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권이 생기고, 제가 유일하게 한 투표가 지난 대통령선거였습니다.
기득정치권에 신물이 나서 제 한표라도 보태어 노무현후보를 당선시켜보려고
마감직전에 달려가 선거를 했더랬습니다.
그때까지 단 한번도 이 나라의 정치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생각이었죠.
그리고, 노무현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다들, 현대통령의 국정능력을 낮게 평가하지만, 사실 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경제위기를 거쳐 이 만큼의 안정권에 도달하고
막말로 정치, 언론, 일반인까지 국가의 원수를 막말로 욕해도 잡혀가지 않을만큼
의 민주화가 된 것이 언제적 부터라고들 그러는지.
다들 잊어버린 건지...
이번 유시민씨게서 사퇴하셨다는 뉴스를 듣고 한 동안 멍했습니다.
이러다 정말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되겠구나 하는 끔직함과
유시민후보에 대한 실망감으로 말입니다.
분명, 자신의 말에 책임지시고, 권력욕에 말을 바꿔대는 기존정치인과 다른 모습에
감명도 받았습니다만,
이번만큼은 다른 정치인들처럼 말바꾸기를 하던, 거짓말을 좀 하던, 술수를 좀 쓰던
얼마든지 용납하고 덮어 줄 만큼 유후보를 좋아합니다.
암만. 술수를 부려도 타 정치인보다 정직하리란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퇴하지 않고 끝까지, 설혹 꼴찌가 되시더라도 대통령선거까지 끝까지 갔으면 했더랬습니다.
그리고 내심 그렇게 되리라 믿음, 아닌 확신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운명처럼 정해진 일이라는 근거없는 확신이었죠.
정말 안하던 짓 많이 했습니다.
일지감치 동생과 선거인단에 등록하고
골수 한나라당편인 부모님께 듣도 보도 못한 이명박에 대한 거짓루머를 말씀드리기도 하고
그것도 안 먹혀, 선거일에는 동생과 저는 새벽같이 투표하고나서 부모님을 모시고 놀러가서
부모님이 투표하지 못하게 해서 2표라고 막아보리라 동생과 계획도 짜구요.
유시민후보가 이렇게 중간에 사퇴하리란 것을 추호도 추측하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지금도 어떤 이변이 일어나 다시 선거레이스에 참여 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바도 있습니다.
이제 도대체 누굴 뽑습니까?
차선책을 저는 모릅니다.
차선책을 선택할 생각도 없구요.
차라리 끔직해도 이명박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꼴을 참고 보는 한이 있어도.
저는 정말 보고 싶었습니다.
유시민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만들어 갈 대한민국을...
그 나라를 기대했더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