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퇴근길에 자동차 접촉사고를 당했다.

삼거리 교차로, 정확히는 교차로를 막 벗어나서 사고가 났다.  상대방 차주는 차에서 내려서 나를 보자마자 겸연쩍어 했다.내 차는 2004년식으로 아주 노후되었고 상대방을 보니 20대로 매우 젊어 보여서 내차를 수리하는 비용이 그 사람에게는 꽤 부담될 듯 했다. 내가 돈을 들여 간단하게 수리하고 말자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상대방 보험사 직원이 도착하자 상대방 태도가 돌변했다. 아마도 보험사 직원한테서 교차로 사고는 무조건 후행 차량 잘못이라는 얘기를 들은 듯 했다. 뒤이어 도착한 내 보험사 직원도 내 잘못이라는 듯 말을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상대방과 상대방 보험사 직원은 간다는 말도 없이 가버린 상태였고 내 보험사 직원도 더이상 알아볼 게 없다고 판단했는지 떠나려고 했다. 퇴근길, 심신도 피곤하고 날은 춥고 심리적 충격으로 경황도 없고해서 나는 그렇게 졸지에 가해자가 된 채 사고현장을 떠나왔다.

다행히 다음 날 사고현장에 다시 가서 CCTV가 있음을 확인했고 파출소에 여러 번 찾아가고 경찰서 교통계 경찰관과 통화하는 등 참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서야 사고 발생 2주일 만에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누명을 벗기까지 며칠 동안 나는 수시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조절할 수 없었다.

너무도 억울했다. 돈 때문이 아니었다. 가해자한테 미안하다는 얘기를 듣지 못한 게 몹시 섭섭했고, 피해자임에도 오히려 가해자 취급을 받는 게 몹시 억울했다.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 누명을 쓰고 10년간 옥살이를 한 청년이 느꼈을 그 억울함, 정치사상범으로 20년간 옥살이를 하신 신영복 교수님이 느끼셨을 그 절망감, 그분들의 억울한 심정을 감히 헤아릴 수는 없겠으나 아주 조금이나마 그분들의 심정이 어땠을지 짐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