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으로는 도대체 게임이 안된다
정동영의 대선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월요일의 후보수락연설과 그 이후의 각종 포럼과 대담프로그램에서 표명한 그의 입장은 간단하다. 무조건 이명박과는 반대로! 이른바 청개구리 전략이다. 성장보다는 분배를, 경쟁보다는 평등을. 아직 공식적인 대선공약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나온 것으로만 보면 민주노동당의 권영길이 부럽지않을 정도로 좌파적이다.
그런데 이런 전략으로 이길 수 있을까? 오늘자 동아일보에 나온 여론조사의 결과를 보자. 대선주자에 대한 지지율과 더불어 이번 대선에서 중요 쟁점이 될 수 있는 네개의 현실적 이슈에 대한 의견도 함께 조사했다. 참고로 어떤 정책에 대한 견해는 대권주자에 대한 지지와는 달리 상당히 안정적임을 고려해야 한다. 범여권의 단일화나 이명박에 대한 추가 의혹이 불거져도 이런 이슈에 대한 여론적 추이는 잘 변화하지 않는다.
NLL, 대북정책, 경제정책기조 및 교육정책에 있어서 이명박의 공약은 여론을 그대로 추종하고 있다. 그런데 정동영은 반대로만 가고 있다. 대북정책이야 정동영 자신이 통일부장관을 지내면서 입안, 실행한 것이므로 현 기조를 유지한다고해도 다른 사안들은 충분히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런데도 '무조건 이명박과 반대로'라는 기조에 교조적으로 집착한 나머지 상대방의 표를 빼앗아 올 수 있는 여지를 축소시켰을뿐 아니라 자신만의 색깔이 부족하다는 항간의 비판앞에 무력하게 무장해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는 정동영의 잠재적 1차 경쟁자인 문국현과 너무나 대조되는 현상이다. 문국현은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대중적 여론흐름을 크게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이명박과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도록 교묘하게 설정되어 있다. 따라서, 문국현은 이명박으로 기운 지지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발판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동영은 결국 '니가 뭐 그렇지...'란 조소를 얻을 뿐이다.
정동영의 지지자라면 보다 좌측으로 기운 그리고 노대통령의 생각과 보다 가까운 정동영의 정책기조가 기존의 친노세력 흡수에 도움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은 그렇게 흘러갈듯 보이지는 않는다. 우선 NLL문제만 해도 노정권은 적당히 발을 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장수 국방과 이재정 통일의 최근 발언이 이를 시사한다. 그런데도 정동영은 최근의 토론에서 다시 NLL을 끄집어내고 있다. 노정권으로서는 어찌보면 아픈 상처가 될 수 있는 그 영토선 부정발언을 계속 상기시키는 셈이다.
또한, 친노세력의 정동영에 대한 비토는 정책때문이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정동영과 친노세력의 정책적 지향점이 기간당원제를 제외하고는 다른 점이 전혀 없다. 그들의 비토는 감정적이고 정서적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권력투쟁이다. 그런데도 그깟 좌파적 공약으로 친노의 마음을 얻으려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는 선거전략이 아닐 수 없다.
이제 확실해졌다. 정동영으로는 도대체 게임이 안된다. 이제 친노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