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관련 책을 내신다는데 '글을 잘 쓰는 방법'에 관한 책이 아니라,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는 방법'에 관한 책이라고 합니다. 글을 잘쓰는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이겠습니까. 물론 책에는 더 자세히 설명되겠지만 유작가님이 글쓰기강연에서 말씀하셨듯이, 독서를 통해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생각을 많이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주목한 것은 이 점입니다.

요즘 제가 느끼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생각하는 사람'이 적다는 것입니다. 대화를 나누어봐도, 인터넷에서 글을 봐도 다들 생각이 너무나 비논리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남녀노소, 지위고하, 분야를 막론하고 대개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사회에 얼마나 비상식적인 문제들이 많습니까. 정치, 경제, 사회의 여러 문제들이 그 표면적인 원인은 각각 다르겠지만, 근본 원인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보면 '개개인들의 생각없음'이라는 하나의 원인에서 출발한다고 저 나름대로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 한국 사람들이 점점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첫째, '둥글게 둥글게 살자'라는 생활태도 입니다. 모난 놈이 정 맞으니까,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살면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상실되고 맙니다. 돌아가신 일본의 요네하라 마리씨 책을 읽으면 일본인들의 비논리성에 대해 개탄하는 내용이 자주 등장합니다. 상대방의 기분에 맞춰 살아가는 일본인 특유의 태도상 자기 생각이 제대로 생길 수가 없습니다. 한국사람도 비슷해져 가고 있지 싶습니다.

둘째, 속독입니다. 책을 읽을때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의미를 따져가면서 읽어야 하는데 속독을 하다보니 생각하는 독서를 못하는 것입니다. 정보의 홍수시대에서 그많은 정보들 어차피 다 못 읽습니다. 필요한 것만 잘 선택해서 '숙독'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독이 우선이고, 정독을 많이 하면 책읽는 속도는 부수적으로 자연히 따라오는 것입니다.

셋째, 한글 전용입니다. 조갑제씨가 자주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그 분의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는 내용도 많지만, 한글전용이 한국사람들의 생각하는 능력을 죽이고 있다는 주장에는 상당히 동의 합니다. 방금 전 인터넷 뉴스로 임병장에 대한 사형구형에 대한 기사를 봤습니다. 임병장 측 변호인이 " 다시 한번 갱생의 기회를 주는 것도 맞다고 생각한다" 라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갱생(更生)에는 이미 '다시'라는 의미가 들어있는데도 그 앞에 '다시'라는 표현을 중복해서 쓰고 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저희 집 샴푸에는 '리엔, 자윤비책' 이라는 알 수 없는 제품명이 쓰여 있습니다. 리엔은 차치하고, 자윤비책은 한자어가 분명한데 한글로만 써놓아 버리니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무슨 뜻인지 모르는 글에 대해 그냥 넘어가는 것에 대해 이제 거의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넷째, 활자를 읽지 않고, 영상정보에 주로 빠져 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들 아시리라 봅니다.

다섯째, 암기위주의 주입식 교육입니다. 이것도 다들 아실 것입니다. 참고로 고등학교 때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대해 아무 감흥이 없었습니다. 시를 음미하거나 의미를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단순히 풀어야 할 문제라고 느꼈기 때문에 그랬습니다. 성인이 되서 다시 그의 시집을 읽어보았을 때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청년 윤동주의 그 섬세하고 불안한 감정이 저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듯 했습니다. 아니 이 감동적인 시를 학교에서는 왜 '문제풀이' 대상으로 밖에 못 가르치는 것일까. 청소년기에 글을 읽는 커다란 기쁨을 알게 된다면 저절로 책을 많이 읽게 되고 생각도 많이 하게 될 것인데, 입시제도가 '자기생각이 없는 문제풀이 기계'들을 대량으로 양산하고 있습니다. 정말 심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작가님이 '글을 잘 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방법'에 관한 책을 쓰신다고 합니다. 글을 잘 쓸려면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많이 해야 합니다. '개개인의 생각없음'으로 인해 온갖 비상식적인 문제들이 발생하는 한국 사회에 너무나 시기적절한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방송내용에 유작가님의 정치복귀에 대해서도 나왔는데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정치카페를 들으면서 유시민, 노회찬 둘 중 한 분이 대통령하고, 다른 한 분이 총리를 한다면 한국이 참 좋아지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4년 중임 대통령제로 개헌해서 8년 정도 하면 더더욱 좋겠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좋지만, 오히려 지금처럼 유작가님이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책을 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국에 더 큰 이익이 되겠다는 생각을 지금은 합니다. 아주 훌륭한 사람이 나라를 이끌어봤자 그때 뿐입니다. 나머지 대다수의 국민들이 훌륭하지 못하다면 그 정권이후에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다시 쇠퇴하기 마련입니다. 한 나라의 운명을 대통령에게 맞기는 나라는 얼마나 불안한 나라입니까. 운이 좋아서 대통령이 훌륭하면 나라가 성하고, 운이 나빠서 대통령을 잘못 만나면 나라가 위기에 빠지는 것은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닐 것입니다. 훌륭한 지도자가 나와야 나라가 잘 되는 것이 아니라, 5000만 국민 개개인 모두가 훌륭해야 나라가 잘 될 것입니다. 유작가님이 정치를 하는 것도 좋지만, 책을 써서 수많은 사람들의 '정신적 개안'을 돕는 것은 그것보다 몇 배나 더 큰 긍정적 기여를 우리사회에 한다고 믿습니다. (근데 요즘에는 '영상의 시대'인 만큼 유투브에 올라와 있는 유작가님의 강연이 오히려 책보다 사람들에게 더 큰  파급력을 갖지 않나하는  생각도 합니다. 강연능력이 워낙 타의 추종을 불허하시기에..)

유작가님의 신간이 하루빨리 나오길 바라며, 아니 늦게나오더라도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좀 더 충분한 정보들이 들어가 있기를 고대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정치카페 테라스> 안들어보신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http://www.podbbang.com/ch/7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