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암이라는 아이가 집에 있는 돈을 훔쳐 떡을 사먹으려다가 친척 어른에게 들켜 아버지에게 매를 맞게 되었다. 아버지는 창암을 들보에 꽁꽁 묶어 놓고 회초리로 후려 갈겼다. 지나가는 사람은 없고 어머니도 들에 나간 터라 누구 하나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때마침 이곳을 지나던 재종조할아버지가 창암이 악을 쓰며 우는 소리를 듣고 달려왔다. 할아버지는 들보에 묶인 창암을 풀어 내려놓고 회초리를 빼앗아 오히려 아버지를 후려치며 아이에게 이러면 안 된다고 크게 나무랐다.
백범일지에 나오는 김구 선생의 어릴 적 일화다.
김구 선생은 이밖에도 자신을 괴롭히는 이웃 아이들을 식칼로 찔러 죽이려 하기도 했고 멀쩡한 숟가락을 부러뜨려 엿을 바꿔먹기도 하는 꽤나 악행을 일삼았던 아이였던 것 같다. 그러나 원대한 기상과 너른 포용을 갈고 닦아 훗날 우리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지도자의 한사람이 되었다.
양반집 아이와 종놈 아이가 같이 놀다가 치고 패고 다투는 일이 생긴다면 대부분 종놈의 아이는 이유 없이 죽도록 두들겨 맞고, 양반 아이는 자초지종을 따져 가면서 꾸중을 듣는다. 양반집 아이는 자신의 잘잘못을 되새길 기회가 있는 반면 종놈 아이에게는 무조건적인 굴복과 행동 통제가 강요되는 법이다.
어린 창암의 재종조할아버지가 창암의 아버지를 나무란 이면에는 단순히 아이들의 잘못만 보고 매질로 행동 통제를 강요하다 보면 한참 자라야할 어린아이의 기상이 줄기째 메말라 버릴 것을 우려해서다.
호연지기라는 것은 그만큼 간단치 않은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상회한다고 한다.
그동안 17%정도에 머물렀던 지지율이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 대폭 상승한 것인데 회담 하나 때문에 바닥을 기던 지지율이 솟구쳤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세계적으로 봐도 유래가 드문 일일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정상회담 전이나 후나 노무현 대통령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국민들도 그대로 그 국민들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2박 3일짜리 남북정상회담 한번 했다고 지지율이 서너 배나 상승할 수 있을까?
물론 정상회담 성과라는 것이 매우 괄목할만한 것은 사실이지만 보통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사람에 대한 호감도 라는 것은 몇 가지 업무 수행 잘했다고 금방 변하는 것은 아니다.
노대통령이 국정 수행에 문제가 있는 대통령이라면 정상회담 하나만 갖고 그처럼 지지율이 오르지 않았다. 지지율 상승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서 우리 국민들이 발견한 것은 무엇일까?
그동안 남한이라는 좁은 땅덩어리에서 오밀조밀하게 살아가던 대한민국 국민들은 우리가 섬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국민들이 대범해졌다.
거대한 대륙으로 진출할 길목을 보게 된 것이고 우리 대한민국의 능력과 수준이면 광대한 미지의 땅을 주도하고 개척할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한 것이다.
그동안 마음속 저 아래 잠자고 있던 고구려인의 기상과 배달민족의 자긍심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뭔지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가슴의 뜨거운 것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억눌려 있던 것일 수도 있다.
일제치하와 군부독재 분단 논리아래 억압되어 있었던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조선 놈은 안 된다고, 조선 놈들은 일제에 지배를 받고 열강의 간섭을 받으며 남북간에 아웅다웅 치근대기나 하는 별 볼일 없는 민족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던 자조가 순식간에 깨진 것이다.
국민들 가슴에 우리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서서히 생동하기 시작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이 저렇게 급작스럽게 폭발할 리가 없다.
남북 정상회담이 갖는 역사적 의의와 미래 대한민국의 커다란 위상을 국민들은 스스로 발견하고 뿌듯해 하는데 조중동은 그런 곳에 아예 관심조차 없다.
김정일 위원장이 웃었는지, 서있는 자세가 반듯한지, 국방장관이 악수할 때 허리를 몇도나 굽혔는지 노무현 대통령이 말실수나 하지 않았는지... 무슨 황색 주간잡지만도 못한 가십거리에 혈안이다. 이상도 기상도 없이 평생 그럭저럭 살다가 인생 마감하는 종의 자식이나 갖을 법한 관심사다.
내가 조중동을 악마보다 더 싫어하는 이유는 이 나라 젊은 가슴에 비겁과 굴종의 DNA를 바이러스처럼 퍼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해도 어림도 없다고 힐난하고 아무리 깨끗해도 더 백옥처럼 티 한점 없어야 한다고 매일매일 매질하는 것이 나라 잘되라고 그러는 것이 아니다. 기상과 꿈을 접고 종놈의 자식으로나 살아가라는 요구 더 이상이 아니다.
이 나라에서 매국세력의 후예가 할 짓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위인이 사라진지 오래다. 젊은이들은 위대함을 알지 못하며 영웅은 온라인게임 아바타에나 등장하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부끄러움을 부끄럽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하나둘씩 늘어가는 시대다.
명의도용을 박스 떼기로 해다가 본인 의사에 상관없이 수십만 명을 선거인단에 등록하고 여론조사를 빙자해 필터링을 거친 다음 자신들에게 유리할 만한 사람들을 차떼기로 동원하여 경선장에 내보내는 켐프는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런 식으로 하면 단군할아버지가 온다 해도 정동영을 이길 수 없다. 이런 짓을 능력이라고 스스로 여긴다면 할말은 없지만 분명한 것은 정동영류의 사람들에게서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담보할만한 기상이 없다. 그 사람들은 승패를 떠나 역사에서 아웃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법통은 단군할아버지 이래 세종대왕을 거쳐 안창호선생과 김구 선생으로 근대에 이르렀다.
내가 김대중을 지지하고 노무현 때문에 눈물을 흘렸으며 유시민을 좋아하고 요샛날 이해찬을 위해 발품을 파는 것은 이분들로 하여 이 나라의 법통이 계승되고 있음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하나로 이어진다는 것은 우리민족의 웅대한 기상이 대륙을 향해 뻗어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중동이 뭐라 하든 말든 우리 민족이 가야 할 길이 있다.
일주일을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한 초원 시베리아 벌판을 대한민국 열차가 질주하는 광경을 상상해 보자.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물류가 아시아를 지나 유럽을 거쳐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에까지 뻗어나가는 날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시아의 허브국가로 대륙을 호령하는 기개를 펼칠 사람들에게 경부운하 따위가 나설 곳은 없다.
세계의 미래는 대륙에 있으며 대륙의 미래는 대한민국 젊은이의 열정으로 주도 되어야 한다. 가슴에 원대한 포부를 안고 우리 자신의 위대함을 스스로 각성해 나가보자.
우리는 세계의 주역으로 우뚝 설 것이다.
대한민국이여 웅대함으로 용솟음쳐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