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별일 없지?"
어머님 눈에 비친 자식은 나이를 먹어도 그저 아이일 뿐이다.
선거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하던 전화가 끊기자
내심 걱정이 되셨던 모양이다.
"어제 밤 꿈에 네가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더라...앞으론 잘 될 거다!"
덕담으로 시작하시더니 열 마디를 덧붙이신다.
돌아가시기 전에 평생 살아온 집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작은 방 아궁이를 고쳤다고 하신다.
구들장을 들어내고 치운 고래(검댕이)가 2가마니 넘게 나왔다고 하신다.
개운 하시단다.
구들장 고래는 훌륭한 천연비료라고 하신다.
앞으로 몇년 동안 텃밭 비료 걱정은 없으시다고 즐거워 하신다.
목소리가 소녀같이 맑다.
건강하고 오래사셨으면 좋겠다.
날씨도 추워지고 구들장 고래 말씀 하시니 옛날 생각이 났다.
어린 시절 우리집 군불 담당자는 항상 나였다.
내 한자 이름에는 나무 木자가 2개 있다.
그래선가?
나는 장작불 피우는 게 좋았다.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아
장작불 사이를 이리 저리 휘감아 도는 꽃불을 바라보고 있으면
몸은 따뜻해 지지만 머리 속은 오이려 차가워 진다.
꽃불은 불기운이 최고조에 달할 때 일컫는 말이다.
꽃불이 구들장 밑 고래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면
오만가지 잡생각도 함께 빨려 들어간다.
장작불 명상이라고나 할까?
자신도 모르게 영혼이 정화된다.
꽃을 다른 사물 앞에 덧붙이면 최고가 된다.
곰국을 끓일 때 가장 진한 국물을 꽃물이라 하고
미남 중의 미남도 꽃미남이라 한다.
유티즌들은 얼굴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도 꽃미남이 많다.
폐인님 말이다.
정치인 중에 꽃정치인은 단연 유시민의원이 아닐까?
도시생활에선 이제 장작불 명상은 꿈도 꿀 수 없지만
양수리 어디쯤엔가,
철길 옆에 자리잡은 모닥불 카페가 생각난다.
한 정치인으로부터 받은 모욕감을 태워버리고 싶다.
올해 만큼은 돈 안되는 일로 행복을 느끼고 싶었다.
밤하는 별을 바라본다고 돈이 되던가
해지는 들녘,
붉게 물든 억새물의 눈인사가 돈이 되던가.
옆으로 돌아 누어 밤새 몸을 뒤척이던
낙엽의 아픔을 헤아린다고 돈이 되던가.
설악산 단풍이 서울로 내려 오기까진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투명한 가을 하늘과 노란 은행 나무 한 그루 만으로도 가슴은 벅 차지만,
한 정치인의 눈가에 맺힌 이슬 방울은 내내 가슴을 아리게 한다.
떠나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