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라이브로 이회창 대선출마 기자회견을 보았습니다. 회견장을 가득 메운 취재열기를 보니 우리 사회의 보수층이 얼마나 이회창을 절실히 기다려왔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회견내내 자못 비장한 가운데 내용의 어떤부분(이명박 비판)은 흐뭇하면서도 어떤부분(참여정부 비판)은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이 회견을 동시에 시청했을 노무현과 이명박의 모습을 오버랩해보니 참으로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마 서로 다른 이유로 둘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슴 깊이 느꼈을 것이 확실합니다.
이회창이 KS(경기고-서울대)마크를 가슴에 새긴 사실상 보수세력 최후의 정점은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특히 나이가 지긋하신 지식인 계층의 가슴 속에 이회창이라는 존재는 박정희 만큼이나 강력한 구심력을 제공하는 하나의 상징으로 여전히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회창 스스로가 자신이 진정한 보수임을 자처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사실일 것입니다.
어쨌든 향후 이-이 간에 벌어질 보수 내전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둘 다 이미 칠순에 가까운 나이라는 점과 현재의 지지율이 말해주듯이 보수내전에서 승리한 자가 대권을 쥘 것이란 믿음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둘 모두 죽는 그 날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박근혜의 향방이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미 박근혜의 마음은 이명박을 떠난것으로 보여지고 이미 짐쌀 준비가 끝난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이회창이 대견하다고 했을 때 그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그가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더 정확히 이명박의 실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는 점이며 그러한 판단하에서 온갖 비판을 감수하고 탈당과 대선출마라는 결단을 실천에 옮긴 그의 용기가 대견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가 최종적으로 노리는 목표가 참여정부의 숨통을 끊어놓는 것에 있음은 자명한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돌발적인 이회창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피비린내나는 보수 내전이 곧 한나라당의 자멸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한편으로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론 그의 등장을 환영해야할 충분한 이유가 생깁니다.
특히 보수내전과 BBK 그리고 삼성비자금이 한데 어우러져 한편의 장엄하고 비장한 레퀴엠이 연출되면서 지독히도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보수를 가장했던 극우세력의 몰락을 생각보다 빠른 시일내에 볼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회창옹이 대견합니다.