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황소격문]을 생각해 보다.
우리나라 5천년 역사 가운데 정치사적 입장에서 명문(명언)으로 꼽는 글이 몇 개 있다.
가장 오래된 것으로는 신라 말엽 최치원의 <토황소격문>과 근대사에 나오는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과 최남선의 <독립선언서>등이 있다.
*고려시대 노비출신 만적이 외친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나?>하는 사자후는,
진나라 진승과 오광이 한 말에서 따온 연설이라 평가가 낮다. <시일야방성대곡>과
<독립선언서>는 달리 언급할 필요도 없는 역사적 명문이다.
10여년이 지난 뒤 최남선의 친일 행적은 논외로 치더라도.
여기서 <토황소격문>을 생각해 본다. <토황소격문>을 몇몇 네티즌이 패러디해서
현정부를 질타(?)하는 글로 둔갑시켜 무슨 천하의 명문 같이 일컫는다.
역사 교과서에서 공부할 때도, 마치 신라 천년의 명문이라는 듯 가르치고 가르침 받는다.
허나, 우리 역사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토황소격문>은 정당한가? 이다.
황소는, 환관들이 발호하고 탐관오리가 부패해서 도탄에 빠진 민중의 절규를 대변해서
들불처럼 일어난 것이다. 최치원은 그런 당나라에서 벼슬을 해서,
황소 토벌 대장을 따라다니다가 토벌대장에게 충성을 보이려
바로 그 문제의 <토황소격문>을 쓴 것이다.
난정에 빠진 당나라를 위해 자신의 문필을 격렬하게 휘두른 것이다.
이런 최치원에게 신라인들이 열광한 것은, 당나라의 관리가 됐다는 점과
토벌대장을 따라다니며 <토황소격문>을 남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신라에 돌아와서 그가 그렇게도 질타해마지 않던 상황이
6두품 벼슬을 하는 자신 앞에 놓여졌다.
망해가는 신라 앞에서 온갖 개혁 시책을 내놓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말년에 그런 자신이 처한 ‘모순의 상황’을 도통한 도사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마감하였다.
부패한 왕조를 혁파하려는 세력에게 비수를 들이댄 최치원의 너무나도 유명해져 버린
<토황소격문>! 역사는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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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황소격문 ] 원문
* 서기 881년 최치원 24살 때 당나라 관리 입장에서 쓴 것이다.
광명 2년 7월 8일에 제도 공검교태위 아무는 황소에게 알린다.
무릇 바른 것을 지키고 떳떳함을 행하는 것을 도리라하고 위험한 때를 당하는 것을 권이라 한다.
지혜 있는 이는 시기에 순응하는 데서 성공하고
어리석은 자는 이치를 거슬리는 데서 파하는 법이다.
비록 백년의 수명에 죽고 사는 것은 기약하기 어려우나
모든 일은 마음으로서 그 옳고 그른 것을 이루 분별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왕사로 말하면 덕을 앞세우고 죽이는 것을 뒤로한다.
앞으로 상경을 수복하고 큰 선의를 펴고자 하여
삼가 임금의 분부를 받들고 간사한 것들을 치우려 한다.
너는 본시 먼 시골 백성으로 갑자기 억센 도적이 되어
우연히 시세를 타고 감히 강산을 어지럽게 하였다.
드디어 불측한 마음을 품고 높은 자리를 노려보며 도성을 침노하고 궁궐을 더럽혔으니
죄가 이미 하늘에 닿을 만큼 극도로 되어서 반드시 여지없는 태망을 당하고 말 것이다.
애닳다, 당우시대로부터 내려오면서 묘와 호 따위가 복종하지 아니하였은즉
양심없는 무리와 충의없는 것들이란 바로 너희들을 가리킨다.
어느 시대인들 없겠느냐, 멀리로는 유요와 왕돈이 진나라를 엿보았고
가까이는 안녹산과 주사가 황가를 시끄럽게 하였다.
그들은 모두 손에 막강한 병권을 쥐었었고 또한 몸이 중요한 지위에 있어서
호령만 떨어지면 우뢰와 번개가 치닫듯 요란하였고
시끄럽게 떠들면 안개와 연기가 자욱하듯 하였지만
잠깐 동안 못된 것을 하다가 필경에는 그 씨조차 섬멸을 당하였다.
햇빛이 활짝 퍼졌으나 어찌 요망한 기운을 그대로 두겠으며,
하늘 그물이 높이 쳐졌으니 나쁜 족속들은 반드시 제거되고 말 것이다.
하물며 너는 평민 출신으로 농촌에서 일어나 무찌르고 겁탈하는 것을 짓으로 살상하는 것을
급선무로 생각하여 헤아릴 수 없는 큰 죄만 있을 뿐, 속죄할 수 있는 조그마한 착함은 없으니
천하 사람들이 너를 죽이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아마 땅속의 귀신까지도 가만히 죽이려고 의논하였을 것이니,
비록 숨은 붙어 있다고 하지만 넋은 벌써 빠졌을 것이다.
무릇 사람의 일이지만 제가 자신을 아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내가 헛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니 너는 자세히 들어라.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더러운 것을 용납하는 덕이 깊고 결점을 따지지 않는 은혜가 지중하여
너에게 병권을 주고 또 지방을 맡겼거늘
오히려 짐새와 같은 독심을 품고 올빼미와 같은 흉악한 소리를 거두지 아니하여
움직이면 사람을 물어뜯고 하는 것이 개가 주인을 짖는 격으로
필경에는 임금의 덕화를 배반하고 궁궐을 침략하여
공후들은 험한 길을 달아나게 되고야 가는 먼 지방으로 행차하시게 되었거늘
일찌감치 덕의에 돌아올 줄 모르고 다만 흉악한 짓만 늘어가니
이야말로 임금께서는 너에게 죄를 용서해 준 은혜가 있고
너는 국가에 은혜를 저버린 죄가 있을 뿐이니 반드시 머지않아 죽고 말 것인데
어찌 하늘을 무서워하지 않느냐.
하물며 주나라 솥은 물어 볼 것이 아니요 한나라 궁궐은 어찌 네가 머무를 곳이랴.
너의 생각은 끝내 어찌하려는 것이냐?
너는 듣지 못하였느냐! 도덕경에 회오리바람은 하루아침을 가지 못하고
소낙비는 온 종일 갈 수 없다고 하였으니 하늘의 조화도 오히려 오래가지 못하구나.
더구나 사람의 하는 일이야 또 잘못하겠느냐.
춘추전에 하늘이 아직 나쁜 자를 놓아 두어 복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 죄악을 짖기를 기다려 벌을 내리려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지금 너는 간사함을 감추고 흉악함을 숨겨서 죄악이 쌓이고 앙화가 가득하였음에도
위험한 것을 편안히 여기고 미혹되어 돌이킬 줄 모르니
이른바 제비가 막에다 집짓고 막이 불타오르는데도 제멋대로 날아드는 것과
물고기가 솥 속에서 너울거리지만 바로 삶아지는 꼴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뛰어난 군략을 모으고 여러 군사를 규합하여
용맹스런 장수는 구름처럼 날아들고 날랜 군사들은 비 쏟아지듯 모여들어
높이 휘날리는 깃발은 초새의 바람을 에워싸고 총총 들어찬 함성은 오강의 물길을 막아 끊었다.
진나라 도태위(都太尉)처럼 적을 쳐부수는데 날래고
수나라 양소(揚素)처럼 엄숙함이 신이라 불릴만하여 널리 팔방을 돌아보고
거침없이 만리를 항행할 수 있으리만치 치열한 불꽃을 놓아
기러기 털을 태우고 태산을 높이 들어 새알을 짓누르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금신이 계절을 맡았고 수백이 우리 군사를 환영하는 이때
가을바람은 숙살하는 위엄을 도와주고 새벽이슬은 혼잡한 기운을 씻어주니
파도는 이미 쉬고 도로는 바로 통하였다.
석두성에 뱃줄을 놓으니 손권이 후군이 되었고
현산이 돛을 내리니 두예가 앞잡이가 되었다.
앞으로 서울을 수복하기는 한 달이면 되겠지만 살리기를 좋아하고 죽이기를 싫어하는 것은
하늘의 깊으신 덕화요, 법을 늦추고 은혜를 드리는 것은 국가에 좋은 제도이다.
국가의 도적을 토벌하는 데는 사적인 원한을 생각 말아야 하고
어두운 길에 헤매는 이를 깨우쳐 주는 데는 바른 말이라야 하는 법이다.
그러므로 나의 한 장 글을 날려서 너의 급한 사정을 풀어 주려는 바이니
미련한 고집을 부리지 말고 일찍이 기회를 보아 자신의 선후책을 세우고
과거의 잘못을 고치도록 하라.
만일 땅을 떼어 받아 나라를 맡고 가업을 계승하여서 몸과 머리가 두 동강이 되는 화를 면하고
뛰어난 공명을 얻기 원한다면 몹쓸 도당들의 말을 믿지 말고
오직 후손에게 영화를 유전해 줄 것만 유의하라.
이는 아녀자와 아는 체 할 바가 아니오, 실로 대장부의 할일인 만큼
그간 부를 속히 회복할 것이요 쓸데없는 의심을 두지 말라.
나는 명령은 하늘을 우러러 받았고 믿음은 맑은 물을 두어 맹세하였은즉
한번 말이 떨어지면 반드시 메아리처럼 응할 것이 매운 해가 더 많을 것이요,
원망이 짙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미쳐서 날뛰는 도당들에 견제되어 줄 한 잠을 깨지 못하고
마치 당랑이 수레바퀴를 항거하듯이 어리석은 고집만 부리다가는
곰을 치고 표범을 잡는 우리 군사가 한번 휘둘러 쳐부숨으로써
까마귀 떼처럼 질서 없고 솔개처럼 날뛰던 무리가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칠 것이며
너의 몸뚱이는 도끼날에 기름이 되고 뼈다귀는 수레 밑에 가루가 될 것이며
처자는 잡혀죽고 권속들은 배임을 당할 것이다.
옛날 동탁처럼 배를 불태울 그 때가 되어서는 사슴처럼 물어뜯는 후회가 있을지라도
시기는 이미 늦을 것이니 너는 모름지기 퇴진을 참작하고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하라.
배반하다가 멸망하기보다 어찌 귀순하여 영화롭게 되는 것이 낳지 않겠느냐.
다만 너의 소망은 이루게 될 것이니 장부의 할일을 택하여 표변하기를 기할 것이요,
못난이의 소견을 고집하여 여우처럼 의심만 품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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檄黃巢書
廣明二年七月八日 諸道都統檢校太尉某官 告黃巢 夫守正修常曰道臨危制變曰權
智者成之於順時 愚者敗之於逆理 然則雖百年繫命
生死難期 而萬事主心 是非可辨 今我以王師則有征無戰 軍政則先惠後誅
將期剋復上京 固且敷陳大信 敬承嘉諭 用戢奸謀 且汝素是遐甿
驟爲勍敵 偶因乘勢 輒敢亂常 遂乃包藏禍心 竊弄神器 侵凌城闕
穢黷宮闈 旣當罪極滔天 必見敗深遁地 噫 唐虞已降 苗扈弗賓
無良無賴之徒 不義不忠之輩 爾曹所作 何代而無 遠則有劉曜王敦覬覦晉室
近則有祿山朱 吠噪皇家 彼皆或手握强兵 或身居重任叱叱則雷奔電走
喧呼則霧塞烟橫 然猶暫逞奸圖 終殲醜類 日輪闊輾
豈縱妖氛 天綱高懸 必除凶族 況汝出自閭閻之末 起於隴畝之間以焚劫爲良謀
以殺傷爲急務 有大 可以擢髮 無小善可以贖身 不唯天下之人皆思顯戮
仰亦地中之鬼已議陰誅 縱饒假氣遊魂 早合亡神奪魄
凡爲人事 莫若自知 吾不妄言 汝須審聽 比者我國家德深含垢
恩重棄瑕 授爾節旄 寄爾方鎭 爾猶自懷鴆毒 不斂梟聲 動則齧人
行唯吠主 乃至身負玄化 兵纏紫微 公侯犇竄危途 警蹕則巡遊遠地
不能早歸德義 但養頑凶 斯則聖上於汝有赦罪之恩 汝則於國有辜恩之罪
必當死亡無日 何不畏懼于天 況周鼎非發問之端 漢宮豈偸安之所
不知爾意終欲奚爲 汝不聽乎 道德經云 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天地尙不能久 而況於人乎 又不聽乎 春秋傳曰 天之假助不善
非祚之也 厚其凶惡而降之罰 公汝藏奸匿暴 惡積禍盈 危以自安迷以不復
所謂燕巢幕上 漫恣騫飛 魚戲鼎中 卽看燋爛 我緝熙雄略糺合諸軍
猛將雲飛 勇士雨集 高旌大旆 圍將楚塞之風 戰艦樓船
塞斷吳江之浪 陶太尉銳於破敵 楊司空嚴可稱神 旁眺八維 橫行萬里
旣謂廣張烈火 爇彼鴻毛 何殊高擧泰山 壓其鳥卵 卽日金神御節水伯迎師
商風助肅殺之威 晨露滌昏煩之氣 波濤旣息 道路卽通 當解纜於石頭
孫權後殿 佇落帆於峴首 杜預前驅 收復京都 剋期旬朔但以好生惡殺
上帝深仁 屈法申恩 大朝令典 討官賊者不懷私忿 諭迷途者固在直言
飛吾折簡之詞 解爾倒懸之急 汝其無成膠柱 早學見機
善自爲謀 過而能改 若願分茅列土 開國承家 免身首之橫分
得功名之卓立 無取信於面友 可傳榮於耳孫 此非兒女子所知 實乃大丈夫之事
早須相報 無用見疑 我命戴皇天 信資白水 必須言發響應
不可恩多怨深 或若狂走所牽 酣眠未寤 猶將拒轍 固欲守株 則乃批熊拉豹之師
一麾撲滅 烏合鴟張之衆 四散分飛 身爲齊斧之膏
骨作戎車之粉 妻兒被戮 宗族見誅 想當燃腹之時 必恐噬臍不及 爾須酌量進退
分別否臧 與其叛而滅亡 曷若順而榮貴 但所望者 必能致之
勉尋壯士之規 立期豹變 無執愚夫之慮 坐守狐疑 某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