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시민광장 동지 여러분. 처음 인사드리는 것 같네요. 가입한지는 꽤 되었지만 그냥 눈팅만 하고 다녔더랍니다.
태풍 '나리'가 할퀴고 간 상처처럼 유시민 후보를 지지했던 여러분들의 가슴에도 그리 상처가 남았으리라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저 역시 유시민 후보가 사퇴를 선언했다는 사실을 듣고는 '빡스데기'로 대변되는 현실 정치의 구태에 대해 다시금 실망하고야 말았으니까요. 예상은 했지만,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덤벼들 줄이야 몰랐습니다. 아마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겠지요.
여튼 상쾌한 아침으로 한 주를 시작해야 할텐데, 그리 상쾌하게만 맞이할 수는 없는 시작이네요.
#. 단일화에 대해
아마 '단일화' 자체에 대해 반대하시는 분은 없으리라 봅니다. 단일화는 열린우리당 해체 과정에서 나온 불가피한 전략이었고(선도적인 전략일 수도 있지요) 지지자들에 대한 약속이었으며, 유시민 후보를 비롯한 한명숙, 이해찬 후보의 일종의 책임이었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진행함에 있어 유시민 후보는 미리 출정식에서 그 권한을 위임해달라 우리에게 호소했고, 우리는 응답했으며, 그는 출마했습니다. 그는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상황을 해석하고 판단해서 '국민/참여 정부 정신과 공과 계승, 열린우리당 창당 정신 재실현' 의 궁극적인 목표에 부합하도록 행동할 권한을 이미 받아갔습니다. 우리의 약속을 미리 받았습니다. 그는 결코 '일희일비'한 것도 아니며, 우리를 기만한 것도 아닙니다. 만일 우리가 이런 유시민의 판단과 결정에 있어 '소통이 부재했다' 라고 비판한다면,열린우리당 사수파들의 유시민 비판에 무어라 대답할 수 있겠습니까. 이미 유시민은 우리에게 약속을 받아갔습니다. 긴급한 상황 속에서 제대로 된 소통이 가능하지 않고, 너무나 위급한 상황 속에서 시간을 두고 방관하는 것은 무책임하여 그는 결정권을 위임해달라 호소했고, 원샷 대통합을 주장하며 그렇게 나아갔습니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한 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까? 정청래의 그 어이없는 '예측'과 '비난' 을 보십시오. 그러나 그는 태연하게 걸어갔고, 최초 우리에게 한 약속대로 실천했습니다. 그리고 이해찬 후보의 선거본부에 들어감을 자청하여 '신뢰'가 무엇인지 보여준 것입니다. 저는 그리 생각합니다.
시기가 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 제가 있는 숙소에 인터넷이 한 이틀간 문제가 생겨 오늘 새벽에야 여러 정보를 확인했습니다. 보십시오. 당장 결선에 친노라고 이름 붙여지는(반강제적으로) 후보의 위치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셨습니까. 유시민의 결정이 아니었다면 초반 붕괴를 어찌 막았겠습니까. 이용희 같은 분들이 더욱 맹렬하게 활동할 정동영을 어떻게 '조금이나마' 막아낼 것입니까. 그런 전략적 판단을, 그것도 '첨맘'을 실현하기 위해 실천한 것을 우리마저 비난해서야 될까요. 그의 바람이 그런 것일까요. 우리의 지지자는 우리가 선택하지요. 우리의 가치에 부합하는 사람을 지지하게 되어 있지요. 그것은 곧 우리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적인 측면에 대한 지지도 포함되는 것이지요. 오해하지 맙시다. 정청래 처럼 왜곡하지 맙시다. 유시민은 그가 말했던 대로 갔습니다.
#. 꼭 유시민이어야 합니까.
민감한 말씀입니다. 그러나 저는 되묻고 싶습니다. 꼭 유시민이어야 합니까?
본선 경쟁력을 놓고 운운하십니다. 설령 유시민의 본선 경쟁력이 최고라 한다 하더라도 어떻게 본선으로 향합니까. 우리가 바람을 일으키려 했지만, 그 결과는 어땠습니까. 우리가 부정할 수 없는 그 구태의 산이 아직은 험준하고 높습니다. 지금 우리의 1차 전선은 본선으로 갈 수 있는 사람을 정하는 것입니다.
저는 일전에 '서프'에 쓴 글에서 단일화 된 후보를 지지할 수 밖에 없음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열린우리당 해체에 대한 책임은 열린우리당 창당 정신의 재실현으로 밖에 이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백분 토론에서 정동영을 향해 '열린우리당 해체에 대한 반성이 있느냐' 며 눈에 분노를 가득 담고 외치던 첨맘님을 생각해봅시다.
유시민이면 본선 경쟁력이 있다. 일면 타당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알 수 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유시민을 지지하는 이유, 그의 가치는 '유시춘' 작가가 밝혔듯이 이해찬과 '샴쌍둥이' 같은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또다시 걸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반드시 유시민' 이어야만 한다면 더더욱 그렇게 해야 합니다. 다행히도 단일화 된 후보는 유시민과 정치적/정서적/인간적 동지이자 친구이자 선배이자 스승인 이해찬입니다. 그가 '기회주의자'들을 이겨내어 1차 전선을 뚫고 나올 수 있도록, 그가 '구시대'의 상징인 공구리 후보를 박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가치이자 유시민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고 약속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세상이 이루어져야만, 유시민 전 장관님의 새로운 지향과 창조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유시민이 양보했으리라 봅니까? 유시민이 압박에 못이겼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지자의 자격이 없다고 저는 단언할 수 있습니다. 유시민의 과거를 반추해보십시오. 서슬 퍼런 군부 독재도, 권력화 되던 386도, 탄핵을 앞세워 치고 나오던 한나라당도 유시민을 굴복시키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런 유시민의 지난날에 기대어 오늘날 유시민의 선택을 믿고 또다시 지지합니다. 그가 열린우리당을 지켜내지 못했다고 온갖 비난을 받을 때에, 아직 그가 어떤 말도 하고 있지 않을 때에도 그를 믿고 그를 지켜내려 했던 우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그 신뢰는 어디로 보냈습니까.
가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인물은 그 가치를 실현시키는 아이콘입니다. 상징입니다. 유사한 가치를 지닌 상징들이 협의하고 합의하여 실천했습니다. 저는 되려 자랑스럽습니다. 정치공학적인 판단까지는 내리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한명숙, 유시민, 이해찬 이 세 명의 '보석'들이 이 땅에 빛을 발할 수 있는 그 날이 올 것임을 믿습니다. 그리고 그 날 속으로 이 세 명을 등떠밀어 보낼 것은 바로 우리들의 마음이고, 우리들의 걸음이고, 우리들의 지지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 그러나
슬픕니다. 아직도 슬픕니다. 유시민이 이렇게 쉽게 무너졌다는 것은 곧 아직도 이 땅의 정치형태는 수준 이하임을 반증하는 현상이기에 슬픕니다. 언론의 악질적 프레임에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 현상이 슬픕니다. 차이를 인정하는 상대성을 존중한다 하더라도, 분명 옳고 그름의 절대성은 존재하는 것인데, 그 옳음이 소수인 지금의현상이 슬픕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가치를 가지고 참여해야 합니다. 아직 알럽찬은 오래 준비된 시민광장에 비해서 '많은 국민'들을 맞이할 준비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도와야 합니다. 아니, 달구어야 합니다. 뜨거워야 합니다. 그래야 그 열기가 전해집니다. 우리가 가진 것은 우리의 가치에서 나오는 열기 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것이 가장 소중하고 가장 위대한 힘을 가지는 것이 아닙니까? 2002년이 증명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그렇게 또박또박 나아가서 이 현상을 극복하고 우리가 원하는 현실로 돌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돌진, 그 진군의 선두에 서 있는 첨맘님이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역시 유시민!
추) 서프 노짱 토론방에 풍경생태 님의 '서프에 유빠가 많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를 참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건장하고 건강한 이 시대의 백혈구, 자부심을 가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