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내부에서 유시민을 가장 높이 평가한 이는 누구였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정동영이었다. 물론 정동영이 무슨 역사의식이나 판단력이 있어서 유시민의 능력을 믿었던 것이 아니다. 정동영은 노사모 조직, 밑바닥 풀뿌리 지지자들의 힘을 무서워했던 것이다.
참여정부 전체에서 이들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딱 두 사람 뿐이었다. 한 사람은 노대통령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유시민이었다. 풀뿌리 시민세력이 딴 게 아니다. 30, 40, 50대 중산층이다. 한국 사회에서 제일 수가 많고 시민사회의식이 뚜렷한 계층이다.
이들을 움직이려면 정동영 따위는 어림도 없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전부 정동영을 홍어생식기로 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사회의 각 분야에서 실무적인 역할을 하면서 중요한 책임을 맡고 있는 이들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변화에도 민감하고 정치인들의 역량을 파악하는 능력도 탁월한 이들이다.
이들을 움직이려면 사용하는 언어에서부터 정치적 포지션, 정책적 정밀함, 소통능력, IT에 대한 이해, 지적인 능력에 이르기까지 고른 능력을 가져야만 한다.
왜냐하면 멍청한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노빠(솔직히 이 말이 싫지만) 세력은 상당히 수준 높은 시민세력이고 전문성과 사회적 입지를 가진 세력이기 때문이다. 다만 젊고, 메이저라고 하기엔 아직은 힘든 위치에 있는 것 뿐이다.
정동영은 노빠 조직이 탐났지만, 그들을 움직일 방법이 없었다.
정청래 따위가 서프에 글을 쓰면서 이들을 움직일 방법을 찾아 봤지만, 어차피 쏘주나 마시면서 술자리 정치 하는 것들이 예리하고 수준 높은 노무현 세력을 움직일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정동영과 똘마니들은 미키를 비롯해 노사모를 움직이는 걸로 보이는 몇몇 이들을 집중 공략했다. 노사모와 함께 할 때 이들이 빛을 발했을 지 모르지만 여기에 글을 쓰는 나 자신과 마찬가지로, 개인으로서 그들은, 한 사람의 생활인일 뿐이기에, 어처구니 없게 정동영의 손아귀에 넘어가고 말았던 것이다.
미키루크를 비롯, 노빠 조직의 중심부에서 부터 무언가 파열음이 들려온다. 노사모, 풀뿌리 지지자들, 이들의 정신적 중심은 바로 유시민이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누구도, 심지어는 미키루크조차도 노무현 세력 전체를 압도하는 유시민의 영향력을 어찌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부터 조용히, 안티-유시민의 흐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소주잔 정치... 막걸리 마시면서, 파전 부치면서 얽혀드는 살붙이 정치는 오늘 이 모든 슬픔의 진정한 뿌리라고 말하고 싶다. 미키, 정청래, 김현미, 우상호는 유시민에 대한 적개심을 감춘 채로, 온갖 사람들과 소주잔을 매개로 얽힌다.
안타깝게도 노사모 본진, 핵심 세력들은 이들의 변질된 모습을 정확히 보지 못하고 스킨십으로 얽혀들며 이들의 은밀한 생각을 공유하게 된다.

이기명, 명계남, 이광재, 안희정... 참으로 친숙하면서도 슬픈 이름들이다. 이들이 정동영을 지지했는가? 천만에! 이들이 노무현을 부정했는가? 천만에! 이들은 아무 것도 잘못하지 않았다.
다만 한가지, 이들은 반 유시민 정서만은 미키와 깊이 공유하게 되었다. 어리숙하거나 철부지인 이들은 유시민을 싫어하게 되면서 이제 정동영이 지휘하는 대단한 관현악곡의 말미를 훌륭하게 장식하고 있다.
유시민은 노사모를 움직인다. 참여정부 시민세력 전체가 유시민과 연결되어있다.
그러나 술자리, 전화, 포럼, 모임에서 계속되는 유시민에 대한 공격, 계속되는 험담들은 결국 친노 세력 상층부를 유시민과 영원히 결별하게 만들고야 말았다.
이들은 소수의 유빠가 유시민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노무현을 배신할 것이며, 유시민은 계략에 능한 인물이기 때문에 믿어서는 안된다는 어처구니없는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고야 말았다.
정동영은 노사모를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나 노사모 전체를 얻은 것과 비슷한 것을 얻었다. 바로 정치권 전체에서 유시민을 완전히 고립시켜 버린 것이다.
미키와 몇몇 노사모 상층부에서부터 진행된 이 안티 유시민 바이러스는 결국 참여정부 시민세력 상층부 전체를 감염시켜 버렸고, 유시민에 대한 온갖 근거없는 마타도어를 믿는 미숙하고 판단력 없는 지도부가 너무나 많아졌다.
심지어는 서프 운영진까지도 유시민만은 싫어하게 되었고 이것은 서프 사상 유례가 없는 노짱방과 대문의 완전한 괴리로 나타났다.
여기에 유시민이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유시민의 눈을 보고 안다. 그는 부끄러움이 많다. 그는 술자리에서 전을 부치기보다는 집에서 책을 읽고 고즈넉한 낚시를 하는 사람이다. 스킨십 정치 소주잔 정치에 본능적으로 맞지 않다.
이 생래의 부담감을, 대권을 꿈꾸는 자라면, 극복해야 할 것이 아닌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자기가 그것을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는 살붙이에 능한 정치꾼이 되기보다, 손님처럼 관찰자의 시선을 잃지 않는 정치인이 되려고 했던 것이다.
"유시민은 안된다"는 "노무현만은 안된다" 라는 감정과 조금치도 다를 바가 없지만, 참여정부 세력 전체는 아주 훌륭하게 정동영이 뜻하던 바를 충실히 이루어 주었다. 노사모 전체 어쩌면 그보다 훨씬 광범위한 세력을 움직일 수 있었던 참여정부의 가장 강력한 무기를 허무하게 무력화시켰던 것이다.
이제 우리의 미래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 지는 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앞에 펼쳐진 미래를 겸손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시대를 살아야 한다. 지지자는 정치인의 스승이며 상관이다. 정치인들을 가르치고 기르는 것이 지지자의 책임이고 우리가 시대에 지고 있는 소명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 이 시간 우리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가를 뚜렷이 알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가올 미래에 정치인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를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우리 시민세력은 아직 미명에 깨지 못한 잠꾸러기와도 같다.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일런지 모른다. 지나간 일을 책망하기보다는 우리의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으로 우리가 겪은 일을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