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8일, 일산 킨텍스의 뜨거웠던 함성이 아직 귀에 쟁쟁한데,
“기쁜 마음으로 제 17대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겠습니다.” 라고 선언하던
유시민 의원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아직 귀에 울려 퍼지고 있는데
이곳 시민광장에는 가을 낙엽처럼 힘없는 갈등과 한숨이 곳곳에 배어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민주신당 경선이 진행되고 있으니 그 이야기부터 먼저 해보자.
9월 30일까지 울산, 제주, 강원, 충북, 전남, 광주, 부산, 경남 이렇게 8곳의 경선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는 이미 다 알고 있다. 더구나 10월 2일부터 경선 일정이 잠정
중단되었다. 손-이 후보측에서 정후보측의 박스떼기 및 차떼기 동원의 불법성을
지적하면서 이의 시정 및 관련 후보의 법적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민주신당 경선의 흥행 성적이 아주 저조한 상황에서 노대통령의 남북 정상
회담 방북과 맞물려 경선이 아예 일반국민의 관심권에서 벗어난 현 국면을 감안
한다면 경선 일정의 잠정 중단이 그나마 다행한 결과일 수도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결과와 최근 여론 조사를 합산 유추한다면 인정하고 싶지
아니한 결과이겠지만 이해찬 후보의 경선 승리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이미 시민광장 이곳의 분위기를 보아도 그렇게 보인다.
우리에게 절망적인 경선 결과를 굳이 지금 이 시점에 짚어내서 말하는 이유는
원인을 찾아서 누구의 책임을 추궁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물론 책임을 추궁할
수도 없을뿐더러) 좀 더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유시민의원과 시민광장의 앞날을
생각해 보고자 함이다.
논점을 유시민의원에게 국한시켜 말하고자 한다.
시민광장의 현재의 최대 관심사항은 물론 민주신당 경선이겠지만 이 와중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면 향후 5년 후 유시민의원의 대통령후보
로서의 입지와 대통령 당선가능성이 어떤 위치에 가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유시민의원이 정동영후보가 5년간 준비해서 5%의 국민 지지를 얻고 있다면
50%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50년간 준비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 지적은 5년 후가 되면 입장이 바뀌어 유시민의원의 국민적 지지율이 상대
후보의 지적거리가 될 것이다. 정동영후보와 같은 입장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치밀하고 전략적인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 유시민의원은 이해찬후보의 선대위원장으로 경선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그 일환으로 “캠프가 망했어요!”, “유명해 3종 보온밥통” 등의 UCC를 제작해서
참신하고 재밌는 선거운동의 아이콘을 만들어 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가히 눈물겨운 노력이다. “캠프가 망했어요”라는 동영상을 보고 그저 좋다고
웃고 박수치기만 했던 시민광장 회원이 있었을까 의문이다.
아마 대부분이 안타까움과 절망감도 함께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국민들은 저런 톡톡튀는 아이디어도 좋아 하겠지만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그릇 크기와 자질을 본다. 도덕성, 청렴성, 진정성에다
국민을 행복하게 해줄 능력과 신중함을 갖추었는가를 본다는 것이다.
일개 국회의원과 대통령은 달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야 한다.
국회의원, 일반 정치인, 사회 저명인사 등 많은 사람들이 유시민의원에게
기꺼이 자기의 미래를 한번 맡겨 보겠다는 그런 그릇의 크기를 만들어야 한다.
정동영후보가 조직에서 앞선다는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물론 정동영 후보가 대의명분이 있고 정당하다는 것이 아니니 오해말기 바란다.
조직이란 그 사람의 그늘 밑에 모여든 인적 자원을 가리키는 것과 같다.
대의명분도 중요하지만 각 개인들이 거기에 모여들만한 그런 무엇인가를 갖추고
있다면 사회 저명인사들 스스로 모여들게 되어 있다. 그 사람들은 셈법이 빠르기
때문에 오지 말라고 해도 스스로 모여들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것이 공천권이든, 경제적 이권이든, 아니면 대통령이 되면 한 자리를 줄 것 같은
그런 것들 중에 어떤 하나라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면 저절로 모여들게 되어 있다.
유시민 의원은 좋은 자질을 가진 정치인이다. 도덕성, 청렴성, 진정성, 개혁성,
거기에 남들이 갖지 못한 감동적인 언어 활용 능력 등 여러 가지 장점을 지녔다.
다만 하나는 사회 저명인사들이 모여들지 않는다는 점, 그것이 문제다.
다시 말해 일반 대중적 국민 지지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는 말과 같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분석되지는 않지만 개인적 주관을 말한다면
정치입문 5년밖에 안된 2선 국회의원의 대통령후보 출마는 사전 준비없이
급박하게 이루어졌던 면이 있었고 또 다른 하나는 가히 누구도 따라오기 힘든
개혁적 성향과 너무나 밝은 사리 분별력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기 스스로 어느 정도의 흠결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나
유시민식의 개혁 성향을 따라가서는 자기 자리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유시민의원을 따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게다가 소위 386의원들은 유시민에 대한 질투심까지 보태져 있을 것 같기도 하다.
5년후 유시민 의원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되기를 희망한다면
이제 유시민 의원이 더 이상 망가져서는 안된다.
이해찬 캠프의 선대위원장도 좋지만 대다수 국민들이 커다란 의미를 두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극단적인 과격함과 공격적인 면을 드러내서는 아니된다.
경선을 불복한 이인제, 철새가 된 김민석, 약장수의 이미지를 보인 박찬종 등과
같은 가벼운 느낌을 주는 정치인의 언행을 드러내서도 안 된다.
이해찬후보의 경선이 유시민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5년 후를 내다보는 시각과 방향은 오로지 국민이어야 한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살피는 일에 유시민의원의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
유시민의원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행복이요, 행운이며,
우리 나라의 민주개혁정치, 나아가서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권력의 실체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다수 국민들은 그걸 모르고 있다.
그것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일에만 유시민의원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제부터 일개 정파의 유불리에 과격한 몸짓과 언사를 보이지 말 것을 주문한다.
이런 면에서 이해찬후보 역시 일개 정파라고 말하고 싶다.
나의 주장이 현재의 관심사에서 비껴난 듯 보이지만 이것이 그리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걸 시민광장 회원들도 같이 인식해주면 고맙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