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백분토론에 드디어 문국현이 나온다고 해서 졸리는 두 눈을 비벼가며 무려 새벽 1시가 넘을 때까지 경청을 했습니다. 혹시 그 동안 내가 가지고 있는 문국현에 대한 편견에 조금이나마 균열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
결론은 위 제목 그대로, 문국현은 "왕자병걸린 순진한 엘리트주의자"입니다. 토론을 보면서 문국현에게 받은 인상은 참 착하긴 착한데 동시에 참 순진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순진하다는 얘기는 긍정적인 의미가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를 더 강하게 표현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것은 세상 물정(특히 정치물정)을 너무 모른다는 것입니다.
물론 1500여 명이나 되는 기업의 CEO를 지낸 분에게 순진하다고 하면 그 또한 어불성설이겠지만 동시에 어떻게 그런 분이 유한-킴벌리라는 다국적 회사의 CEO가 될 수 있었는 지도 참 궁금합니다. 유한이라는 회사가 참 착하고 순수한 회사였기 때문에 문국현 같은 사람이 CEO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가 이명박의 7%도 보다 많은 8% 경제성장을 얘기를 하면서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을 보았을 때나 500만 비정규직을 멋지게 해결할 수 있다고 할 때, 건설비리와 부패를 척결해서 단숨에 7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돈을 아낄수 있다고 할 때, 문국현은 정말 귀엽고도 징그러운 사람이었습니다.
시민패널 중에 제가 지금까지 봤던 어떤 패널보다 가장 예뻤던 패널(혹시, 그 분 아시는 분 없어요?)께서 정치경험이 전무한 것에 대해 지적했을 때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참으로 아전인수의 극치였습니다. 토론 중에는 이런 말도 하더군요. CEO를 하면서 기업경영만 한 것은 아니다 유한의 "푸르게 푸르게" 나무심기 프로젝트도 열심히 했다.... 참, 웃음 밖에 나오질 않았습니다. 비웃음이 아니라 정말 웃겨서 말이죠.^^
그가 왕자병이 있다는 말은 전부터 심심치 않게 덜어왔던 터라 크게 의심하지 않고 있었지만 이번 토론에서 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후보단일화 부분에서 그의 생각과 발언은 그야말로 왕자병과 엘리트주의가 결합되었을 때 보여줄 수 있는 최고점을 보여주더군요. 자신의 가치와 철학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다 자기한테 와줄거란 말이더군요. 아마 아직은 자신의 가치와 철학을 잘 몰라줘서 그 쪽 캠프가 그렇게 썰렁한 모양입니다.
문국현은 참 착하고 좋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때로 그런 사람들이 훨씬 더 커다란 재앙을 불러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문국현은 지금이라도 다음과 같은 노무현의 말씀을 잘 새겨들어야 합니다.
"정치를 좀 잘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