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세상이 달라진다'
본래 생각이 많고 준비가 복잡하면 행동이 어려운 법이다. 오죽하면 길 떠날 땐 눈썹마져 두고 가란 말이 있을까. 모름지기 무엇인가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거추장스러운 건 다 버리고 깃털처럼 가볍게 움직이란 뜻이겠다.
정국이슈를 온통 촛불에 빼앗기고 뒤 늦게 분석하기 바쁜 전문가 집단과, 자성하고 함께 하기 바쁜 시민단체와 운동권, 예비실업 업종으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정치실종의 정치권은 100만 촛불의 해답을 복잡하게 찾을 필요가 전혀 없다.
행동하는 시민과 분석하는 전문가 집단, 실제 관계인인 정치권 사이의 차이는 단 하나일 뿐이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세상이 달라진다'고를 믿고와 안믿고의 차이. 그래서 행동이 빠르고 늦고의 차이.
아이에게 '꽃이 왜 좋은가'를 물어보라. '예뻐서', '향기로워서'란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보다 구구절절한 사연은 시인이 하는 일이고 보통 사람들이 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냥 '예뻐서'일 뿐이다. 진실은 보다 단순하다.
'왜 거리로 나왔는가' 시민들에게 물어보라.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을 믿을 수가 없어 재협상 하라는데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의 말을 듣지 않아서'였을 뿐이다.
사랑해 달란 것도 아니고 네 말만 하지 말고 내 말도 좀 들어주라 했을 뿐인데, 집단 스토커 취급을 하니 하나 둘 열받아 거리로 뛰어 나왔을 뿐이다. 괄시당하고 무시당하는데 참을 사람도 있나. 우린 이미 자존감이 꽤 높아진 사회다.
요는 예전엔 사회이슈를 '관계인'들이 앞장서 끌고 갔다면 지금은 '시민'이 먼저 움직이고 합류하게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왜 시민은 가볍고 관계인들은 무거울까. 그 갭을 누가 어떤 집단이 더 빨리 줄일 것인가가 향후 정국을 풀어가는 열쇠가 되고 시민과 함께 하는 세상의 최종승자(?)가 되지 않겠는가.
시민광장은 이번 촛불 나들이에 '무거웠을까 가벼웠을까'
우리의 고민 또한 여기에 있을 것이고 앞으로 시민광장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의 해답 또한 거기에 있을 것이다.
시민광장은 일종의 '정치관계인'이기에 전체로서는 무거웠으나, 이번 촛불의 의미를 재빨리 눈치챈 n분의 1들은 매우 가벼웠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거리의 광장에서 유티즌들은 아고라인들과 다를 바가 전혀 없었다. 심각하지 않았고 상황을 즐겼으며 다만 촛불파장의 너비와 촛불 그 후를 생각했을 뿐이다.
어떤 단체나 세력이 항상 주도권을 먼저 쥐고 갈 순 없다. 정보의 독점이 끝난 시대에서 어쩜 이는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관계인인 시민광장이 초반 조용히 합류하고 중반이후 광고를 포함해 72시간 천막릴레이 등 적극적으로 참여했음은 적절했다. 급변하는 환경에 유연한 적응력을 잘 보여줬다 할 수 있겠다.
다만 그 문화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함께 즐겼느냐가 중요할 뿐. 가볍고 유쾌하게 아우성치는 저항문화를 우리 시민광장에 담아내고 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할 뿐, 먼저고 후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즐겼다. 원래 생활정치란 그렇게 가야함을 바랐던 것이고 다만 그게 아고라에서 먼저 실현됨이 조금 애달팠을 뿐.^^
시민광장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지금 아고라가 보여주고 있는 놀이, 소통, 행동, 참여의 문화는 애초에 우리 시민광장이 가야 할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2007년 5.7일 우리 시민광장은 이렇게 선언했다.
유시민이라는 믿음태그를 동시에 클릭했기에 한 페이지에 접속된 네티즌들이, 유쾌하게 희망을 소통하는 놀이공간, '참여시민진지'를 준비하려 합니다.
동의해 주시겠습니까?
객석에 앉아, 이름있는 몇몇의 말꾼, 글꾼과 헌신적인 몇몇의 일꾼이 연출하는 무대극을 쳐다 보는 곳이 아니라, 열린 광장에서, 모든 관중이 스스로 작가, 감독, 배우로 뛰어들어 집단창작, 집단연출, 집단연기하는 마당극을 서로 보는 곳, 참여민주주의의 모든 소비자가 스스로 생산자가 되어 생활과 참여의 담론을 공동생산하고 공동소비하는 직거래 장터, '참여시민진지'를 만들고 싶습니다.
참여해 주시겠습니까?
'유시민이라는 믿음 태그'를 '시민이라는 믿음 태그'로 잠시 치환해서 이번 촛불을 보면 바로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일들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촛불 문화제를 통해 당신은 충분히 즐겼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유티즌인 동시에 아고라인이다. 우리가 만나야 할 유티즌들이 아고라 속에 더 많이 있다는 것이 아쉬울 뿐 그들의 집단창작과 정치소비자 직거래 장터는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던 목표였으니까.
마무리하며 한 번 더 묻는다.
시민광장은 초심을 잊고 혹 무거워진 것은 아닌가!. 나는 아니다.^^ '무겁지 말자'가 정답이다. 발랄하고 재치있게, 가볍고 유쾌하게 정치를 갖고 놀자. 21세기엔 유희하는 인간만 살아남는다.
시민광장의 방향과 목표는 정확했다. 지금은 초심처럼 가고 있는가의 점검이 필요할 뿐. 길을 걸으며 우리도 몰래 거추장스러운 것을 걸쳤었다면 다시 가벼워지자. 그 길이 옳음을 시대가 촛불이 저렇게 증명해 주고 있잖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