04

사람은가고  

참 따뜻한 부부십니다,
님들의온기가 주변을따뜻하게합니다.
저도 따뜻해집니다, 감사합니다.
닮아보려고 노력이라도 해보렵니다...
14-02-05

다시오는봄  

훈훈한 아침! 찡한 글...고맙습니다. 다른곳에도 좀 소개하겠습니다.
14-02-05

완소딸기  

마음이 짠하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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