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습니다. 그말을 살짝 바꾸면, 전쟁에서 패배하는 아주 손쉽고 어리석은 지름길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비로 적장을 업신여기고 폄하하여 무시하는 것입니다.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은 이 경우에 딱 들어맞는 케이스였습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미군의 태평양 사령관이었던 맥아더 장군은 당시 트루면 대통령에게 "이 쥐새끼 같은 인민군 정도는 미 해병대 몇개 사단이면 충분하다"고 호언장담을 했다더군요.
맥아더 장군은 김일성이 이끄는 인민군을 폄하하고 무시했습니다. 그리고 댓가는 생각치도 못한 참혹한 것이었습니다. 미국은 독립한 이래 처음으로 전쟁에서 패배한 역사적 기록으로 한국전쟁을 기억합니다. 전쟁이 한참 전개된 후에 맥아더는 생각을 고쳐먹고 트루먼에게 핵폭탄 사용을 요청하기에 이르렀고 트루먼은 맥아더를 일단 자르고 나서 핵 사용을 허가했다고 하던군요. 결국 핵폭탄은 발사되지 않았고 전쟁은 시작했던 그 자리에서 끝이 났습니다.
노무현도 그를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그 야심의 크기와 그가 가진 강점들을 적절한 시기에 정확하게 포착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노무현이 패배한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정동영을 폄하하고 무시한 가장 최악의 케이스는 바로 이해찬이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해찬은 유시민이 자신을 도와주기만 하면 정동영 따위는 너끈하게 이길줄 알았던 모양입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했을 뿐만 아니라 적장의 강점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정동영의 강점은 역으로 그가 이루어 냈던 결과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가 어떻게 열린우리당을 그렇게 완전히 장악할 수 있었는지 더 나아가 열린우리당을 폐기처분하고 민주신당을 어떻게 그렇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수 있었는지 가 그것입니다. 경선에서의 승리는 그 부산물의 결과일 뿐입니다.
정동영에게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매력이 있습니다. 그것이 그의 주위에 그토록 사람이 많은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정동영이 그들을 돈을 주고 샀을 까요? 그들에게 협박을 했을까요? 정동영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설득하는 능력이 충분히 있는 사람입니다.
그의 뛰어난 언변능력과 출중한 외모를 오히려 비아냥 거리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 역시 그의 뛰어난 강점 중의 하나입니다. 정동영을 처음 보는 사람들이 그에게서 매력을 느끼지 않을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에게는 기존의 정치인에게서 발견할 수 없는 세련됨이 있습니다.
또한 그의 여러가지 강점 중에서 특히 개성동영으로 상징되는 대외교 능력을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시민의 말대로 개성동영이라는 구호는 과장광고라는 측면이 없지는 않겠습니다만, 그는 분명 대북외교에 관한한 DJ, 노무현을 잇는 확고한 철학과 비젼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를 이명박이나 문국현과 비교했을 때 가장 차별화 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것이 대외교 능력일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정동영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때때로 그에게 분노를 느낍니다. 그러나 그가 결코 만만해보이거나 무시해도 좋을 많한 정치인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유시민에게는 정동영의 그런 모든 강점을 뛰어넘을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유시민에게는 무엇보다 힘이 없고 앞으로 유시민에게 남은 과제 역시 하루 빨리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유시민이 그의 저서 [대한민국 개조론]에서 박정희는 "성공한 독재자"라고 했던 것은 박정희를 무시하거나 폄하한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던 강점을 인정한 것이었습니다. 유시민은 또한 박근혜와 이명박에게서도 배울것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항상 겸손합니다. 오직 입이 가벼운 유시민의 지지만들만이 적장을 함부로 폄하하거나 무시하곤 합니다.
유시민의 미래는 알수 없는 드라마입니다.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되고 기다려지는 것이겠지요. 유시민을 끝까지 지켜보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PS] 제가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오늘 다 해버린 기분입니다. 이 글이 많은 분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것이란 사실을 잘 압니다만, 그래도 모두 유시민을 위한 마음으로 널리 이해해주시고 좋은 의견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