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폐가 재떨이입니까?'
겁주네요.
건물 엘리베이터 안에 붙어있는 금연 스티커입니다.
천삭 때문에 그렇게 고생하고도 아직 끊지 못한 담배입니다.
단칼에 베어 버리는 사람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담배 끊지 못한 이유를 대라면
고등학교 체육선생님한테 얻어 맞으면서까지 몰래 배운 담배인데
도저히 억울해서 못 끊겠다.
담배에는 교육세가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담배를 끊으면 우리 아이들 교육은 누가 책임 지는냐?
하면서 말도 안되는 이유를 늘어 놓지만
실은 나약함 때문이란 걸 인정합니다.
담배가 정말 나쁜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제가 담배를 끊어서는 안될 확실한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열하 일기'에 나오는 이야긴데요,
연암이 중국인 친구와 나눈 필담 중 담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담배는 청나라가 아직 중원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을 때
우리나라에서 처음 들어갔고
그 씨는 남쪽인 일본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당시엔 남초(南草)라고 불렀습니다.
그 효능이 신묘해서 남령초(南靈草)라고도 했습니다.
담배의 효능에 대해 동양 의학의 오행 사상이 등장합니다.
비장이 토(土)에 속하므로
차고 습기가 차면 벌레가 생기고
그것이 입에까지 번지면 당장에 죽는다.
이에 불로 벌레를 쳐서 목(木)을 이기고
土를 도와 습기를 덜어주므로 영초라 할 수 있다.
만일 이 풀이 아니었으면 세상사람들이 모두 '입창'으로 죽었을 것이다.
火生土라는 이야기죠.
남령초에 관한 한시 두편을 소개합니다.
저로 보면 10대조 할아버지 되시는 분이 지으신 건데
신윤복이나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를 보는 듯 합니다.
감상 하시면서 담배 한대 피워보세요.
담배 맛이 기차게 좋아집니다.
南靈草1
신기한 종자가 바다 건너 들어와
텃밭에서 비를 맞고 손질하고 가꾸었네
연한 잎은 새로 뻗어 푸른 양산 펼치는 듯
향기로운 그 향기 잿가루만 남는구나.
수명을 연장하여 세상 변화 보게 하고
늙지않고 오래 사니 세월 감을 걱정하랴
진시황이 이걸 먼저 얻었더라면
동자를 결코 봉래로 보내지 않았으리.
南靈草2
나라에 들어 온지 몇 해나 되었는고
산촌 집집마다 밭에 가득 심는다
늙은이가 자주 피면 백발이 검어지고
수명도 도와주고 묵은 병이 낫는다네.
밑뿌리 돋아주면 이파리가 자라서
훈감한 그 맛이 옥연에 비길소냐
수심에 쌓인 이는 더 즐겨 피우는데
높은 베게 홀로 베고 긴 연기 품는구나.
어때요?
담배 맛 기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