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요즘 많이 그리운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 자체가 많은이들에게 시간이 갈수록 그리움이 짙어져 가는 그런 사람이기도 하고,
또 과거로 달리는 열차를 탄 듯한, 비상식이 늘어가는 이 사회 때문에 그렇기도 합니다.
그의 전후, 그리고 그가 대통령으로 일하는 내내 조차도
손에 쥔 권력을 악용하던 정치,언론,법이 조금씩 우리 삶을 위협해 와도
당장 죽을 것이 아니어서 외면해왔습니다.
하지만, 세월호에서 그 살 수 있었던, 살아야만 했던 그 귀한 아이들을 잃으면서 알게된
여러 이해관계가, 여러 검은 유착이, 정치와 언론의 장난질이 너무도 끔찍하고,
거기에 방조죄로 한숟갈 얹은 나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 스스로를 계속 괴롭힙니다.
더이상 그가 그립지 않은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세월호 참사이후 2주, '그가 그립다'란 책이 도착했습니다.
많이 그리운 그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었는데,
우습게도 이 책은 그다지 그의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습니다.
스물 두명의 사람들이 그저 자기 이야기를 합니다.
그 이야기 속에 노무현이 들어있기도 합니다만 ,
그리운 그분 이야긴 하나도 안들어있고 그냥 자신의 일에 관해서만 덜렁 쓰신 분들도 꽤 있습니다.
책 초반에는 도대체 이 책의 편집자는 뭔 생각으로 원고 위탁을 하고 이것들을 그냥 실었나 싶었습니다.
나중에 마지막을 덮으면서는 아이러니 하게도 중구난방 글을 쓴듯한 22명의 글의 유대감에 다시한번 놀랐습니다.
책의 부제인 '스물두가지 빛깔로 그려낸 희망의 미학'이란 말이 와 닿는 순간이었어요.
이 책을 읽고나서 그리운 그분 얘기 실컷 들었다란 후련함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이 책은 달랐습니다.
이 책이 흔히 말하는 한때 서민들의 변호인이었으며, 한때 이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올곧은 길을 가려던 정치인이었으며
한때 이 나라를 위해 온힘을 쏟은 대통령이었던 그분을 그리워 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책 저자중의 하나인 정철(카피라이터)님이 쓴글을 잠깐 인용하겠습니다.
'인류의 역사가 조금씩이나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건 영웅 한 두사람의 힘이나 예지 덕분이 아니지.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왜?"라는 질문 덕분이지.
체념과 포기를 허물고 그 위에 새로운 희망을 세우고 말겠다는 의지,
나태와 두려움을 치우고 그곳에 사는 세상을 만들고 말겠다는 각오가 "왜?"라는 질문이지.
나라 전체가 뒤로 돌아 앞으로 가고 있는 바로 지금이 "왜?"라는 질문을 던질때지.'
네, 스물두분은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 하고 있는것입니다.
그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김상철(전 경향신문기자)님은 이렇게 적어내려갔습니다.
'노무현은 우러러볼 만큼 높은 곳에 있지 않았고, 눈 내리깔아야 할 것처럼 위압적이지도 않았다.
우리가 받아 든 숙제도 그러하다고 믿는다.
설혹 풀지 못하더라도 사람들이 그 숙제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결국 노무현과 다르지 않은 진짜가 될 것이다.
그들이 기억하는 노무현 이야기와 노무현을 기억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행복하게 만나고
우리는 더 많은, 노무현 없는 노무현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스물두명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노란 표지에는 이름과
뚫고싶다, 깨고싶다,꺽고싶다처럼 네자로 이루어진 제목만이 적혀있고
그 프로필은 글을 다 읽은뒤 맨아래 깨알같이 적혀있습니다.
덕분에 한분의 글을 읽는 내내 이분은 뭐하는 사람이길래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읽을수 있는 것도 참 좋았습니다.
노무현을 그리는 사람들 답다란 생각도 잠시 해 보았습니다.
노무현, 그분은 어쩜 그렇게 다른 방향에서 스물두명의 사람들이 보았어도 그리 한결같았을까요.
정부에 조직이면서도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인권위원회에 "인권위원회, 그런 일 하라고 있는거 아닙니까?"하셨단 그분
이발하면서 FTA반대집회가 나와 민망해하며 "저러면 안되는데"하는 이발사에게
"괜찮습니다.협상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란 말에서도
주방식구들에게 절대 서서 대기하지 마시라고, 허리에 무리가니 절대 그러지 말라고 하셨다는 마음에서도
누구에게도 사람대접 제대로 하던, 옳곧은 길로 우직하게 걷던 그분의 한결같은 모습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한구절 "당신이 계셔서 못난이들이 잠시 활개치고 살았다."란 말이 참 공감갑니다.
노무현 그분이 자주 했다는 그말, "내가 직접 챙기겠습니다."란 말이
이 세월호 이후 참 그리워지는 오늘 입니다.
하지만 더이상 홀로 내가 직접 챙기겠다는 외로웠던 그분을 그리워하기 보다
"내가 함께 챙기겠습니다"라고 할 곳을 찾아야 할 오늘이 되겠다고 결심하며 책을 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