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4일 이해찬 후보 지지를 선언한 205명의 사무금융전문직 노동조합 전․현직 위원장 가운데 한 사람인 곽태원입니다. 당시 지지선언의 제목은 ‘정파와 입장을 뛰어넘어 10월 15일까지는 이해찬 후보를 지지합시다.’였습니다.
다음 날 유시민 전 장관은 ‘노아의 방주로 탑승합시다’라는 글을 쓰면서 우리가 선언문에서 제안하였던 ‘이해찬, 문국현, 권영길 개혁벨트’를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보다 본격적인 논의와 함께 진보와 개혁을 원하는 모든 분들의 관심을 부탁드리면서 몇 자 적어봅니다.
저를 비롯하여 그날 지지선언에 참가하신 분들은 대부분 오랜 기간 동안 노동운동에 신심을 바쳤던 분들입니다. 이름을 올렸지만 그것이 그냥 이름이 아니라 조직이고 명예고 그것을 위해 살았던 세월인 분들입니다. 그것을 주도했던 저로서는 그 분들 한 분 한 분의 이름이 갖고 있는 무게를 생각하면 너무나 무거운 책임감에 몸 둘 데가 없을 지경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부의 온갖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왜 이해찬 후보를 지지한 것일까요? 왜 ‘15일까지’ 정파와 입장을 뛰어넘어 이해찬 후보를 지지하자고 호소한 것일까요? 그 질문의 대답이 바로 ‘개혁벨트’입니다.
10년 전 민주정부가 들어서면서 불행하게도 우리는 외환위기도 함께 맞이했습니다. 1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염원하던 정치적 민주화는 이루어졌으나 경제적으로는 심각한 왜곡이 고착되었습니다. 직장에서 쫓겨난 수많은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있었고 일시적 지급불능에 빠진 기업들은 투기자본에 의해 점령당했습니다.
재벌의 잘못으로 시작된 구조조정의 광풍은 오롯이 노동자에게만 그 책임이 돌아갔고 오늘의 한국사회는 전체 노동자의 60%가 비정규직인 것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왜곡된 사회로 변해 버렸습니다.
그 뿐 아닙니다. 부의 규모는 물론 교육, 의료, 심지어 정보의 이용에 이르기까지 사회 곳곳이 80대 20의 양극화를 강요받고 있습니다. 해외의 거대 자본과 대기업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정책이 불러온 고용 없는 성장,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더욱 고착화시킬 한미자유무역협정에 이르기까지 10년의 세월 끝에 우리는 또 다시 전면적인 위기상황에 봉착해 있다는 것이 우리의 인식입니다.
이번 선거는 이러한 시대상황을 극복할 묘수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고 영원히 그것이 고착화되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이 바로 우리가 인식하는 시대정신입니다.
그리고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러한 위기상황이 이해찬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가 되어 버렸습니다. 현재 한국의 정치적 지형은 이명박의 승리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어떻게 되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을 허용하지 않는 압도적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명박은 상징적인 의미에서 재벌의 상속자입니다. 그는 그것을 자랑으로 내세우고 그것을 신화로 포장하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는 현대건설의 부실로부터 촉발된 현대그룹 몰락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한나라당 자체가 이미 우리가 이야기 하는 시대정신을 해결할 수 있는 정당이 아님은 물론 이명박 역시 그 자체가 그것을 거부하는 것으로 점철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그를 패퇴시키는 일에 적어도 시대정신을 공유하는 모든 세력이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 하나로 모여야 한다는 것이고, ‘개혁벨트’는 그것을 이루어내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입니다.
이해찬 후보를 지지하면서 우리는 현실적으로 한나라당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정치집단이 아직은 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점을 전제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합민주신당은 대통령마저 선거인단에 허위로 등록하는 후보가 선두로 달리는 상황에 놓여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절망적 상황에 침묵하는 것이야말로 한나라당의 집권을 방치함으로서 우리 앞에 놓인 시대정신을 외면하는 것이라는 판단 속에 이해찬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단하였습니다.
20년 전 한국노총으로부터 탈퇴한 최초의 연맹인 사무금융연맹이 합법화하는데 결정적 도움을 주었던 국회의원 이해찬의 역사의식을 마치 동아줄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믿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참여정부의 실세총리로서 오늘날 비정규직의 문제, 한미무역협정의 문제에 일단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그것을 또한 제대로 된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남아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을 그의 살아온 궤적을 통해 믿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지지선언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납니다.
“시대적 과제를 진정으로 고민하고 민족의 대동단결과 평화를 지향하는 개혁지지 세력은, 지지하는 정당과 정파,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대통합민주신당의 이해찬 후보를 지지하는 전략적 입장을 가져줄 것을 호소합니다.”
우선 이해찬 후보를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로 선출하자는 것입니다. 3등을 하고 있는 가장 개혁적인 후보의 대역전을 통해 범 진보개혁진영의 대통령선거 승리 가능성을 만들어내자는 것입니다. ‘개혁벨트’는 예선과 본선에서의 그 모든 가능성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 바로 우리의 인식입니다. 우리의 지지선언은 더도 덜도 아닌 이 점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그나마 일말의 가능성을 건져내려면, 진보와 개혁을 원하는 모든 세력이 정파와 입장을 뛰어넘어 마지막 남아있는 경선기간 동안 마지막 남아있는 희망인 모바일투표를 통해 이해찬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입니다. 이것은 ‘개혁벨트’를 통한 대통령선거에서의 대역전의 서막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