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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아침이슬처럼...
토지공개념 | 2008-06-02 11:12:16 | 조회 14196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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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아침이슬 노래의 첫 소절이지요. 우리들 모두가 흥얼대며 긴 세월 불렀던 노래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가사의 의미를 어제 새벽에서야 깨닫게 되었지요. 저는 이 가사를 깨닫는 순간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글을 쓰려고 합니다. 

 


6월 1일 경복궁역 앞, 아직 어두운 미명에 경찰은 진압작전을 시작했습니다. 경찰은 물대포를 쏘아대며 시민들 앞에 공간을 확보했고, 그 틈에 전경들이 투입됐습니다. 선두에 선 건장한 전경들은 시민들를 향해 방패를 흔들며 욕설을 해댔습니다. 한 발 두 발 전진하며 뒤따라 오는 전경들의 공간을 계속 확보했습니다.

 

외곽 진입 도로로부터 지방에서 긴급 투입된 전경들이 일제히 다가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직터널과 청와대 방향으로 대치하고 있던 시민들중 일부가 분산됐습니다. 물대포의 위력은 대단했습니다. 물대포에 정통으로 맞은 시민은 아스팔트 위를 뒹굴었습니다. 물대포는 모여든 시민들을 계속 분산시켰습니다. 전경들을 막던 시민들은 계속 밀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쏘아대던 물대포가 갑자기 멈췄습니다. 물이 떨어진 모양인듯 차를 돌릴려고 했습니다. 그 틈에 시민들은 환호를 외치며 다시 모여들었습니다. 그 때 청와대 동쪽 하늘이 밝아 오기 시작했습니다. 긴밤을 지새운 우리들이 아침을 맞이한 것입니다. 찬 이슬을 온몸에 맞은 시민들은 다들 부르르 떨고 있었습니다.

 

동쪽에 떠 오르는 햇살과 온 몸이 젖은 시민들을 동시에 바라본 저의 머리에 순간 한 노래가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그 노래가 바로 아침이슬이었습니다. 풀잎은 기껏 산들바람에도 흔들릴 정도로 연약합니다. 밟으면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고 맙니다. 그렇게 옛부터 민중들을 민초(民草)라 불렀나 봅니다.

 

여학생 한 명이 쓰러졌습니다. 물대포에 맞아 아스팔트에 머리가 깨졌는지, 전경들이 휘두르는 방패에 머리를 맞았는지 붉은 피가 철철 흘렀습니다. 시민들은 모여들었고, 그 틈을 타 전경들은 더 전진해 왔고, 다시 투입된 물대포는 두 대가 동시에 시민들을 향해 살수했습니다. 물대포에 스치듯 맞아도 정신이 얼얼했고, 온 몸에 스며든 찬물은 새벽 찬 바람에 오한을 느끼게 했습니다. 

 

스크램이 풀려지자 전경들의 전진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시민들은 퇴로를 따라 세종로와 안국동 방향으로 흩어졌습니다. 경찰의 진압작전은 속도가 붙었고, 광화문네거리 근처에서는 시민들을 연행하기 위해 달려들었습니다.

 

 

그렇게 시민들은 해산되었습니다.

 

우리들은 밟히면 밟히고, 때리면 맞는 그런 시민들입니다. 바람따라 흔들리는 연약한 풀잎입니다. 하지만 강한 생명력을 가진 민초(民草)들은 더 많이 함께 할 것이고 우리 시민들은 끝내 이길 것입니다.

 

 

5월 31일 밤부터 6월 1일 아침까지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촛불집회, 강제진압, 아침이슬, 민초
덧글쓰기 | 전체글 13건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당희(당원희망)  

열심히 참여하시는 토지공개념님.
울분에 휩싸여 이리뛰고 저리뛰는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두고오는 동지들에 대해 무거운 마음이 강하더라도 제발 제가 귀가하자고 말씀드리면 같이 귀가하십시다.
토지공개념님이나 저나 연행되면 생계가 막막합니다.
하지만 마음이 동하면 어쩔 수 없겠지요.
08-06-02

천국문지기  

48시간정도 구금되는 정도면 생계가 막막하지 않겠죠.

제친구는 아마도 기소될 것 같나고 하더라구요. (집시법 위반 전과 2범)

경찰친구 말로는 예전에 집시법위반으로 구류이상 선고를 받은 사람은 조심하라고 하더라구요. 아마도 기소될 것이라고요.
08-06-02

당희(당원희망)  

회사내 위치와 사정을 개인적으로 알기때문에 생계 말씀드린겁니다.
물론 다들 마찬가지시겠지만요^^;;
08-06-02

천국문지기  

당희님도 제발 몸조심...

전 요즘 나가서도 몸 무척사립니다. 이유는 아시겠죠?
08-06-02

세연아빠  

감기 안걸리셨는지? 담에 나올땐 방수용 잠바 입고 나와요... 물대포 성능 장난 아니던데요...
08-06-02

그림자정부  

토지공개념님 !! 수고하셨습니다...

토요일 밤에 시청광장에서 집으로 들어와보니
막 12시가 넘었더라구여..

그 몇시간 후에 이런 만행이 저질러져서 가슴이 미어집니다.
어찌 한 순간에 20년 전으로 역사가 되돌려지는 지...

그 어렵다던 80년 전두환 파쇼 정권도 무너뜨린 대한민국이 아닌지요..
함께 갑시다..
08-06-02

땡크  

그림자정부님!
안녕하세요?
저희들(그래요님과 땡크)도 토요일날 대학로부터 시청까지
행진하고 혹시 광장님들....(?)...두리번...

마침, 시민팬님과 합류해서 함께하다가 거의 11시쯤
해산 했었는데,그림자님도 계셨었군요.
그리고 새벽에 그런일들이...
안타갑습니다.
08-06-02

경향을 다시 보다  

ㅠㅠ;;
정말로 도움도 못되고...
서울...서울...
08-06-02

포세이동  

저도 그 현장에 있었지만 전경과 대치하면서 있던 사람들보니 제가 좀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길가에 있다가 물대포 한방맞고 뒤로 물러났는데 끝까지 버티시는 여학생들 보면서
한 10년만 젊었어도 아니 책임질 가정만 없었어도 아마 그자리에 제가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08-06-02

철들자늙다  

토지님! 어찌그리 물대포를 잘 피하시던지...
돗자리 찢겨서 전 직빵으로 맞고 두바퀴 반 굴렀습니다.
08-06-02

토지공개념  

그럼 그 아스팔트를 뒹굴던 곰 같은 사내가 철들자님입니까?^^

저는 늙다님 연행된줄 알았는데...
08-06-02

외.늑대  

말도되지않는 지금현실이 꿈이길......
님들의 적극참여에 저는 부끄러울뿐입니다.
저의 염려함이 무슨도움이 되겠습니까 마는
님들의 무사,불상사없기를.
이땅의 군부독재 시대로의 후퇴를 막기위한
우리 참시민들의 권리쟁취를 위한 행동에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08-06-02

blue ocean  

민초가 이나라를 이끈다.
온갖 과잉진압이 속출하네요.
어떻튼 많이 조심하시길~~~~~
08-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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