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놀지말고 일해라
- 선거브로커를 색출해라!
노항래 (이해찬 선대본 정책홍보팀장, 전 유시민선대본 정책팀장)
참여정부가 잘한게 뭐냐? 한 동안 이런 논란이 적지 않았다. 잘못한 게 너무 많아서 잘한걸 들어보라는 것이다. 그러면 참여정부를 옹호하는 궁색한 논전자는 권력기관의 해체, 권위주의 타파, 그리고 돈안쓰는 정치 정착 등을 든다.
실은 “다 잘못했다”고 주장하는 논전자도 궁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집나간 경제’를 운운하다가 이러저런 지표로 반박하면 양극화 심화, 서민생활의 어려움을 들고, 또 빠지지 않는 것이 역시 대북송금 특검과 대연정 제안을 꼽는다.
이런 논란은 객관적인 사실과 부합하는가. 나는 내 주장을 강변할 생각이 없다. 큰 흐름을 보면 판단할 수 있다. 2007 남북정상회담은 공인가 과인가. 그것이 민족사의 큰 방향과 일치하는가. 참여정부는 제 길을 걸어왔는가. 냉정하게 판단할 일이다.
여기서 짚어보고 싶은 한 가지. 참여정부의 성과라 해도 좋고, 참여정부 시기에 비로소 정착되기 시작했다는 ‘돈 안 쓰는 정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악어와 악어새, 돈을 뿌리는 사람과 돈을 거두는 사람
정치자금의 공급원이었던 정경유착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에 명백한 거래가 성립한다. 특권과 자원배분의 왜곡이 교환되는 것이다. 지난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그 구조는 적지 않게 드러났다. 지금에 이르러 불법적인 정치자금이 결정적으로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불합리한, 비정상적인’ 정치자금은 있을 것이다.
정치자금의 수요처는 어디인가. 정치인과 유권자 사이의 거래다. 정치인은 표를 구하고, 유권자는 선거특수를 누린다. 그런데 3,500만 명을 넘는 유권자들이 정치자금의 수혜자는 아니다. 그럼 누구? 바로 선거거간꾼들과 정당에 기생하는 정당인 등이 그들이다. 그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각 지역에는 특정정당 소속이 아닌, 선거브로커들이 있다. 이들은 정치를 전업으로 하지 않지만, 정치에 기생해서 생업외의 가욋돈을 챙기는 지역사회의 ‘왈왈이’ 역할을 담당한다. 이들은 여론을 형성하고, 생활공간 곁에서 정치적 담론을 생산하고 유통시킨다.
정치적 흐름이 순방향으로 흐르면 이들의 담론 역시 이를 추인한다. 하지만 역방향의 흐름이 형성되면 이들은 더욱 세차게 역류를 조장한다. 어쩌면 참여정부 5년은 생활공간에서의 정치담론이 순방향에서 역방향으로 가장 뚜렷하게 선회한 시기일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 선거인단은 다양한 경로로 참여했다. 많지 않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자발적 참여자, 각 캠프가 조직한 참여자, 그리고 자신도 모른 채 이끌려든 참여자 등이 있다. 그런데 이 모든 무리집단에 다 포함되는 참여자들이 있다. 바로 선거거간꾼과 그들이 이끄는 무리들이다.
어느 지역에 표가 있다. 정치적 정체성은 없고, 그 때 그 때 다르다. 표를 팔고, 그에 합당한 급부를 받으면 그만이다.
이들은 우리 생활공간에서 마주치는 평범한 시민이고, 조금은 요란하지만 정치적 흐름에 대한 탁견도 있는 이웃들이다.
이들이 선거철을 맞이해서 표를 팔고 있다.
선관위는 눈 감고 있나
지금까지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이 진행된 여러 지역에서 선거브로커들의 움직임은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동원경선은 이런 브로커들에게 홈구장 경기와 같은 것이다.
이웃의 지인들이 표를 모아 경선에 참여하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부정할 수 없는 민심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명백한 거래가 동반된 경우다. 이런 경우. 한나라당 경선에 참여해서 특정후보를 밀었던 선거인단이 다시 경쟁하는 당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에 다시 참여하는 경우, 현재 비슷한 시기에 진행중인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경선에 함께 참여하는 경우 등이 그것이다.
‘정당원과 그 당의 지지자를 대상으로’ 치루어지는 각 당의 경선에 이중삼중으로 참여한 선거인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바로, 매표행위다. 그리고 이런 매표행위는 혼자서 할 수 없다. 무리가 움직이는 것이다.
선관위는 당장 각 당 경선 선거인단의 중복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명백한 선거법 위반인 만큼, 당사자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법대로 처리해야 선거가 바로 서고,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린다.
동원한 브로커, 동원에 자신의 권리를 판 유권자, 브로커를 동원한 후보자 등을 모두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
선관위에는 각 당의 선거인단 명부가 있고, 중복 등록 등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은 풀고 돈은 잡아라’ 선거법 개정의 기본 원칙이었고, 지금 선거법 관리의 핵심 목표가 이것이어야 한다.
누가 당을 망쳤는가.
정동영 후보는 기회있을 때마다 “유시민 씨가, 또는 사수파가 당을 망쳤다”고 주장한다. 참으로 심각한 콤플렉스다.
당은 당을 당답게 운영하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망가진다. 당내에서 이견을 표출한 사람, 또는 ‘이견을 좀 까칠하게 표현한 사람’이 당을 망쳤다고 말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자신의 정치적 중심의 부재를 고백하는 것일 뿐이다. 당내에는 당연히 이견이 있고, 이견이 충돌할 때는 흥분과 열정이 논전을 지배하는 것이 당연하다.
정작 당은 국정을 책임진 정당이 국정 책임을 잊고, 자신의 정체성과 유권자에게 약속한 가치를 훼절하며, 당의 명예를 스스로 부정할 때 망가진다. 당이 당 지도부 몇몇, 또는 당의장의 정치적 성취를 위한 발판으로 전락할 때, 당은 망가진다. 2004년 창당, 그리고 화려한 4.15 총선 승리 이후 열린우리당 실패의 한 단면이 이것이기도 하다. 정동영 후보는 남 탓 할 수 있는 정치인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의 화려한 출발 뒤에 당은 당의 중심인 당원의 구성에 대해 고뇌와 논란을 거듭했다.
2002년 대선, 2004년 총선에서 확인된 새로운 정치적 흐름, 새로운 정치적 주체의 부상을 목도한 정치세력은 당의 혁신을 ‘새로운 당원의 충원’에서 찾았다. 소위 ‘기간당원제’다.
그러나 어느 때 부터인가 그들은 정당의 곁에서 썰물처럼 사라졌다. 다시 자신들의 생활공간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들은 정당에 가입하지 않았다. 정치개혁에 대한 높은 기대와 가능성이 채워지지 않을 때, 그들 구태정치를 꿈꾸었던 정치인들이 대신해서 찾아낸 것이 ‘종이당원’이었다. 과거로 돌아간 것이다. (물론 그들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대기도 한다.) 당을 정치적 입신의 수단으로
여긴 정치인과 종이당원은 어렵지 않게 결합했다. 그리고 정당은 망가졌다.
지금 경선판의 이곳저곳에 또아리를 튼 선거거간꾼은 바로 이 종이당원의 결집체이고, 그 생산자들이다. 이들을 법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한, 정치발전도 깨끗한 선거도 기대할 수 없다.
찾아내자.
선관위는 국민의 녹을 먹었으면 해야할 기본적인 일을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