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 약령시장 주변에는 노정상들이 많이 있습니다.
비교작 큰 노점상이 있는가 하면
틈새를 비집고 좌판을 깔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급변하고 있는 시장환경이 상인들을 질식시키는 것은 이곳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너무나 왜소해 보이는 한 할머니께서
면봉,고무줄,이쑤시게,참빗 등을 팔고 있었습니다.
지나 가는 사람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발걸음을 멈추게 하더군요.
할머니의 모습은 삶에 지쳐 있기 보다는
이 시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를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한 철학자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면봉 한 봉지를 샀습니다.
한 봉지에 어림잡아 100여개는 족히 들어 있음 직 한데
3봉지에 1,000원이라고 하더군요.
한 봉지에 1,000원을 내밀고 그냥 도망쳐 왔습니다.
우리는 세계화니 신자유주의니 하면서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진정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
제 자신을 뒤 돌아보게 했습니다.
시장은 가격을 매기는 데는 천재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무능합니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삶의 중요한 가치라고 여겨왔던 정신적이고 초월적인 가치들은
시장에 내 놓은 만한 상품이 되지 못한다면
가차없이 도태되고 조롱과 경멸의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낙오하면 죽는다는 두려움과 강박관념이 우리 삶과 문화에 깊숙이 침투함으로써
우리의 삶은 갈수록 천박해지고 있습니다.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다'
혹자들은 정치를 이렇게 단순화시켜 말합니다.
삽질을 하더라도 잘 먹으면 그만이라는 후보가 있는가 하면
잘 사는데 방점을 찍는 정치인도 있습니다.
우리 유티즌 역시 잘 사는데 방점을 찍습니다.
저는 행복이란 조금 불편하고 부족한 데 있으며
삶은 결코 빵 만으로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시민 의원 역시 천안 대번개에서 '지적 성실성'을 이야기하더군요.
'지성은 평상심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거울 처럼 맑은 마음으로 세상을 비춰보고
그 속에서 사물을 본성을 보고 자신의 길을 찾는 것이다'
평상심(平常心)입니다.
세상은 이래야 한다는 식의 자기 주장이 아니라
세상이 요구하는 일을 찾아 자신을 헌신하려는 진지하고 올곧은 자세입니다.
그것이 궂은 일이든 쉬운일이든 불리하든 유리하든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담담한 마음이며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능력입니다.
잭 웰치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한 조직에서 새로운 직책을 맡을 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해결해야 할 일을 찾아서 자신의 첫번 째 임무로 삼아야 한다'
오늘날 철학교수는 많지만 진정한 철학자는 없다고 합니다.
철학자가 된다는 것은 단지 심오한 사색을 한다거나
어떤 학파를 세우는 일이 아니라
지혜를 사랑하고 그것의 가르침에 따라
소박하고 너그럽게 서로 신뢰하면서 살아가는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을이 되면 나무들도 진보를 꿈꾸나 봅니다.
여름 내내 가슴에 담아두었던 가치들을 색깔로 쏟아 냅니다.
빨강에서 주황 노랑까지.
빨강은 창조적 가치를 추구하는 색이며 혁명의 색입니다.
주황은 기쁨과 정열.
노랑은 자유를 갈망하는 색입니다.
가을이 되면 나무들도
안정을 상징하는 초록색을 스스로 버린다는 게 참 신기할 따름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
<시: 이승태>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강물이 흐르기에 살아가는 것이고
고통을 지울 수 있는 지우개가 있기에 살아가는 것이고
아름다운 노래가 있기에 살아가는 것이다.
담배 하나로 살아가는 의미를 되새길 수 있고
연필로 쓰기에 다시 고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개미는 부지런히 일을 하지만
배짱이는 놀기만 한다.
그래도 둘 다 살아 남는 것이기에
세상은 참 아름다운 것이다.
시계 바늘이 한 바퀴 돌아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올 때
삶의 의미가 생기고
우리가 다시 그 자리에 모여 그 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나눌 때 그 삶은 더욱 빛나는 것이다.
사랑하는 그녀에게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할 때
내 삶은 그 누구의 삶보다
고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